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斷想

논설위원 하영갑

벌써 연약한 나무 가지에 봄이 가득해 진다. 지겨웠던 겨울도 소리 없이 떠나고 새색시 걸음으로 꽃향기 초롱 되어 닥아 온 봄이 가슴 벅차다. 개인과 가정은 물론 사회와 국가, 5대양 6대주를 송두리째 흔들어 뒤집어 놓은 과객 ‘코로나19’의 삐딱 걸음. 수많은 인간의 생명을 희생시켜 놓고 체면 염체도 없이 아직 떠날 줄 모른다.

혼란의 나날, 매일 새벽을 반갑게 여는 새소리가 듣고 싶고, 힘든 살이를 잠시라고 풀어 놓고 고통의 골짜기를 벗어나지 못해 헤매는 인간들의 눈물겨운 세월을 위로하는 소리. 꽉 막힌 가슴 심금을 울리는 노래 소리가 듣고 싶다.

소리! 그 소리에는 정다움을 찾아 반갑게 쫓아오는 오는 소리가 있고, 부끄럽고 나쁜 마음이 숨어들고 비켜나는 소리와 폭행과 폭언으로 쓸고 훑어가는 소리가 다르듯, 소리의 형상은 천태만상이다. 고요와 정적이 감도는 어둠은 외로움과 고독을 소리 없이 부르고, 기쁨과 환희에 가득 찬 희망의 밝은 자리에는 웃음과 찬사가 곱되어 넘친다.

먹고 살기에 바빠서 뛰는 소리, 생명의 위험을 감지해 급해서 뛰는 소리. 자신도 모르게 기척 없이 숨어드는 죽음의 도둑고양이 발자국소리를 기억하고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거기다가 부와 권력이 아쉬워 하나뿐인 양심을 마치 폐 속의 짙은 가래처럼 뱉어버린 채 벌겋게 핏발세운 눈 얼마나 무서운지 알지 않은가.

원래 인간의 마음은 거친 자갈길이나 서릿발 돋은 음지, 찬 기운 감도는 곳을 피해 편안하고 따뜻한 양지 계곡으로 따라 돌지 않는가. 아무리 살기가 바빠도 지금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을 보면 어떠랴. 얼음판 같이 긴장된 얼굴로 바람 든 무처럼 찬바람은 들어 있지 않는지. 편안하고 따뜻한 양심의 기반위에 이웃과 사회를 위하는 여유로운 마음이 작은 미소로 나타나 있는지를.

이제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큰 돈, 큰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심 없이도 도란도란 정답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그리워하고. 복된 걸음으로 오는 소리는 쉼 없이 듣고 싶지만, 한 살이를 마감하고 떠나는 개인이나 지도자가 욕되게 가는 소리는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런 마음은 과욕일까?

너무 큰 것 보다는 소박하지만 알콩달콩 정답게 사는 삶, 사심 없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마음을 베푸는 그런 사회, 그런 국가를 설계하고 만들어 갈 줄 알고 참으로 화합과 통합을 이룰 줄 아는 진정한 정치지도자가 그립다.

비록 쓰다버린 더럽고 더러운 쓰레기나 폐기물까지 무엇이든 포용하고 함께하는 속 깊은 바다나, 크기를 어림잡을 수조차 없는 우주세계를 통솔하고 있는 하늘의 움직임은 늘 그 자리에 있어 한 걸음의 오고 감도 없기에 당연히 소리도 없지 않은가.

제발! 이번 4.15총선에서 소박한 지도자, 알콩달콩 살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줄 아는 그런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한껏 기대하고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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