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방 이 사람

세계의 명품정원 답사에 일생을 바친 조경가

녹색문화 확산이 진정한 복지사회로 가는 길
도시환경 해법을 찾기 위해 20여 년간 해외답사
강호철 경남과기대 조경학과 교수 ‘세계의 명품정원’ 출간
살기 좋은 녹색문화도시 진주 조성의 선구자
평생을 도보로 출퇴근하는 실천 환경운동가

“미래 도시의 경쟁력은 삶의 질에 의해 결정됩니다. 녹색환경은 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고요. 자동차에 잠식된 골목길부터 돌려놔야 합니다. 저는 그게 진짜 복지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도시환경 기록자'를 자처하는 강호철 경남과기대 교수(조경학과)는 조경관련 해외 답사를 시작한 90년대 초부터 네덜란드, 영국, 호주 등 40개국을 누비며 모두 35만여 장에 달하는 사진을 찍었다. 도시공원, 가로수, 꽃 등의 녹색 자원이 그의 주된 피사체다. 2015년도부터 이 사진들을 모아 ‘세계 도시의 녹색교통과 문화’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경남환경교육연합회와 푸른진주시민위원회가 주관하는 녹색교통 전시회를 진주시 공공기관을 비롯하여 초중고, 대학, 여러 기초지방단체 등을 돌며 20여 차례 개최해 왔다.

작년 11월, 답사에 일생을 바친 조경가 강호철 교수의 정원 기록집인 『세계의 명품 정원』 이 발간되었다.

『세계의 명품정원』은 조경학과 교수가 후학들을 양성하는 틈틈이 20년 이상 지구촌 구석구석을 답사하며 남긴 정원 기록집이다. 이 책에는 강호철 교수의 발품과 혜안으로 기록하고 엄선한 1400컷 이상의 지구촌 정원들이 망라돼 있다. 그는 사진을 통해 문명과 자연이 어우러진 각 정원의 패턴과 소재, 질감, 디자인은 물론, 공간 분위기를 표현해 특징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답사에 일생을 바친 조경가 강호철 교수의 땀과 열정이 담긴 방랑기지만, 정원이나 조경 분야를 비롯한 원예, 임업, 건축, 도시 영역은 물론, 전원생활을 꿈꾸는 많은 이들을 참고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책에 소개된 정원들은 우리의 자연환경이나 문화, 가치관, 정서가 다른 토대에서 생성된 것들이다. 책은 강 교수가 20~30년 전부터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준비해 온 결과물이지만, 대부분 최근 10년 이내의 기록들로 구성해 최신화했다.

환경조경가 그를 만나 세계의 명품 정원과 우리나라 녹색교통문화에 관련하여 그의 혜안을 들어본다.

질문: 녹색교통 사진전을 열어 온 이유는?

답: “살기 좋은 녹색문화도시를 가꾸는 데에 일조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한국의 척박한 도시 환경에 갑갑함을 느껴 그 해법을 찾고자 세계 답사를 시작했다. “선진 도시의 푸르른 환경들을 보다 보니 녹색문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한국 시민들에게도 그 필요성을 알리고 싶어 쉽게 와 다을 수 있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사진전을 개최하게 된 까닭이다.

질문: 20여 년간 해외 답사를 해 왔는데, 해외 답사를 거듭하면서 가장 특징 있는 곳은 어디인가?

답: 세계 곳곳의 자연친화적 도시정책에 놀랐다. 인상 깊은 답사지는 몇 번이고 찾곤 한다. 특히 싱가포르가 그랬다.

질문: 싱가포르에 대한 특징을 설명해 달라.

답: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가 공원처럼 보일 만큼 온통 녹색으로 덮여 있다. 가로수가 바로 그 환경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이죠. 간판을 가린다고 가로수를 베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울창하게 가꿔냅니다. 또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자연친화적 교통정책을 통해 가로수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공기질도 개선합니다. 이게 바로 싱가포르가 녹색공원처럼 보일 수 있는 비결이다.”

질문: 우리나라의 도시화 정책에 대하여 한 마디 해 달라.

답: 우리나라 도시화 정책은 경제성과 효율을 앞세운 도시화 사업으로 환경은 뒤로 밀려났었다. 1970~80년대 진행된 급격한 도시화로 주택과 자동차 도로들이 마구잡이로 건설되면서 녹색자원이 파괴됐다, 환경에 대한 고려없이 진행된 개발 일변도의 도시화 정책이 문제였다. 이 문제는 현재도 여전히 자동차 위주의 교통 정책과 개발을 우선시한 도시 계획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질문: 선진국가의 녹색교통 상황을 설명해 달라.

답: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도로 폭이 좁은 반면,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보행공간이 넓다. 또 자동차가 진입하지 못하는 거리도 많아지는 추세인데,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행자나 가로수의 생존을 위협하는 차도만 넓히고 있다. 개발 위주의 도시 계획도 마찬가지다. 도시 내 그린벨트 지정은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데, 현재 이 지역들마저 다양한 형태의 개발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인데 이러한 것들이 시민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질문: 우리나라의 미래지향적인 지속가능한 도시환경 정책으로는?

답: 지금은 어느 정도 시행이 되고 있지만, 도시의 녹색문화 조성을 위해서라도 ‘도로 다이어트’가 좀더 확대 되어야 한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부터 줄여 이곳에 녹음수를 식재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그래야 도시 열섬화 현상도 해결 될 수 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정책 시행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해야 하며 경제논리에 파묻혀 무작정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가로수나 산림자원 등 자연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정책을 수립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질문: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답: 도시의 녹지 공간 확보는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만으로는 안 된다. 시민 개개인의 노력이 절실하다.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걷기를 생활화하는 습관을 가져야 도로 다이어트도 가능하다.

그리고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는 올 7월부터 도시의 녹화면적이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도시의 허파 역할로 대기오염 및 열섬현상 저감 등의 역할을 해 온 녹지가 줄어든는 상황이 된다. 시민 모두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그는 이러한 소신의 일환으로 20여 년 째 ‘뚜벅이’로 생활하고 있다. 집에서 학교까지 40여 분 정도 되는 거리를 매일 걸어 다니는 중이다. 녹색문화 확산을 위해 불편함은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도시 환경의 해법을 찾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20여 년을 이어오면서 이젠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해외답사에서 수집한 35만장의 사진들을 테마별로 집대성해 정리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정년까지 3년 정도 남았는데 앞으로의 여생도 도시 환경을 보호하는데에 쓰고 싶습니다.”

조경 환경인 강호철 교수는 임학과 조경학을 전공하고 한국종합조경공사와 건축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1980년대 잠실 체육공원과 아시안선수촌 및 기념공원, 삼성동 무역센터 조경시공 감리를 담당했다. 한국조경학회 영남지회장과 한국전통조경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경상남도문화재위원(자연분과), 도시계획위원회, 건설기술심의위원회 등으로도 활동했다. 조경기술사로 현재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건설환경공과대학 조경학과에 재직하고 있으며, 평생 승용차를 갖지 않고 도보로 출퇴근하는 환경운동 실천가다.

정리: 편집국장 류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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