지구기행 관 21

수필가 류준열

늦은 오후 에스토니아 탈린행 크루즈에 올라, 스웨덴 해안 크고 작은 많은 섬들 사이로 황홀한 석양으로 물든 물결 헤치고 달린다.

태어나 살다가 마지막 가는 황혼의 저승길처럼, 철석거리는 파도소리 넘어 저승길 비추는 듯한 등대 불빛 바라보며, 칠흑의 어둠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간다.

크루즈 선체 삐거덕거리는 소리에 영화 타이타닉 침몰 장면 떠오르며, 불길한 망상 꼬리를 물고 일어나, 어둡고 좁은 선실에서 뜬 눈으로 지새웠다.

새벽안개 사이로 동녘 노을 붉게 타오르는 가운데, 어둠 깨트리는 뱃고동 소리 들으며 도착한 고대도시 탈린, 어둡고 침침한 저승에서 빠져나와 천상에 오른 듯 솟아오르는 흥분과 설렘이 있다.

도시 형태의 소국으로 한 때 드높은 문명 자랑하였지만, 주변국의 지배를 받으며 굴곡진 역사의 부침에 벗어나지 못한 비운의 나라, 해방의 노래 부르며 투쟁한 끝에 소련으로부터 평화적으로 독립을 쟁취한 국가

둥실한 쌍둥이 탑과 고색창연한 성벽, 길게 늘어선 회색 건물 벽과 색색가지의 보도블록, 삼각지붕 빽빽하게 늘어선 오래된 건물, 600여 년의 역사 지닌 고딕 양식의 시청사 광장

신비에 쌓인 나라 에스토니아 탈린은 구석구석 발 닿는 곳마다 오랜 전통과 역사 숨 쉬고 있다.

이민족의 지배와 압정 속에서 수 백 년 버티며 나라 되찾은 힘은 민족 고유의 언어와 백성을 하나로 묶어주는 민족가요, 민족의 정체성 깃든 신화였으리.

시청사 고딕 첨탑 꼭대기에서 나라를 건국한 거인 칼렙이 화살과 국기를 들고 시가지 내려다보며 지키고 있는 한, 툼페아성 쌍둥이 탑 나라의 등대되어 우뚝 솟아 있는 한, 소국 에스토니아는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으리라.

*탈린 : 발틱 해협 북동쪽에 자리 잡은 에스토니아의 수도로 유럽에서 가장 크고 잘 보존된 고대도시

*에스토니아 : 발트 3국 중 한 나라로 면적 45,226 ㎢, 1520여개의 섬을 갖고 있는 나라

*시청사 : 북유럽에서는 드문 고딕양식의 구 시청사. 건물1400년대 초반건축.현재 역사박물관으로 활용

*해방의 노래 : 에스토니아 민족 가요

*툼페아성 : 핑크 아르누보 양식으로 20세기에 세워진 건축물

*북유럽 6개국 러시아,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에스토니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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