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단상

논설위원 하영갑

지구가 플라스틱으로 채워지고 있다. 인간은 그를 안고 감고 쓰고 둘러메고 떠받히고 심지어 살 속까지 집어 넣어가며 살다가 아무 거리낌 없이 쓰레기로 싸서 버린다. 또한 그 속에서 희로애락하며 살고 있다. 더욱이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먹고 산다는데 경각심을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가는 제 명대로 살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종국에는 플라스틱을 먹어가며 공해에 찌들어 사는 돌연변이 인간으로 진화 하든지 아니면 이로 인해 멸종되고 말 것 아닌지 두려움이 앞선다.

나는 세계인이 사용하고 있는 갖가지 생활용품들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시장을 구경하기 위해 1982년에 문을 연 중국 저장성 이우시에 있는 ‘국제상무성 國際商務城’을 둘러보았다. 1구(區)~5구까지 7만개가 넘는 매장 상품들. 그 곳에서는 순수 면과 실크용품은 찾기 힘들었고 대부분 플라스틱제품으로 가득 찼다. 여기서 거래된 물품들이 전 세계시장으로 팔려 나가는 것만도 1년에 약 1,200조원 정도란다.

하루 5시간 정도로 3일을 그냥 스쳐만 지나가도 다 볼 수가 없으며 택시를 이용하여 구간을 다니기도 쉽지 않은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국가들이 플라스틱 용품사용을 금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중대한 일이다. 친환경 생필품보다는 편리하고 값싼 플라스틱 물건을 거리낌 없이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이용하고 난 폐플라스틱의 마지막은 하늘과 땅 바다의 생태계까지 돌이킬 수 없이 파괴시키는 엄청난 위력을 떨치게 되어 인간은 물론 지구상의 생명체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현재의 상황 몇 가지만 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년에 버리는 플라스틱 사용량만도 132.7t이며, 자신도 모르게 먹는 플라스틱 양은 매주 5g으로 신용카드 1장 정도의 양이란다. 한 달이면 옷걸이 한 개 분량을 먹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기간도 비닐봉지는 20년 이상,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은 500년 이상. 1회용 컵은 20년 이상, 칫솔 하나는 100년 이상 걸려야 분해된다지만 설령 분해될지라도 그 후 과연 어디로 가는가. 이 모두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소비자나 생산자의 필수적 인식전환이 우선되어 자연환경 오염을 예방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맑은 공기와 맑은 물, 저 아름답고 따사로운 햇살이 아깝지도 않은가? 살랑살랑 부는 실바람이 그립지도 않은가? 짙은 녹색의 초목이 추는 춤을 보고 싶지도 않은가. 귓가에 울려 스미는 귀뚜라미와 새소리가 듣고 싶지 않은지. 걷고 걷다가 목마르면 흘러가는 냇물이나 계곡물을 엎드려 마시고 싶지 않은지. 아들 딸, 손 자녀가 맨발로 깔깔거리며 뛰노는 모습이 보고 싶지도 않은가. 우리가 현재 아무 거리낌 없이 먹는 먹을거리 채소나 과일, 생선 육 고기 역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날들이 얼마나 될지 걱정스럽다.

이런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불편함과 고통을 무릅쓰고라도 의 · 식 · 주는 물론 생활의 전반적인 양상을 자연친화적 생활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한 노력은 물론 생산자도 소비자도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1회용품부터 갖가지 물품의 포장지는 물론 의류나 침구, 건축자재까지 자연친화적 재료로 바꾸는데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인간 행복의 기본인 먹고 숨 쉬는 것만큼은 청정해야 되지 않겠는가. 제발 물품의 가격에 다소 부담이 될지라도 포장이나 이송에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후손들이 건강하게 태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루 빨리 그 대책을 찾자. 죽제품이나 짚 보리 공예품 용기들과 종이 건빵 봉지가 그립기만 하다. 혹여 우리 아이들이 땅위의 풀 나무나 생명체를 플라스틱으로 오인하여 그리는 그림.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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