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거 다 알아요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논설위원(문학)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

·논설위원(문학)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가끔 교육마술을 쓰는 편이다.

“그 마술 나도 알아요. 그거 쉬워요. 그것도 마술이라고 하나요? 사기 아닌가요?”

하고 빈정대는 아이를 만나면 당황스럽다.

“아, 그렇구나. 네가 안다니 반갑다. 네가 시범을 좀 보여줄래?”

라고 말하면 아이는 당황하면서 바로 거절한다. 마술 시범을 보이면 신기해하면서도 그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빈정거리며 반응이 적은 경우가 더러있다. 고학년 교실에서 특히 그렇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이 많기에 다양한 감정반응들이 나온다. 해법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자기가 시연하지 못한다. 어쩌다 시연할 수 있는 아이가 있으면 칭찬 격려의 기회로 삼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적어보라고 하면 머뭇거리다가도 10가지 정도 적어보라고 하면 쓱쓱 적는다. 가족, 친구, 교과서 내용 등을 다양하게 적는다. 장미, 민들레, 단풍나무, 은행나무도 적는다.

“친구에 대해서 자세히 적어볼까요?”

단짝 친구가 있는 아이는 금방 적는다. 머뭇거리는 아이에게는 가족 중 한 명을 정해서 적게 한다. 자기가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 좋아하는 책, 추억이 있는 장소, 좋아하는 캐릭터 등을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정보의 양이 아주 적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방탄소년단 사진을 보여주면 열광한다. 뷔나 지민 등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반면 나는 이들에 대해 전혀 모른다. 방탄소년단 얼굴이 모두 비슷해서 누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 아는 척했다가는 호되게 당할 수도 있다. 캐릭터 사진 묶음을 흔들어 보이기도 하는 아이들을 뭐라고 할 수가 없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할 수 밖에.

“네 삼촌의 이름은 아니?”

순간,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한다.

“명절 때마다 너희들에게 용돈을 주시며 칭찬해주시는 큰아버지의 이름은 알고 있니?”

이름이 삼촌이고 숙모라고만 한다. 명절 때나 할머니 생신 때 모여 사촌들과 뛰어놀며 맛있는 거 먹고 헤어지는 게 전부인 아이들이다. 용돈의 액수로 친척의 가치를 저울질하기도 한다. 족보를 내놓고 가족의 내력을 말하고자 하면 핸드폰을 들고 구석으로 도망치는 아이들이다. 사촌과 같이 휴대전화기 게임을 구경하면서 웃고 노는 걸 더 즐거워하는 아이들이다.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어 유머라고 던지면 ‘아제 게그’라며 썰렁하다고 저리 가라는 눈치가 강하다.

그래도 숙모가 내놓는 마술은 신기해한다. 학교에서 보거나 배운 적도 있다는 조카들 앞에 마술 시연을 한다. 알고 있지만 재미있다는 표현을 하며 저들도 따라 시연해 보고자 애를 쓴다. 가르쳐달라고 떼를 쓰기도 하며, 잘 안되고 실패하면서 난감해하며 웃는다.

“내가 안다는 것이 중요하니? 해보는 것이 중요하니?”

내가 안다는 것에 가려서 해보지도 않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에게 ‘아는 느낌을 내려놓는 경험을 해보라.’라고 말한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느낌일 뿐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상대에 대한 마음 문이 열리는 것이다. 내가 아는 마술이라도 호기심을 가지고 시연하는 방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아는 것보다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함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상대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무언지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척이 함께 어울려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문화가 필요하다. 자기가 안다고 재면서 상대를 낮추어 보는 태도보다는 알아도 모르는 척도 하면서 배움에 임하는 자세는 어떨까? 상대의 마음에 공감해주면서 겸손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지는 건 어떨까?

‘내가 아는 것이 진짜 아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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