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명상의 시간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

·논설위원(문학)

 

 

“명상하면서 마음을 비우라는데요. 자꾸 졸려요.”

가끔 아이들과 수업하는 중에 명상의 시간을 운영한다. 첫 교시 수업 전에 편이다. 시낭송명상을 주로 하면서 가끔 ‘내 안의 움직임’ 느껴보기도 하고 멈추었을 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무 생각 없이 텅 빈 마음으로 고요히 명상에 들어보자고 한다.

이 ‘마음 비우기’ 명상을 제일 힘들어한다. 눈은 떠도 되고 감아도 되나 마음이 요란해질 듯하면 가볍게 감으라고 한다.

“눈을 감으면 잠을 자라는 건가요?”

라며 눈 감고 잠자는 시늉을 하면서 억지를 부리는 아이도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이 떠오르는 걸 지켜보기만 하자고 한다. 온갖 생각이 다 떠오른다고 아우성친다. 눈을 억지로 꼭 감고 있느라 애를 쓰는 아이, 아예 엎드리는 아이, 졸린 척하며 끄덕이는 아이,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주변 눈치를 살피는 아이 등 각양각색이다. 손가락을 세우며 가부좌부터 트는 아이도 있다.

“오직 호흡에만 집중하고 다른 생각은 그냥 내 버려두세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자기 호흡에만 집중하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걸 나레이션으로 들려준다. 정신적인 안정과 내면의 평화를 찾아보자고 안내하면서 진행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 마음 정리를 하면서 어떤 느낌인지 묻는다.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니 더 생각이 많이 나던데요.”

가족 생각, 마치고 체육 할 생각, 전 학년에서 친구가 웃었던 생각 등등 각자 다양하게 말한다. 마음속에 희로애락이 가득한 아이들이다. 명상은 어른도 쉽지 않아 명상센터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마음 비우기를 왜 해야 하는지를 물으니 한 아이가 자신 있게 말한다.

“컵에 사이다를 부으려면 안에 든 콜라를 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이 아이는 부모님과 명상의 시간을 가끔 가진다고 한다. 콜라 비우기가 쉽지 않다는 걸 이야기하며 웃는다. 억지로 콜라를 버리라고 하면 더 생각난다는 것이다. 이때 콜라는 내가 버리거나 바꾸고 싶은 마음 색깔이라고 한다.

원불교 주산 종사님께 한 교도가 물었다.

“텅 비우고 생각 없이 고요해지려면 잠을 자면 되는데 왜 졸림을 참아가며 명상을 해야 합니까?” 주산 종사 말씀하시기를 “그러면 너는 너의 꿈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느냐?” 라고 하셨다고 한다. 잠을 잔다는 건 깨어있는 마음이 아니라는 거다. 깨어있는 상태에서 마음을 챙기는 거다. 명상을 통해 마음 근육을 키워 마음 사용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하면 아이들은 어느 정도 알아듣는다. 평소에 도덕 시간이나 여가 시간마다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사용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아는 아이들이다. 물론 아는 만큼 잘 실천한다는 뜻은 아니다. 명상이 쉽지 않다는 걸 아는 아이들이다.

눈을 떠서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참으로 바쁜 아이들이다. 잠시라도 시간이 비면 그 시간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게임을 해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 아이들이다. 핸드폰을 빼앗거나 그만하라고 하면 째려보는 눈빛이 무섭기까지 하다. 수업이 아니지 않느냐며 따지는 눈치다. 친구들과 엉겨 붙어 싸우기도 하고 험한 말을 하여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아이들이다.

명상이란 말보다는 ‘잠깐 멈추기’란 말이 더 잘 먹힌다. 화가 나서 길길이 뛰는 아이를 안고서 호흡 헤아리기를 시켜준다. 그리고 어떤 마음이 남아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마음속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주고 받아주면 거의 해결이 된다. 내 속에 어떤 불편한 감정이 치솟아 오를 때 일단 멈추기를 하는 것도 명상이라고 한다.

명상의 종류나 방법은 다양하다. 교실에서의 명상은 어떤 마음인지를 알아차리고 멈출 줄 아는 마음 근육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둔다. 오늘도 아이들과 잘 멈추었는지를 챙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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