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약초

한 동네에 곽향(藿香)이라는 여자가 오빠와 같이 살았다. 오빠는 어른이 되어 결혼하게 되었는데, 결혼해서도 동생인 곽향과 함께 살았다.

그러던 어느 해, 곽향의 오빠가 전쟁터에 끌려가게 되었다. 곽향과 올케는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살갑게 지냈다. 서로 맛있는 것도 나누어 먹고 친자매처럼 지내어, 동네에서도 소문난 우애를 자랑했다.

어느 여름날, 올케가 더위를 먹어 토사곽란 증세로 머리가 어지럽고 아파하며 구토를 해대었다. 의원에게 데려갔지만, 더 심해지는 것이었다. 그때 곽향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곽향의 오빠가 어렸을 적에 어떤 풀로 구토할 때 복용하면 좋다고 알려주었던 기억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곽향은 산으로 달려갔다. 올케언니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 풀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흘러도 곽향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올케는 곽향을 찾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집으로 나섰다.

10월경의 방아풀 /  약재로 쓰는 곽향 (사진 제공 강신근교수)
10월경의 방아풀 / 약재로 쓰는 곽향 (사진 제공 강신근교수)

잠시 후 올케는 산으로 가는 길 못에서 쓰려져 있는 곽향을 발견하였다. 곽향은 얼굴이 검붉게 변한 채 숨을 겨우 몰아쉬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이지 묻자, 곽향은 약초를 캐다가 독사에게 물렸다고 흐느끼면서 이야기했다. 올케는 다급히 독을 빨아내려고 하였는데 곽향은 언니마저 독에 중독될 것이니 빨아내지 못하게 하였다.

올케는 오빠가 전쟁터에 나가면서 동생을 부탁하였는데, 이럴 수는 없다면서 동생을 밀치고 독을 빨아내었다. 그러나 중독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결국 곽향은 죽고 말았다. 올케 역시 죽을 지경이 되었다.

날이 밝자 지나가던 사람들에 의해서 올케가 발견되었는데, 그녀는 거의 죽기 직전이었다. 올케는 이 풀은 더위를 먹은 것을 치료하고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시누이인 곽향이 캔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

사람들은 곽향이 캐온 약재를 실험 삼아 사용해 보고, 과연 뛰어난 효과를 지닌 약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숭고한 곽향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서 이름을 곽향(藿香)’이라고 지었다.

이 약초는 잎이 콩의 잎을 닮아 콩의 뜻인 ()’과 향이 난다고 해서 ()’을 합해 곽향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 옮겨온 글 : 한의사 최현명의 재미있는 한약 이야기-

 

방아풀은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꿀풀과 다년생 풀로서 경상도 전라도 바닷가에 즐겨 먹는 장엇국의 비린내를 없애는 양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향이 독특하며 병충해에 강하고 특히 아무 데서나 막라자는 강인함을 가졌다. 하지만 들가에 잘 자라던 이 방아풀은 젊은이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잡초로 전락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지리산 약초 상인들에게는 아직도 귀한 대접을 받아 1kg30,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방아풀의 다른 이름은 배초향, 곽향, 깨풀, 방아, 방애 등으로 불리며, 맛은 맵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여 심장, 폐장, 비장, 위장으로 들어가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위장의 기운을 보충해주며, 악취를 제거하고, 습열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7월의 방아풀 / 양념 용도 (사진제공 강신근교수)
7월의 방아풀 / 양념 용도 (사진제공 강신근교수)

농업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원장 김강권) 신소재연구실(실장 조강진)은 국내 자생 생물자원 중 식용 가능한 식물 24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방아 풀에 페놀 화합물인 로즈마린산(황산화 물질로 치매 예방, 항염증 효과 뛰어나 복부 내장지방 제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하여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실은 특히 방아 풀의 항산력(抗酸力 : 세포의 노화를 막아주는 개념)이 현재까지 알려진 서양 식물 세이지(Sage : 서양에서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며,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활성 산소를 제거하여 노화를 방지하는 식물)보다 3배 정도, 로즈마리와는 비슷한 수준으로 보였다고 한다. 로즈마린산은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독성물질인 활성 산소를 제거함으로써 인체의 노화와 암, 동맥경화 등 각종 질병을 예방해 주는 천연 항산화 물질이다.

방아 풀의 어린 순과 잎은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비린내나 노린내 나는 보신탕, 생선찌개 특히 민물 생선찌개에서 필수 양념으로 넣어 먹어 왔으며, 한방에서는 폐렴, 경풍(驚風: 어린아이에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경기라고도 함), 활혈 작용 등의 약재로 사용되고 있는 식물이다.

잎과 줄기, 꽃을 말린 것을 곽향(藿香)이라 하여, 한방과 민가에서 감기, 종독(腫毒: 독기에 의한 종기로서 좀처럼 낫지 않고, 주위에 시퍼렇게 죽은 피가 뭉쳐서 점점 악화하면서 잘 곪지도 않아 통증이 심한 증상), 곽란(癨亂: 음식이 체하여 토하고 설사하는 급성 위장병), 풍습 등에 약으로 사용되어 왔다.

토사곽란(吐瀉癨亂)에 처방되는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은 한방의 우수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무독한 처방의 하나로 평가받으며, 더위 먹고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등의 서증(暑症: 서사(署邪)의 침습을 받아 생긴 병증)에도 좋은 약이다. 또 방아 풀은 다량의 천연의 휘발성 정유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방아 풀 생초를 잘게 쓸어 양파망에 넣어 두거나, 달린 물로 목욕을 하면 아토피, 무좀 등의 피부 질환에 훌륭한 테라피 요법( : 좋은 향기로 심신을 평안하게 하여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요법)이 된다.

그 간의 다양한 연구 보고서에서, 부패균을 포함하는 수종의 미생물에 대하여 방아 풀의 정유 성분의 현저한 항균 활성을 나타내어 천연 식품 방부제로 적합하다는 실험 결과가 있었고, 방아 풀의 지상부가 위암 세포주와 대장암 세포주에 대해 항암 효과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방아 풀을 약으로 사용하려면 10월경에 채취하여 약재로 보관할 때, 꽃이나 뿌리까지 버리지 않고, 깨끗이 씻어 그늘에 은근히 말려 사용해야 한다.

방아 풀은 향기가 매우 독특한데, 입에서 심하게 냄새나는 사람은 말린 방아 풀 9g을 끓여 식혀 두었다가 그 물로 양치질하면 입 냄새를 없앨 수 있다. 더위를 심하게 타는 사람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는데, 방아 풀을 끓여 식힌 후 냉장고에 넣어 차게 마시면 효과가 있다. 특별한 주방 세제가 없었던 옛날에 시골에서 설거지할 때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데 방아 풀 잎을 사용했다고 한다. 방아 풀잎을 잘게 썰어 보신탕이나 추어탕에 넣어 음식의 향신료로 사용했으며, 또한 어린 방아 풀잎을 상추나 들깻잎과 함께 삼겹살을 싸서 먹기도 한다. 별미인 방아 장떡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평소 비 위가 약해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자주 느끼는 사람이 방아 풀잎은 먹으면 증세가 없어진다고 한다, 또한 소화 촉진, 감기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뛰어나다.

방아 풀에는 노화 방지와 암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로즈마린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방아풀의 부작용으로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에 열이 많거나 근육이 단단한 분들은 양을 줄여 잡수시는 것이 좋다.

한 식물이 우리 인간에게 이토록 큰 혜택을 가져다주는 것은 자연이 주는 은총이다. 가정의 화분이나, 텃밭에 한 두 그루 심어 놓으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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