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모술수-3

연나라의 문후가 죽은 후, 태자가 즉위하여 역왕으로 부르게 되었을 때다. 연나라의 상중의 틈을 타고 제나라의 선왕은 대군을 이끌고 연나라를 침공하여 열 곳의 성을 빼앗았다.

역왕은 이 소식을 듣자 곧 소진을 불러서 유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따지고 물었다.

지난해에 6개국 합종의 맹약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제나라는 그 맹약을 깨뜨리고 전에는 조나라를 공격하더니 이번에는 우리 연나라로 침입하였습니다.

 

그 동기를 만든 것은 선생이오니 제나라로 가서 빼앗은 땅을 돌려주도록 해주십시오.”

임금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디 한번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진은 제나라로 갔다. 그리고 임금을 알현하자 먼저 절을 두 번 하고 축하를 드린 다음에 이번에는 머리를 들고 조위를 표하였다.

축하를 말하더니 당정에 이것은 어떻게 된 영문이요. 조위를 표하다니...”

선왕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소진은 자세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이었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사직전의 사람이라도 독초인 오훼만은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먹을수록 죽음을 더 재촉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연나라는 약소국입니다만 연왕은 진왕의 선위가 됩니다. 그 연나라의 성을 열이나 빼앗으니 귀국과 강대국 진나라와의 관계는 금후 원수지간이 되겠습니다.

약소국 연나라의 머리를 억누른 것이 원인이 되어 진나라가 연나라의 뒤를 보아서 천하의 강병을 제나라로 침공시킨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야말로 오훼를 먹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소?” 안색이 달라진 선왕이 물었다.

소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하였다.

옛 부터 성공하는 자는 화를 복으로 봐주고,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을 이룩한다고 했습니다.

빼앗은 10개성은 곧 연나라로 돌려주는 것이 상책일까 합니다.

구원을 씻고 친교를 맺는 것은 바로 이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연과 진 양국이 제와 친교를 맺는다면 다른 제후도 왕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왕은 말로는 진과 접촉하면서 이 10개성을 미끼로 하여 천하를 취하게 될 것이니 이야말로 패왕의 업적에 비유할 것입니다.”

왕은 연나라에 10개성을 반환하였다.

말하자면 세치의 구설 하나로 사람을 움직이는 위력은 옛날의 설객이 활약한 것이나 오늘의 세일즈맨이 호별방문으로 혹은 각종 사회에 침투하여 그 상업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벽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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