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이번 21대 총선은 여야 모두 차기 대선(大選)의 초석을 까는 선거였다는 점에서 여느 선거와 성격이 좀 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야당 후보를 저격하여 제거하려는데 총력을 기울였으며, 야당인 미래통합당 역시 내부적으로 대선주자로 부상 가능한 당내 경쟁후보를 저격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총선의 결과에 대해서는 5:5나 6:4 정도로 대충 나눠져도 그런대로 무방할 것으로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결과 당명을 바꾼 미래통합당은 보수정당으로서의 가치와 이념이 흔들리는 정당이 되었고, 총선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이 180석(비례정당포함), 미래통합당이 103석(비례정당포함)을 얻어 보수정당의 참패로 매듭지어졌다. 그 주요 원인은 30~40%에 이르는 중도계층의 대다수가 보수정당의 오락가락 행태에 실망하여 등을 돌린데 있으며, 상대 좌파정당과의 싸움보다는 내부투쟁에 몰두하여 당 차원의 팀플레이보다는 장차 경쟁대상이 될 당내 특정인물을 쳐내고 자기 세력을 투입하기 위해 공천을 망친 것을 보고는 이 당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고 신뢰를 부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를 외쳐온 애국세력을 끌어안고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할 시기에 중도를 끌어안는다며 아무 영향력 없는 ‘유승민 세력’과의 당 통합에 주력하여 보수를 내부적으로 갈기갈기 찢고 사분오열시켰기 때문에 상당한 사표(死票)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었다. 승패를 좌우하는 수도권에서 미래통합당은 41%, 더불어민주당은 53%를 득표했는데도 획득한 의석수는 14석과 85석이어서 득표와 의석수 차이는 너무 컸다. 이 모든 책임과 비난의 근저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있다. 그는 당 대표로서 당의 발전을 위해 보여준 것은 별로 없었으며 과거 대통령직무대행이란 직함의 이미지만 갖고 있었던 것이다. 선거참패가 예견되자 모든 당직을 내려놓는다고 선언하고 무책임하게 홀연히 떠나버렸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형오 공천위원장을 통해 모든 잠재적 대선후보 경쟁자들을 험지로 축출하고 전략공천을 한다며 자기세력들을 심기에 바빴다. 이 놀음에서 대표적인 피해자가 당 대표를 두 번이나 하고 대통령 후보를 했던 홍준표였으며, 그 외에도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등은 모두 강제로 쫓겨난 사람들이다. 미래통합당이 이래놓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역사적으로 고난을 많이 겪은 한국인들은 스스로는 우유부단하고 눈치 보기를 잘 하지만 리더에 대해서는 도덕성 있고 부모같이 자식의 허물도 담아낼 수 있는 인간적인 리더십과 불의에 대해서는 강인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리더십을 원한다. 누구 할 것 없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기회주의 행동이다. 국민들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보짓을 하는 것이다. ‘세상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야당 후보 중 대선주자로 부상할 인물들이 황교안과 김형오 등의 공천 농단과 더불어민주당의 저격 끝에 모두 함께 정치현장에서 사라져 버렸고, 역으로 죽으라고 내친 홍준표만 살아 돌아왔다. 이로써 홍준표는 보수우파의 유일한 실낱같은 희망이 되었다. 왜냐하면 지도자는 누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새로운 인물이 대체재로 나타난다 해도 정치적 경륜을 갖추고 국민적 인정과 지지를 받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홍준표를 비롯한 김태호, 권성동 등 중진들의 복당 의사표명에 대해 미래통합당의 어느 중진의원은 이들의 복당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향후 대선을 앞두고는 생각할 수 있다며 일단은 거부나 유보의 입장을 표명하였다고 한다. 미래통합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증거다. 정국흐름의 객관적인 사실로 볼 때, 이들의 복당은 시간문제이겠지만 홍준표의 등장에 대한 거부반응으로도 볼 수 있어 향후 홍준표 리더십에 변화가 있지 않으면 큰 암초에 부딪힐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간 홍준표의 리더십과 관련하여 강인한 투쟁성과 불의에 대한 단호함 등에 있어서는 만족하면서도 덕이 부족하다는 게 흠이라는 평이 더러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국민들 속에서도 호불호가 심한 편이다. 희망은 어려운 환경일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이번선거에서 보수우파가 44% 이상으로 건전하게 살아있음이 확인되었다.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여 지지를 얻으면 차기 대권에서 보수정권의 탄생은 오히려 쉬울 수도 있다. 그 실낱같은 희망에 대한민국의 앞날을 걸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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