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인지 해우소인지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

·논설위원(문학)

 

 

 

 

 

“민주가 자리에 안 보이네? 어디 갔을까?”

1학년 민주는 입학하면서부터 수업 종이 쳐도 교실에 들어오지 않는다.

많은 교원이 비상 동원되어 아이를 찾아 나선다. 강당 한 쪽이나 빈 교실이나 도서실 등에서 웅크리고 있기도 하다. 겨우 찾아 교실에 앉혀 두면 뒷문을 열고 살그머니 또 도망을 친다. 늘 긴장시키는 아이다. 요즘은 화장실에서 찾는다.

화장실 문을 모두 두들겨 보고 응답이 없이 잠겨있으면 벽을 넘어서 본다. 민주가 씽긋 웃으며 쳐다본다.

“거기서 안 나오고 뭘 했니?”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었다고 하는데 달리 할 말이 없다.

꼬옥 안아주며 “네가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단다.” 하니 아이는 울먹인다.

어느 날부터 매시간 화장실에서 노는 아이는 민주였다.

“선생님, 화장실에 큰일 났어요.”

젊다는 이유로 교직의 반은 6학년 담임을 했었다. 고학년이라 화장실이 청소 구역으로 정해진다. 청소하시는 분이 따로 없다. 아이들이 청소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큰 사건처리는 늘 내 몫이다. 수업 중에도 화장실 신고가 들어오면 코를 막고 물 떠서 달려가야 한다. 냄새가 지독하다. 그걸 보지 않으려고 눈은 게슴츠레 뜨고서 일을 처리해야 했다. 나는 학교에 수업하러 오기보다 화장실 청소하러 오는 사람 같았다. 벽에다 그걸 칠을 하는 아이도 있다. 그걸 솔로 닦고 물로 씻어내야 한다.

관리를 잘하니 아이들은 우리 화장실이 깨끗하다며 멀리서도 몰려든다. 화장실 옆 교실이라 쉬는 시간에 보초를 세우며 관리를 하기도 했다. 그때도 스트레스를 풀러 화장실에 숨는 아이들이 있었다. 잠긴 문을 흔들어 쫓아내기도 했다.

“화장실은 화장하는 곳이라는 말이죠?”

요즘 화장실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 있다. 학교마다 청소 관리하시는 분이 따로 계시기 때문이다. 냄새도 안 난다. 아이들이 한 곳에 두 명씩 들어가서 수다를 떨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이곳은 용변 보기보다 손을 씻고 거울 보며 머리 빗고 양치하는 곳이다. 좌변기가 따뜻하게 데워져 있어 엉덩이에 닿는 느낌도 좋다. 화장실 가면 행복해진다는 아이들이다.

용변이 급하다는 아이를 수업 중이라고 안 보낼 수가 없다. 그래도 두 명을 동시에 보내면 안 된다. 같이 수다 떠느라고 아예 수업에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눈가가 붉어지는 아이는 친구와 같이 화장실에 보낸다. 화장실은 속상할 때 실컷 울다가 나올 수 있는 해우소(?)의 역할도 한다. 이때는 모른 척 눈감아준다. 아이들의 휴게 공간이기에 마음을 쉬게 할 수도 있는 거다, 가끔 교사가 안에 있는 줄 모르고 밖에서 교사의 험담을 늘어놓다가 들키기도 하는 곳이다.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지기도 하는 곳이다.

손가락이 다섯 개라는 걸 헤아릴 줄 모르고 자기 이름만 겨우 아는 1학년 민주는 단골손님이다. 한국말을 모르는 엄마 손을 놓고 학교에 오는 게 두렵다. 친구들과 놀다가도 수업 종이 치면 화장실에 와서 얼쩡댄다. 재미있는 놀이 수업이 아니면 영 싫다. 교실에서 빠져나와 거울을 보며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방긋 웃는 민주는 귀여운 공주다. 머리 장식을 여기저기 꽂아보고 여러 가지 머리띠를 쓰고 춤을 춘다. 누군가 큰일을 보느라 냄새를 풍겨도 좋다. 여기는 민주의 화장실이며 해우소다. 멀리 도망가지 않고 화장실에만 있으니 차라리 낫다는 담임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민주를 안아주고 달래준다.

2학기가 되니 민주는 화장실에 잘 보이지 않았다. 교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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