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의 이정표

김윤세
전주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인산의학 발행인

可貴天然物 獨一無伴侶

覓他不可見 出入無門戶

가귀천연물 독일무반려

멱타불가견 출입무문호

捉之在方寸 延之一切處

爾若不信受 相逢不相遇

착지재방촌 연지일체처

이약불신수 상봉불상우

참으로 귀하여라, 천연물이여!

오직 하나라 짝할 존재 없다네

그를 찾아보아도 만날 수 없고

드나들어도 따로 문이 없다네

붙잡아두면 마음속에 있지만

뻗쳐나가면 없는 곳이 없다네

그대 만약 그것을 믿지 않는다면

서로 만나더라도 만날 수 없다네

당나라 때 천태산 깊은 숲속의 한암굴에 은둔해 기이한 삶을 영위하다가 어느 날 홀연 연기처럼 사라진 한산寒山의 시다. 한산은 가끔 천태산 국청사에 기거하는 습득拾得과 어울리곤 했는데 두 사람 모두 남루한 옷차림의 거지 행색으로 지냈으나 거침없이 하는 말은 모두 이치에 부합하고 읊조리는 시 또한 한결같이 주옥같은 선시禪詩였다.

국청사의 풍간豊干 선사로부터 ‘한산은 문수보살의 화신化身이며 습득은 보현보살의 화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 태주 자사로 부임한 여구윤閭丘胤이 한산을 찾아갔으나 두 사람 모두 급히 한암굴로 돌아가는 바람에 대면하지 못했다. 여구윤이 그 뒤 다시 사람을 시켜 예물을 갖추어 올리니 한산은 “도적놈아! 도적놈아!” 외치면서 한암굴로 들어가 버렸고 곧바로 바위굴이 닫혀 그 이후 종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으며 습득 역시 자취를 감추었다.

여구윤은 그곳 국청사 스님들에게 시켜 대나무, 바위벽, 촌가의 담벼락 등에 쓰여 있던 한산과 습득, 풍간 선사의 시들을 모아 직접 《한산자시집서寒山子詩集序》라는 서문을 지어 붙인 시집을 출간하여 세상에 전했다. 시집의 서문을 통해 여구윤은 한산과 습득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그 요지는 이렇다.

“한산의 비참한 꼴은 거지와 같고 얼굴은 여윌 대로 여위었지만, 그의 일언일구一言一句는 모두 진리를 담고 있어서 깊이 생각해 보면 이치에 합당한 것이었다.

… 한산은 자작나무껍질을 머리에 쓰고 너덜너덜하게 해진 옷을 입고 나막신을 질질 끌고 다녔다. 이것은 진리를 체득한 사람이 짐짓 그 모습을 감추고 사람들을 교화시키려 함이다. …”

이 시는 내 안에 존재하는 ‘참나眞我’의 실상實相에 대해 언어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대로 표현한 것으로 마치 물감으로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허공을 그리듯 형용하기 어려운 존재를 말과 글로 형용한 한 폭의 그림이라 하겠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그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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