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선인의 풍속-14

『조선경국전』은 조선 개국의 이념이자 강령이지만 석학 정도전의 정치 철학의 집대성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국가 형성의 기본을 논하여 조선왕조의 합당성을 설명하고 왕업의 지침을 거기에 적었으며, 동양의 전통적 관제에 따라 육전(六典)의 관할 사무를 규정하였으니 비로소 이(吏), 호(戶), 예(禮), 병(兵), 형(刑), 공(工) 등의 육조를 확정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삼봉(三峰) 정도전은 이성계의 명을 받아 새로 준공된 대궐의 이름을 비롯하여 무수히 많은 전각과 문루의 이름을 지어 올렸다.

정도전이 고하기를 “신에게 분부하시기를 ‘궁전의 이름을 지어서 나라와 더불어 한없이 아름답게 하라’ 하셨으므로 신이 분부를 받자와 삼가 손을 모으고 머리를 조아려 『시경(詩經)』「주아(周雅)」의 ‘덕에 배가 불러서 군자의 만년을, 빛나는 복을 빈다’라는 시를 외우며 새 궁궐의 이름을 ‘경복궁(景福宮)’ 이라 짓기를 청하오니 전하와 자손께서 만년 태평의 업을 누리시옵고 사방의 신민으로 하여금 길이 보고 느끼게 하옵니다.

‘근정전(勤政殿)과 근정문(勤政門)’에 대하여 말하오면 천하의 일은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부지런하지 못하면 페하게 됨은 필연적 이치입니다. 작은 일도 그러하온데 하물며 정사와 같은 큰일이겠습니까? 신은 이로써 ‘근정전과 근정문’이라 이름하기를 청하옵니다.

또 종묘의 대문을 ‘창엽문(蒼葉門)’이라고 명명했다. 창엽문의 창(蒼)자를 해자(解字:글자를 풀어서 해석하는 것)하면 十十·八·君의 합자이므로 ‘스물여덟 임금‘이라는 뜻이 된다. 또 엽(葉)을 해자하면 十十·世·十·八이 되므로 28세(世)라는 뜻이 된다.

조선을 통치한 임금은 27왕이지만, 왕조의 마지막 세자빈(世子嬪)으로 강제 간택되었던 이방자 여사가 세상을 떠나고 그녀의 위패가 종묘에 봉안됨으로써 위패의 봉안이 끝났는데, 그기에 왕위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영왕(英王) 이은(李垠)을 포함하여 28세로 조선왕조가 끝났다면 창엽문의 이름을 지은 정도전은 이미 600여 년 전에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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