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기행-28

수필가 류준열

히말라야 설산 다가가면 갈수록 너무 높다.

하늘 머리에 이고 천상과 소통하며, 높다고 큰소리치는 지상의 물체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고, 높다랗게 서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포카라 대지 위 발 돋우고 목을 빼어 봐도, 한 눈에 들어오지 않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저렇게 높이 서서 귀를 세우고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는지. 백색의 순수한 눈으로 지상에서 일어나는 세상사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흰 옷자락 펄럭이며 천 년 만 년 동안 묵상하며 언젠가 돌아올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지.

네팔 사랑코트 전망대 새해 새벽 별무리 점점이 뿌려지다.

뜨는 해 설산에 반추되어 형형색색 조화를 부리며 붉은 몸통 드러내다.

설산은 붉은 구름 왕관 쓰고 태고의 정적 깨우며 밝아오는 햇살 받아 새하얗게 빛나는 순백이 된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덩어리 마주보고 거대한 새벽 흰 옷자락 펄럭이며 나래를 펴다. 광대무변의 천공(天空) 향하고 있다.

천공의 햇살 받으며, 흰 옷자락 백설 그림자 살며시 내려와 페와호수에 잠긴다. 물고기 꼬리 닮은 설봉(雪峰) 그림자 물결 흔들며 호수 속 헤엄치다.

달무리 따라 우람한 물고기 꼬리 그림자 천상으로 올라가 흰 옷자락 휘날리고, 호수는 텅 빈 공허의 밤 지새우며 쓸쓸하게 출렁거리는 가슴이 된다.

언제나 먼발치로나 서로 바라보고, 합일의 순간 기다리며 언제까지나 그리워해야만 하는 게다.

*포카라 : 카트만두 북서쪽 약 200Km에 위치한 네팔 제2의 도시이자 최고의 휴양도시

*사랑코트전망대 : 포카라에서 히말라야 봉우리를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전망대

*페와호수 : 보트를 타며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로 안나푸로나 봉 가운데 물고기 꼬리 모양의 마차푸차레(6,977m) 정상을 볼 수 있는 곳

-네팔인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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