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소설가 김용수

4.배신

3,

태완이는 멋지게 군복을 입고 M16소총을 어깨에 멘 채 고향으로 내려와 신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자랑하면서 사랑을 고백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신자와 병식이는 이미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고, 태완이는 신자에게 병식이를 포기하고 자기에게 돌아와 달라고 간청하지만 신자의 대답은 냉랭하다.

“중학교도 중퇴한 니하고?, 나는 병식이가 좋다, 그리고 앞으로 병식이와 결혼 할 거다.”

“좋다 그라마 병식이가 없어도 병식이만 좋아 할끼가?”

“병식이는 항상 내 옆에 있어 주기로 약속했다. 나도 언제나 병식이 옆에 있을꺼다.“

”병식이가 없어도 병식이를 좋아 할끼가?‘

“병식이는 영원히 내 옆에 있을거다, 그렇게 둘이 맹세를 했다.”

“그래 그라마 내가 병식이를 없애 주께.”

태완이는 병식이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 댄 채 산으로 끌고 간다.

그제서야 신자가 울면서 따라 온다.

“태완아, 미안하데이, 병식이는 잘못이 없데이, 용서해 도...“

태완이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지나간다.

곧장 산길로 들어간 태완이는 병식이 뒤통수를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때리면서

“야, 이 새끼, 꿇어 앉아”

태완이는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과 같이 숨바꼭질 하면서 놀던 크다란 밤나무 밑에 병식이를 꿇어 앉힌다. “눈 감아, 총알이 날아와서 네 머리통을 부수는 것을 보지 않으려면 눈을 감아.”

총구는 병식이의 관자노리를 겨누고 있다.

병식이는 위험을 직감하였는지 는을 감으면서도 살려 달라고 손바닥을 비비면서 애원을 하지만 태완이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태완이가 신자를 보면서 묻는다.

“신자야, 지금 이 순간 결정을 해라 니는 누구를 사랑하노?”

신자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냉랭하다 못해 태완이의 아픈 곳을 건드린다.

“중학교도 못 나온 너 같은 애한테 어찌 내 한 평생을 맡길 수 있나, 나는 아무래도 니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라고 사실은 내가 병식이도 사랑하지 않는다. 군대 간다고 하길래 불쌍해서 좋다고 해 준 것뿐이다.

병식이가 죽던말던 나하고는 상관없으니 죽일테면 죽여라”

이 말에 병식이가 눈을 번쩍 뜬다.

“ 이 새끼 눈을 감으라 카이.”

하는 말과 동시에 태완이의 군화발이 병식이의 가슴을 냅다 걷어 찼고, 병식이는 갑자기 당한 발길질에 뒤로 나자빠 졌다가 황급히 일어나서 다시 꿇어 앉는다.

태완이는 신자 앞에서 비굴한 행동을 하는 병식이를 보자 갑자기 우쭐해 지는 느낌이 든다.

“신자야, 니 정말 병식이를 안 사랑하나?”

“야, 이 병신 새끼야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듣노?, 나는 니도, 병식이도 사랑하지 않는다.”

“신자야, 내가 니를 사랑한거 알잖아, 나는 정말로 니를 사랑한데이, 니도 나를 사랑했잖아?”

“사랑? 그게 어떻게 사랑이야?, 나는 처음부터 너를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코흘리개 같은 너를 친구로 생각한 적도 없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니는 누구를 사랑하노, 병식인지, 낸지, 아니면 둘 다 아닌지 지금 당장 말해봐라”

병식이가 갑자기 끼어든다.

“아이다 태완아, 나는 신자를 사랑하지 않는데이, 신자도 니를 사랑한다는 말을 내 한테 한 적이 있는 기라” “이 새끼 조용히 해!”

태완이의 M16소총 개머리판이 번쩍 하면서 무릎을 꿇고 있는 병식이의 관자놀이를 정확하게 가격한다.

병식이는 맥없이 푹 고꾸라지더니 후다닥 다시 일어나 무릎을 꿇고 앉는다.

신자가 소리를 지른다

“병신 새끼, 너는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인다. 내가 모를 줄 알고, 미친 놈, 내가 너를 사랑해? 너를 사랑하느니 역전 창녀가 되어 거지새끼나 영감쟁이하고 하던지 아니면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어 버리겠다.”

“신자야, 니 정말이가, 니 지금 농담하는 거제?”

“야이 병신 새끼야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 듣겠노, 바보새끼는 할 수 없다니까.”

태완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에이, 나쁜 계집애, 네 소원처럼 죽여주마.”

태완이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면서 동시에 들고 있던 M16소총으로 신자를 겨눈다.

신자가 눈을 지긋이 감는다.

그러나 태완이는 차마 신자를 쏠 수가 없다.

옆에서 무릎을 꿇고 피를 흘리고 있는 병식이를 쳐다 본다.

병식이의 눈 빛은 어서 신자를 쏘라고 말하고 있다..“개 자식” 

태완이의 총부리가 갑자기 병식이를 향하더니 불을 뿜는다. ‘뻥’

총소리는 산중의 고요한 적막을 깨고 천지를 흔든다.

총을 쏜 태완이는 눈을 감아 버린다.

총소리와 동시에 신자도, 병식이도 눈을 감는다.

그런데 총을 맞고 쓰러진 사람은 병식이가 아닌 신자다.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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