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주 교육학 박사경남연합신문 논설위원초등교육 코칭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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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 코끼리가 거미줄에 걸렸네. 신나게 그네를 탔다네. 너무너무 재미가 좋아좋아 랄랄라. 다른 친구 코끼리를 불렀네.”

5학년 교실에 코끼리 인형을 들고 들어가서 이 노래를 먼저 들려주었다. 유치원때 배운 노래인지라 큰 소리로 따라 부른다. 다섯 마리의 코끼리가 거미줄에서 그네를 타다가 꽈당 넘어지는 노래다. 말도 안 되는 노래이지만 리듬이 재미있다고 한다.

“다섯 마리나 되니까 줄이 당연히 끊어지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그럼 우리들은 어떤 거미줄에 걸려있을까요?”

아이들이 매달리고 싶은 거미줄은 무엇인지 찾아보자고 과제를 주었다. 대부분 ‘휴대폰’이라고 답한다. 그 말을 넣어 노랫말을 바꾸어 불렀다.

“우리 반 철수가 휴대폰에 걸렸네. 신나게 게임을 했다네. 너무너무 재미가 좋아좋아 랄랄라. 다른 친구 민주를 불렀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걸리면 놓을 수가 없다. 하교 시간에 복도 한쪽에는 휴대톤 게임에 열중하느라 삼삼오오 모여앉은 아이들을 볼 수 있다. 휴대폰게임에는 꼼찍 못하고 걸려든다. 입시학원 골목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청소년들을 보게 된다. 금연교육을 충분히 받았기에 담배가 안 좋은 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소외 받기 싫어서 담배를 장난으로 피우게 된다고 한다. 장난으로 시작한 나쁜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재미있어한다. 친구끼리 당당하게 욕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걸고 걷는다. 욕을 써야 친구가 생긴다고 한다.

집단 괴롭힘도 그렇게 일어난다.

“그 아이가 그렇게 힘들어할 줄 몰랐어요.”

아이들은 한두 번 그랬다고 하지만 당한 아이는 죽음과도 같다. 애써 지어둔 거미의 줄을 마음대로 갖고 놀다가 망가뜨리는 코끼리는 어떤 마음일까?

엄마들은 드라마에 잘 걸린다고 아이들은 말한다.

“어쩌다 엄마와 같이 드라마를 보다가 보면 끝까지 보게 돼요.”

멈출 줄을 모르고 전 가족이 같이 보게 된다고 한다.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거미줄은 무엇일까?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인지도 모르고 올라가다가 떨어져 죽게 된다. 우선 보기에 튼튼해 보인다고 실제로 튼튼한 것도 아니다. 지금 당장 재미있다고 해서 앞뒤 따지지도 않고 덤벼들다가 낭패를 당할 수가 있다.

당장의 이익이나 재미에 빠져서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누구나 범할 수 있다. 어른의 눈에는 거미줄로 보이는데 사춘기 아이들 눈에는 재미있는 동아줄로 보이기도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게 거미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그 줄에 매달리지 않을 거다. 친구들도 부르지 않을 거다. 내가 들었다고 모두 진실이 아니고, 보았다고 다 믿을 게 아닌 거다, 어쩌면 한 세대가 바뀌고 나면 아무 소용 없이 툭 끊어질지도 모를 것들을 우리가 붙잡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술이나 담배뿐만 아니라 경마, 도박 싸이트 등, 어른들도 거미줄에 잘 걸려든다. 친구가 산 명품백이 부러워 공금을 횡령한 여직원의 이야기도 있다.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갈라서 황금을 꺼내어 투기하다가 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우리가 누리는 작은 행복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행복과 명예를 쫓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남의 거미줄 잡고 노느라 자기가 가진 커다란 코끼리의 능력을 망각하고 살지나 않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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