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기행-27

수필가 류준열

탄생(誕生), 성도(成道), 설법(說法), 열반(涅槃)의 성지(聖地) 돌아보며 예경(禮敬)하면 붓다의 가르침 듣는 게 된다고 하여, 시공(時空) 가로질러 무상 하나 품속에 안고 성스런 땅 위 내디디고 있다.

넓고 넓은 평지, 성스러운 룸비니 동산, 하늘과 땅 가리키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붓다의 첫 음성 들리지 않지만, 보리수 아래 노스님의 카랑카랑한 염불 나뭇잎 흔들며, 전생과 현생, 내생 바라보며 깊은 묵상에 빠져있다.

붓다 체향 머금은 탄생의 땅 가리키는 아소카왕 석주(石柱), 쇠락해 보이는 덩그런 마야데비사원, 전생인지 현생인지 도통 구분되지 않는, 몽롱하게 빠져드는 해질녘 한 때 내딛는 발길 앞 부딪히다.

마야부인, 붓다, 브라흐만, 천녀 어우러져 새겨진 조각상 아래, 붓다의 족적석(足跡石) 시퍼렇게 번쩍이다.

현세에 다시 환생하여 발걸음 내디디며 천상천하유아독존 외칠 것 같다.

새벽 동쪽하늘 샛별 머리에 이고, 붓다 홀연 더없는 정각(正覺) 이룰 때, 당시 나는 무엇이었을까.

삶의 지혜 팔만사천 경전을 설하는 음성, 사자후로 들리는 초전법륜(初傳法輪) 땅 위에서 경외감으로 거친 숨 내쉬다. 고집멸도(苦集滅道), 팔정도(八正道) 뇌까리면서 오고 가는 사람들 우뚝 솟은 크나큰 탑 돌면서 법의 수레바퀴 돌고 있는 녹야원 한 귀퉁이에서 허리 굽혀 예배드리다.

무상심심미묘법 사바세계 비추는 영원의 불빛이리라.

붓다의 육신(肉身) 오색영롱한 빛 내뿜으며 훨훨 탔던 열반의 땅, 온 사방 안개 바다다.

신비하고 엄숙한 기운 내뿜는 다비장 둘레, 2500년 전 세월 되돌아가 허우적거리다.

아무런 사념(思念) 일어나지 않고 그저 말없이 허우적거리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안개 휩싸여 이리저리 헤매는 발등 앞 여덟 개 사리탑 우뚝 서, 어둠으로 가득 찬 사바세계 비추고 있다.

열반에 든 와불(臥佛) 서방 극락정토 향하여, 자비 넘쳐흐르는 눈빛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열반사 경내, 곳곳에서 모여든 사바세계 순례자 빙 둘러 앉은 자리, 경외감으로 숨 턱턱 막히다.

붓다에게 삼배 드린 후, 무엄하게 붓다 발가락 발바닥 탐진치(貪瞋痴) 젖은 손으로 쓰다듬다.

가슴 울렁거리며 치솟는 희열, 손으로 번져오는 열기, 예경(禮敬)의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한다.

붓다 진신사리(眞身舍利) 안치된 원형 기둥 열반탑, 희열과 감격에 휩싸여 정신없이 돌다.

*불교 사성지(四聖地) : 네팔의 룸비니(탄생). 인도의 보드가야(성도), 사르나트(첫 설법), 쿠시나가라(열반)

-네팔인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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