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에게《도선비기》를 건네 준 도선대사

도선대사는 풍수지리의 대가요 왕건이 견훤, 궁예와 팽팽한 대결을 벌인 끝에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세우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인물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도선은 왕건이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왕이 될 인물이라고 예언하면서 그 아버지에게 천하통일의 비결을 적은 《도선비기》를 건네주었다 한다.

왕건과 도선의 인연은 《고려사》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을 보면 도선은 후백제 견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선의 출생과 활동무대는 견훤의 후백제 지역 전라도였다, 전라도 영암 구암리에서 태어났으며, 성은 김 씨이다. 도선의 생애에 관한 기록들은 후대의 윤색이 워낙 심해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가장 믿을 만한 자료는 도선이 죽은 지 252년이 지난 뒤에 최유청이 쓴 ‘옥룡사 선각국사비명’이다. 그러나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는 도선대사에 대한 기록이 한 줄도 없다. 유학자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는 물론, 승려인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에도 단 한 줄의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도선의 명성을 고려할 때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선각국사비명‘을 토대로 보면 도선은 827년 신라 덕흥왕 2년에 태어나 혜철의 제자가 되고 천도사에서 구족계를 받고 수도한 뒤 광양 백계산 옥룡사 주지로 35년간 있다가 898년 72세에 입적했다. 견훤은 도선이 입적하기 6년 전에 무진주(광주)에서 후백제의 왕이 되었다. 그 당시 왕건은 궁예의 신하로 22세였으며, 그로부터 20년 뒤 42세에 후삼국을 통일하고 왕위에 올랐다.

김관의가 편찬한《편년통곡》에는 도선이 ‘풍수지리설’을 깨친 것은 당나라 유학 시 풍수지리의 대가 당나라 승려인 ‘일행‘에게 배운 것이라 하는데, 일행은 도선이 태어나기 70여 년 전에 세상을 뜬 인물이며, 도선은 당나라에 유학한 적이 없었고, 풍수대가인 ’일행‘의 권위를 인용하기 위해 유학설이 나온 것으로 짐작된다.

도선의 스승 혜청, 그의 후임 경보, 최지몽은 모두 도선과 같은 영암출신으로 견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만약 도선의 ‘풍수지리’ 저술이 남아 있었다면 도선이 직접 전한 것이 아니라 이들을 통하여 왕건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 후 도선의 풍수지리설은 왕건의 세력 확대와 후삼국 통일에 활용이 되었고, 왕건과 도선의 인연을 후세에 창작되었을 것이다. 왕건이 남긴 ‘훈요십조’와 최유청의 ‘도선국사비명’에도 반영이 되었을 것이다.

도선의 저술로 알려진 《도선비기》《도선답산가》《도선밀기》《옥룡기》《송악명당기》 등이 있다 그러나 전하는 것은 없고, 모두 후대에 각색되어 지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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