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도망가버리면 어쩌죠?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

·논설위원(문학)






쉬는 시간 종이 친다. 

2학년 민주는 오늘도 학교 안 공중전화기를 누르고 있다.

"엄마, 친구가 나를 째려봤어. 기분이 나빠."전화기 너머 엄마는 속상하다는 투로 대답이 온다. 

내가 전화를 바꿔서 엄마에게 일단 내가 먼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수업 마친 후 엄마와 통화를 했다. 아이가 친구 관계가 좋지 않아서 걱정이란다. 친구들이 아이를 어떻게 대하길래 이런 전화를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다.

"민주는 쉬는 시간마다 엄마와 통화를 하고 싶어 해요."엄마는 민주가 전화를 자주 해서 귀찮다고 한다. 학교에 있었던 일을 일일이 보고를 한단다. 아이의 대화를 들어보면 별일이 아닌 것도 시시콜콜 다 말해서 귀찮다고 한다. 

아이 말을 다 듣다가 보면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아 속이 상한 적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전화를 안 받겠다 한다. 민주의 엄마는 베트남에서 오신 분이다. 

"선생님, 핸드폰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엄마가 학교 전화는 안 받으니 내 전화를 받을 거라고 하며 빌려달라고 한다. 내일 준비물을 미리 좀 챙겨달라고 부탁할 거란다. 집에 가서 말하면 늦어지고 또 잊어버릴까 싶어 두렵단다. 

엄마가 글을 잘 못 읽으니 말로 해야 통한다는 것이다. 

엄마와 통화를 한 아이의 표정이 환해진다. 점심시간에 아이와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다.

"사실은요, 현주네처럼 엄마가 도망가버릴까 봐 걱정돼요."하며 펑펑 운다. 아빠랑 싸우는 걸 보면서 민주의 불안은 시작된 듯하다. 

민주가 착하게 말을 잘 들으니 엄마는 도망 안 가고 오래 살 거라고 했지만 영 불안하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수업 시간에 가끔 하늘을 쳐다보며 멍할 때가 있다. 전화를 자주 하는 이유는 엄마가 도망갔을까 봐 확인하려는 걸로 보인다. 아이는 불안해서 학교생활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편이다. 내 주변에서 맴돌며 눈치를 많이 보기도 한다. 

친구들과 놀러 가라고 떠밀면 마지못해 나가다가도 문 앞에서 서성거린다. 엄마와 통화를 했다. 

"사실, 내가 여기에 오래 살 수 있을지 불안하기는 해요. 그러나 아이 앞에서는 그런 말을 안 하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민주 때문에 살아요. "민주 엄마의 불안심리가 아이에게 전염이 된 듯하다. 

이런 엄마를 챙기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엄마 친구가 현주를 두고 집을 떠나 버린 일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다. 우리 부모들은 가끔 내 아이가 말썽을 부리지 않고 착하다는 걸로 안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집에서 애어른이라는 말을 하면서 나약한 엄마의 보호자로 삼을 수도 있다.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우울감 및 불안감을 가진 부모를 아이는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그래서 부모를 힘들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는 부모를 정서적으로 감싸는 보호자가 된다. 

민주는 부모를 챙겨야 한다는 강박감에 수시로 전화하는 습관이 생겼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는 엄마가 도망가버리면 어쩌나 싶은 불안감이 더 크다. 

엄마도 이런 아이를 보며 피해의식을 느끼기도 하며 전전긍긍하는 수가 많아 불안하다. 친구와 싸우고 울면서 짜증을 내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받아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제를 호소했을 때만 지나친 관심을 보이다 보면 사사건건 문제호소를 자주 하는 아이가 될 수도 있다. 아이의 실수도 눈물도 인정하고 받아주면서 충분히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자세라고 본다. 자기감정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옮겨가지 않도록 부모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도록 애를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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