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이어진 사슬 - 2
할매가 크든 작든 간에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헌신해 준 것이 사실 아입니꺼? 그렇다고 약값이라면서 돈 한 푼 받은 적이 있심니꺼? 그 나이 많은 사람이 산을 헤매면서 캐온 약초를 씻고 다듬고 말리는 정성으로 약재를 만들어 두었다가 동네 어른이나 애들 할 것 없이 밤늦게 아프다고 할매한테 찾아가서 잠자는 사람 깨워 약을 지워 왔는데 돈 한 푼 줘 본적이 있냐고요. 우째 그러십니꺼? 그래 이기적으로 이용만 해 먹고 이제 쫓아 낼라고 합니까? 이래도 우리 마을이 살기 좋은 곳 입니꺼? 이기적인 사람들만 버글거리는데...”
“... ...”   어느 누구도 아뭇 소리를 못한다.
“입이 있으마 말해 보이소...”    “... ...”
“내는 요, 그래 이기적으로 살지는 않심니더. 그래서 내가 할매한테 집을 세 줄라고 하는 겁니더. 할매가 스스로 마을에서 떠나간다고 할 때 까지 세를 줄랍니다.”
“연세가 제일 높은 어른인 곤이 할배가 먼저 말씀해 보이소.”
“... 자네 말이 맞기는 맞제, 우리가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제.”
곤이 할배가 수긍하듯이 말을 하자 이장이 거들고 나선다.
“그래 사실 병원은 고사하고 약방도 하나 없는 우리 마을에 할매가 없을 때 갑자기 애라도 아프면 우리가 얼마나 식겁을 했노, 밤에 화물차 짐칸에 아픈 애를 싣고 진주까지 안 내달맀나. 그런데 할매가 오고나서 부터 급한 탈이 생기면 무조건 할매한테 안 갔나. 그 생각해 보마 우리가 잘못 생각 한 거는 맞제.”
“아, 마을 여자들이 방정맞게 자꾸 지랄 난리를 치니까 그렇제.”
천씨 아저씨 말이다.
“그라마 우리가 마누라들을 잘 설득하자. 실제로 할매한테는 마누라들이 더 먼저  쫓아가제.”
“그라고 우리 마을에 사람이 들어오지는 않고 자꾸 나가기만 하는데 할매 한 가구라도 더 생기면 좋다 아이가.”
역시 이장은 이장이다. 행정적인 면도 고려한다.
결국 할매는 다시 마을 사람이 되었다.
마을의 아낙들은 한 동안 할매와 대화도 하지 않을려고 하였지만 남자들 말대로 급한 탈이 나면 먼저 뛰어 가는 것이 마을 여자들이었다.

3.
할매는 억척스레 돈을 모아 이 마을로 온지 5년 쯤 지난 때에 이 집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할매는 언제나 지서와 지서 댁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 하나 없는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집을 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동네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할매를 참여케 하여 할매가 동네 사람들과 융화가 되도록 이끌어 주었고, 아침저녁으로 방이 따뜻한지, 밥이나 먹었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주기 때문이다.
지서는 할매의 과거가 너무 궁금하였다. 들리는 소문에 할매의 가족이 큰 사고로 모두 죽었다는 말도 있으므로 지서는 뭔가 찔리는 부분이 있어 대 놓고 물어 보지는 못하였지만 할매는 부산에서 살았다는 말만 했을 뿐 부산 어디에서 살았는지, 가족이 있었는지,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조차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말이 나오면 할매는 대답을 회피한 채 적당히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다른 말로 돌려버린다.
지서는 할매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전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므로 아픈 과거를 건드리는 것 같아 더 이상 할매의 과거에 대하여 물어 보지 않았고 태완이 엄마에게도 묻지 말라고 엄명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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