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0년 차인 어느 부부는 합의이혼을 했습니다.

결혼하고 살면서 항상 의견이 맞지 않아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았죠.

성격이 전혀 달랐던 두 사람은 아이가 없었다면 진작에 갈라섰을 것입니다.

자녀가 성인이 되자 더는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결국 이들은 의미 없는 싸움에 종지부를 찍고 서로의 생을 자유롭게 보내기로 하여 이혼을 결정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혼절차를 밟고 구청에서 나왔습니다. 그때 남자가 같이 저녁을 먹자는 말을 꺼냈습니다.

여자는 이혼해도 서로 철천지원수로 갈라서는 게 아니고, 어제까지 먹었던 밥을 오늘이라고 못 먹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기 시작하자 종업원이 생선구이 한 접시를 가지고 왔습니다.

남자는 바로 생선 한 점을 집어 여자에게 주었습니다. “먹어,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

뜻밖에 여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항상 이래! 항상 자기가 옳고 너무 가부장적이야. 항상 자기 혼자 결정하고 다른 사람 기분은 생각도 안 하지. 결혼한 지 40년이 됐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생선이란 걸 아직도 몰라?”

“당신은 항상 당신을 생각하는 내 마음을 몰라. 나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당신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단 말이야. 항상 당신에게 제일 좋은 것을 주고 싶었어. 알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생선탕수야”라며 목이 메었습니다.

이처럼 서로를 깊게 사랑했던 두 사람은 서로의 문제를 알지 못해 헤어졌습니다.

사랑이 문제일까요, 아니면 결혼이 문제일까요 ?

두 사람은 밥을 먹고 난 뒤 여자는 동쪽으로 남자는 서쪽으로 각자의 길을 갔습니다.

그들은 서로 전화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남자가 두 정거장을 지났을 때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여자의 전화였습니다. 그는 망설이다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집에 돌아와 밤새워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폐부 깊숙이 그를 괴롭혔습니다.

남자는 계속 고민하다 결국 고통을 삼키며 갓 이혼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신이 속으로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시 몇 번이나 계속 전화를 했더니 결국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것은 어떤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습니다. “여보세요 !”

남자는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울컥해서 전화를 끊으려 할 때 그 낯선 남자가 말했습니다.

“실례합니다만, 이 여자분 남편이십니까? 핸드폰에 남편이라 돼 있네요 !”

“네, 제가 남편입니다만 누구세요?”

“아, 저는 oo병원 의사인데요, 여기로 빨리 오셔야겠어요. 부인께서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응급 처치 중입니다 !”

남자는 날벼락을 맞은 듯 놀라 쏜살같이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여자는 남자와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멍하니 건널목을 건너다 차에 치인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의식을 잃기 전 남자에게 전화했지만 남자는 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의사 선생님, 저희 아내가 어떻게 된 건가요? 제발 좀 살려주십시오!”

남자는 이렇게 말하며 의사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의사는 황급히 남자를 일으켰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지금 수술 중인데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아 깨어난다 해도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남자는 텅 빈 병원 복도에서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며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응급실의 불이 꺼지고 의사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나와 남자에게 다가왔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내분은 내일 아침을 넘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들어와서 보십시오.”

남자는 자신의 잘난 자존심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가 상처를 안고 죽게 됐다는 생각에 비통해하며 병실로 들어섰습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는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온통 붕대로 감겨있었습니다.

마음이 찢어지는 듯 남자는 침대 앞으로 다가가 말했습니다.

“여보, 내가 늦었지 !”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여자의 손을 잡으려 할 때 남자는 놀랍게도 여자의 눈이 젖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두 줄기 눈물이 붕대를 적셨습니다. 여자의 입술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것처럼 떨렸습니다.

남자는 급히 귀를 대고 희미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나는 당신이 만든……면이 좋았어. 그리고……나는……당신을……” 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여자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여자는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남자는 더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펑펑 울었습니다.

한달 후, 남자는 집정리를 하던 중 서랍에서 보험증서를 발견했습니다.

가입일은 두 사람이 결혼한 몇일 후였고 수혜자는 남자였습니다.

“사랑하는 남편, 당신이 이 보험 증서를 발견했을 때, 나는 이 세상에 없을 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 읽고 남자는 눈물범벅이 되었습니다.

생명은 나약하고 인생은 짧습니다. 우리가 ‘사랑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까요?

체면이나 자존심 같은 것은 진정한 사랑과 생명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질 뿐입니다.

이와 같은 구구절절한 내용을 살펴 볼 때 하늘이 점지한 백년해로의 혼인이 얼마만큼 소중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왜 요즘 세상에는 이혼이 그렇게도 많은지 통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혼으로 하여금 일어나는 가정파탄과 사회적 문제가 얼마만큼 심각한지를 안다면 이혼만큼은 백번천번을 생각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가정을 파괴시키는 악날한 행위는 철저히 막아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혼만큼은 백번천번을 생각하고 자제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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