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수사 악연’ 朴-尹 구원 풀까…관계 재설정 주목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말 특별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5년 만에 국민 앞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24일 오전 8시 32분께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나서며 건강 상태에 대해서만 짤막하게 언급한 뒤 자리를 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언급은 물론 정치적 메시지를 일절 내놓지 않았다.

건강 상태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는 미소를 지으며 “많이 회복됐다.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라며 “많이 염려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고 거듭 밝혔다.

이어 “지난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신 삼성병원 의료진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이 ‘앞으로 계획이 무엇인가’, ‘국민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나’, ‘대구 사저에만 있을 것인가’ 등의 질문을 이어갔으나, 더이상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선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동작구 국립현충원으로 이동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한 뒤 한 차례 더 인사말을 할 예정이나,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윤 당선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더 많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국정농단 수사 악연’과 무관치 않다.

윤 당선인은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다.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돼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이끌어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2년에는 윤 당선인이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의혹 수사 당시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사실상 좌천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그해 10월 윤 당선인이 국정감사장에서 박근혜 정권과의 갈등을 폭로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 측은 대선 기간 특별사면된 박 전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 대한 언급을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박 전 대통령의 언급이 대구·경북(TK) 지역을 비롯해 강경 보수층 표심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윤 당선인은 지난 연말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늦었지만 환영한다. 건강이 좀 안 좋으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라겠다”고 언급했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언급만 되풀이하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조만간 박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사저를 찾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윤 당선인은 통의동 집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퇴원 관련 질문을 받고 “건강이 회복돼서 사저에 가시게 돼서 아주 다행이고, 저도 내주부터 지방을 좀 가볼까 하는데 퇴원하셨다니까 한번 찾아뵐 계획을 갖고 있다”며 “사저로 가셨다고 해도 건강이 어떠신지 살펴봐서, 괜찮으시다고 하면 찾아뵐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 측과 사전 일정 조율을 거쳐 내달 중 대구 사저를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에게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직접 요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박 전 대통령의 화답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관례상 대통령 취임식에는 전직 대통령을 초청해 왔으며, 현재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윤 당선인도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할지 묻는 말에 “원래 전직 대통령 다 모시게 돼 있잖아요. 당연히”라며 초청 의사를 밝혔다.

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 진영내 결속과 통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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