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직무유기 가능성' 법률자문 받고 예산급증 국회에 보고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지후 가덕도 허브공항 시민 추진단 상임대표에게 가덕 신공항 특별법 통과 촉구 서한을 전달받은 뒤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지후 가덕도 허브공항 시민 추진단 상임대표에게 가덕 신공항 특별법 통과 촉구 서한을 전달받은 뒤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에 최대 28조6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기존에 알려진 7조~11조원보다 최대 4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이 담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면, 4대강 사업 22조원보다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국토부는 물론 기획재정부와 법무부도 위법성과 형평성 문제를 들어 부정적 의견을 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 특별법을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최근 국회에 보고한 자료를 통해 "부산시가 만든 가덕도 신공항 사업비 제시안에는 과소 추정 문제가 있다"면서 "공항공사, 전문가 등이 재산정한 결과 12조8000억~28조6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려면 군사시설을 포함한 국제·국내선을 모두 신공항으로 옮기는 게 현실적인데, 이렇게 하는 데 28조6000억원이 소요된다고 분석한 것이다. 앞서 부산시는 7조6000억원 정도가 든다고 예측했다. 국토부는 "가덕신공항 계획안이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되더라도,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여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과정에서 사업 규모 축소 등 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국토부는 "문제를 알면서도 법안에 찬성하면 월성원자력처럼 직무유기·성실의무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취지의 외부 법률 자문까지 받았다.

그러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4일 당 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2030 세계박람회 이전에 개항하겠다"며 "부산·울산·경남 여러분이 한 치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국회에서 "특별법은 국회에서 입법 결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신속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반대 입장을 냈지만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국회가 법을 통과시켜주면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미 전 장관은 작년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 민주당 의원은 "김 전 장관을 찾아가 여러 설득을 했는데, 반대를 굽히지 않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행정 부처들은 위법 가능성과 예산 낭비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 또는 반대 의사를 밝혔고, 전문가들도 지반 침하와 환경 파괴 등을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 섬 위에 공항을 짓는 게 옳으냐는 의문은 물론 해저 지반 침하 등 안전성 우려를 제기했다. 법 제정에 앞서 지난 9일 열린 국토위 공청회에서도 일부 전문가는 "일본 간사이 공항처럼 지반 침하와 태풍, 해일로 시설물 붕괴와 활주로 침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대규모 국책 사업 추진 때 필수적인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해양 생태 1등급 지역을 훼손하는 공항 건설에 따른 환경 문제도 제기됐다. 하지만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가 이런 반대론에 눈을 감고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으려면 활주로 건설을 위해 대규모로 바다를 메워야 한다. 활주로 가운데 부분이 섬에 걸쳐지고 좌우 끝단은 수심깊은 바다를 흙으로 메워 활주로를 연결하는 구조다. 하지만 주변 수심이 최대 21m에 이를 정도로 깊다. 해안 매립 비용이 천문학적 규모다. 또 좌우 양쪽 매립 지반이 가라앉으면 활주로가 끊어지는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상환 호서대 교수는 지난 9일 국회 공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건설을 위해 대규모 매립이 필요한데 일본 간사이 공항처럼 지반공학적 문제로 침하 발생과 태풍, 해일로 시설물이 붕괴되고 활주로가 끊어져 침수되는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토부는 국회에 제출한 대외비 문건에서 가덕도는 육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기초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다른 부분이 함께 가라앉는 현상의 부등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유사한 예로, 일본 간사이는 지난 1994년부터 2017년까지 13cm가 침하했고, 이로 인해 지출된 공항 유지비는 1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부산은 50년간 35cm의 장기 침하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인천공항은 매립 면적이 가덕도보다 넓지만 내해에 있다. 또 평균 수심도 1m 정도라 안전 문제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매립 과정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는 가덕도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조류·파도 영향을 크게 받아 공사 자체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매립 공사에만 6년 이상이 예상되며, 태풍 피해 우려도 있다고 한다. 지난 2016년 동남권 신공항 타당성 조사를 했던 프랑스의 장마리 슈벨리에도 "가덕도 부지는 인접 산을 깎고 주변 바다 심도가 깊어 매립하는 데 상당히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가덕도는 지난 2011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 평가'에서 기준점수 미달 판정을 받아 김해, 밀양중 꼴지였다.

국토교통부는 대외비 문건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최소 12조8000억원, 최대 28조6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 김해신공항 6조9000억원 건설 계획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지난 19일 국회 국토위에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을 포함했다.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성이 낮다고 나올 경우 사업 추진이 막힐 가능성을 없애버린 것이다.
예타 주관 부서인 기획재정부는 검토 의견에서 "예타는 예산 낭비 방지 등을 위해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미리 검증하는 제도로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또 가덕도 공항 건설을 위해 법인세·소득세·관세 등을 감면할 수 있다는 법안 내용에도 "조세 감면을 종합적·체계적으로 통합 관리하려는 조세특례제한법 입법 취지에 배치된다"고 했다. 국토부도 가덕 신공항 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이 되더라도 실제 사업에 착수하면 사업비가 많이 증가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국토위 소위에서 법안을 심사하면서 "예타 면제 조항은 없애자"는 의견을 냈다. 국회 전문위원도 "예타 면제 규정은 대규모 재정 사업에 대한 예산 낭비 방지와 재정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지난 9일 공청회에서 "이번 특별법은 국가 계획의 위계를 무시하고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실시 설계가 완성되기 전에 초기 건설 공사에 착수하자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대처 때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대응 정책을 실행하듯, 동남권 신공항도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국토부는 대외비 문건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할 경우 해양 생태 1등급 지역이 훼손될 수 있어 환경 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5년 가덕도를 '해양생태도 1등급'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 지역엔 지형 보전 1등급 지역이 6곳, 녹지 자연 절대보전지역에 해당하는 지역이 3곳 있고, 부산기념물 36호인 동백 군락지 등이 분포해 있다. 가덕도 1㎞ 이내 지역엔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된 낙동강 하류 철새 도래지가 있다. 문화재 보호 구역인 데다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철새와 가덕도 인근에서 비행하는 항공기의 충돌 우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또한 바다를 매립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토석 확보를 위해 국수봉·남산·성포봉 등을 잘라내면 가덕도 해안 절벽과 해양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가덕도는 대구와 숭어 산란지다. 가덕도 인근 해역을 매립하면 해류가 바뀌어 어류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수 있고 인근 어민들이 이로 인해 생업에 지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덕도 인근엔 어선 6500여 척이 운항하고 있고, 허가 신고는 2400여 건, 어업면허지역은 1909㏊ 정도다. 국회 국토위 전문위원이 지난 19일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 제출한 검토보고서에도 부산·울산·경남 자체 검증단이 △겨울 철새 등 조류의 서식지 및 이동 경로 훼손 △평강천 매립과 단절에 따른 환경 훼손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왜곡 및 누락 등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 등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국가재정법 절차를 형해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적법 절차 및 평등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존재하는 점에서 이에 위배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국가재정법 등의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할 수 있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 해당 법률들에서 규정한 절차 및 그 취지가 형해화될 소지가 없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산림보호법·군사시설보호법 등 31개 법상의 인허가를 국토부 장관 승인으로 대신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어 '특혜법' 소지가 있다고 국방부·환경부·국가보훈처·관세청·산림청 등이 우려를 밝혔다. 예컨대 군사 시설 보호 구역 지정·변경·해제 등을 국토부 장관 승인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국방부는 "군사 시설 보호 구역 지정 절차와 목적을 심대하게 훼손하므로 특례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신공항 건설 지역의 외국인 투자 기업에는 국가유공자 우선 고용 의무를 면제해준다고 규정한 데 대해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생활 안정의 도모가 필요하므로 수용이 곤란하다"고 했다.

지난 9일 열린 공청회에서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국가 계획의 위계와 내용 상세도를 살펴볼 때 일관성 있는 계획이 수립돼야 하지만 이번 특별법은 이러한 국가 계획의 위계를 무시하고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철영 대구대 교수도 공청회에서 "가덕도특별법은 일반적 공항 건설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확정도 되지 않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앞세워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국회의 입법권 남용"이라고 했다. 작년 말 대한교통학회가 전문가 10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가 '공항 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이유로 가덕도 특별법 추진에 반대했다.

그렇다면 가덕도신공항특별법추진은 국가백년대계와는 별개로 오는 4월 보궐선거에 이용하기위해 만드는 법이라 할수 있다
. 류재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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