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여가에 폰 보고 있어

수필가 조문주(법명 조해인)

교육학 박사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

 

 

 

 

 

아이와 미로 찾기를 한다. 친구가 목각으로 미로를 만들면 다른 친구가 작은 로봇인형을 움직여서 그 미로에서 탈출하는 놀이이다. 작은 학교 저학년 수업을 하면서 시도해보았다. 각각의 로봇인형을 출발점에 세워둔다. 인형이 자기들 이야기를 하면서 미로를 찾아가는데 아이들의 대화가 재미있다.

“이 길을 찾으려면 네비게이션이 필요하군.”

하면서 가짜 폰의 네비게이션을 켜기도 한다.

한 아이가 미로를 만들 동안 다른 로봇은 기다려야 한다.

“쉬는 동안에 폰이나 보고 있어.”하고 말한다.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나온다.

어느새 아이들 여가시간을 폰이 차지해버린 것이다. 학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각자 자기 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방과 후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폰을 보고 있다. 복도에 놓인 책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뒤에서 들여다보면 대부분 폰 게임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는 폰을 갖고 있다. 수업을 마치면 폰부터 먼저 꺼낸다. 길을 가면서도 폰을 들여다보다가 길턱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길을 건널 때는 절대로 보지 못하게 안전교육을 시키고 있다. 집에서도 식탁에서조차 폰을 놓지 못한다. 아버지도 아들도 각자의 폰을 토닥이는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은 잊은 지 오래다.

“하루에 폰 보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요?”

보통 하루에 두세 시간 이상 손에서 놓지 않고 본다고 한다. 부모님께 들키지 않으려고 이불 뒤집어서 써 가며 밤늦도록 폰을 갖고 노는 아이도 있다. 이 아이는 주의가 산만한 편이다. 글쓰기를 귀찮아하고 수업집중력이 낮다. 폰 보는 시간이 많을수록 주의 집중력이 낮은 편이다. 이는 학습 능력이 낮아지고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쉬는 여가에 책을 읽는 사람?”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아침 독서 시간에만 아이들은 겨우 책을 읽는다. 쉬는 여가에도 모여앉아 폰을 가지고 노는데 말릴 수가 없다. 어느새 폰은 개인 소지품이 되어서 거둬들일 수도 없다. 수업 시간에만 금지하고 있다.

“폰에서 검색하면 답이 다 나오는데 왜 책을 꼭 읽어야 하나요?”

길 안내에서부터 음식 레시피 등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면 바로 쏟아진다. 백과사전을 펼칠 필요가 없다. 국어사전 영어사전도 필요가 없다.

“똑똑해진다고 해.”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온 아이는 학습 집중력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학업성취도가 대체로 높은 편이다.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고 공감 능력도 뛰어나다. 이 아이의 가정환경을 알아보면 부모도 책을 즐겨 읽는다고 한다. 주말에는 아이와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르고 틈나는 대로 책을 즐겨 읽는다. 아이와 독서 대화도 많이 하는 편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어른이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아이는 그대로 따라 하고 흉내 낸다.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엄마 아빠가 먼저 읽어야 한다. 부모는 폰을 즐겨보면서 아이에게 폰을 그만 보라고 할 수 없다. 방과 후 활동이나 학원 스케줄이 빡빡한 아이에게 폰 그만 보고 독서하라고 할 수는 더더욱 어렵다. 아이에게 독서할 수 있는 스케줄을 많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독서가 습관이 되도록 안내해야 한다. 폰보다 책이 더 좋다는 말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기다리는 동안에 책 읽고 있어.”

독서가 복잡한 인생의 미로에서 길을 더 잘 찾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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