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기행 관-23

류준열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1799~1837), 체호프,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솔제니친, 대문호를 배출한 러시아. 그들이 숨 쉬고 걸었던 위대한 작품 탄생시킨 거리와 건물, 요모조모 살피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가운데 뒤섞여 모스코바 시내 아르바트 거리에 서 있다.

한 때 푸시킨 부부 살았던 아담한 집 앞에서, 어린 시절 괴롭고 힘든 일과 부닥쳤을 때 낭송하곤 했던 푸시킨 시 삶의 한 구절과 시인의 일생 떠올리며 감회에 젖는다.

아프리카 출신 간니발 장군의 외 증손자로 흑인의 피가 흐르는 시인, 라틴 말을 사용하지 않고 러시아어로 작품 쓴 최초의 러시아 시인, 영국의 셰익스피어나 프랑스의 스탕달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위대한 세계적 시인, 결투장에서 37세의 나이에 상대의 총탄에 맞아 짧은 일생을 마감한 비극의 시인이다.

푸시킨과 나탈랴가 살았던 아담한 집 문은 잠겨 있어 들어가 보지 못하고, 문 밖에서 옛 주인의 체취 더듬어 보며 그의 시 삶을 되뇌어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백면서생이 싸움꾼 상대에게 결투 신청 후, 총에 맞아 피 흘리며 쓰러지는 비극적 최후 맞지 않았더라면, 아내 나탈랴와 남작 단테스가 자신을 속였을지라도 그의 시 삶처럼 슬퍼하지 않고 노여워하지 않았더라면 위대한 작품 더 나왔을 텐데

자신의 삶과 삶의 시 구절 역설적으로 다가오는 아르바트 거리, 덧없이 흘러간 세월 머리에 받들고 팔짱 어색하게 끼고 서있는 푸시킨 부부상, 가까이 다가가 옷자락 쓰다듬으며 안타까움에 젖어 있는데, 모스코바 창공 노닐던 한 줄기 바람 내려와 부부의 옷깃 스치며 지나간다.

*북유럽 6개국 기행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