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핀 맥문동(사진 제공 강신근)
꽃이 핀 맥문동(사진 제공 강신근)

 

이야기 1) 불사초 맥문동

맥문동에는 진나라 시황제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진시황제에게 새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왔는데 부추 잎과 비슷하게 생긴 풀잎을 입에 물고 있었다. 기이하게 여긴 황제는 방술(方術)에 능한 귀곡자에게 물었다.

기이하다. 그 새가 물고 있는 풀잎이 무엇인가?”

귀곡자가 대답하였다. “불사초(不死草)의 잎입니다. 죽은 사람을 그 풀잎으로 덮어두면 사흘 안에 살아납니다. 동해에 있는 삼신산(三神山) 중에서 영주산에서 납니다.”

진시황은 귀곡자의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방사 서복(西福)에게 3,000명의 일꾼을 주면서 불로초를 구해오도록 했다.

서복(西福)은 동방의 영주산(지금의 한라산으로 추정)으로 가서 불로초를 백방으로 찾아보았으나, 결국 불로초를 구해서 돌아 오지 못하였다. 진시황은 마지막까지 불사약(不死藥)을 찾아 모산과 낭야, 동해 등지를 두루 다녔지만, 미처 왕궁이 있는 함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하북이라는 곳에서 객사(客死)했다.

방사들의 말을 너무 믿은 진시황을 상대로 귀곡자가 희대의 사기극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니면 귀곡자도 정말 불사초가 있다고 믿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후세 사람들은 항간의 약초 중에서 이 불사초를 추정하다 잎이 부추잎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맥문동을 불사초라고 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더 허망하다. 산과 들, 집 주변, 화단 등 곳곳에 흔해 빠진 게 맥문동인데, 귀곡자가 진시황과 방사들을 제대로 골탕 먹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제주도 영주산까지 서복의 무리를 애써 보낼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본초강목을 비롯한 옛 의서(醫書)에는 맥문동을 불사초라 적고 있다.

짐작건대, 맥문동에 불사의 효능이 있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만물이 얼어붙는 겨울에도 잎이 죽지 않고 푸른 까닭에 그 생명력을 기려서 불사초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야기 2) 생맥산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코르나 19‘의 위협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KF94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을 하는 등 최선을 다해보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코르나 19‘가 눈, , 입 등의 호흡기를 통해 침투하는 바이러스인 만큼, 호흡기 건강과 바이러스에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면역력이 필수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맥문동 뿌리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을 비롯한 기침, 천식 등 각종 호흡기 질환 개선에 최고의 식품이며 약이다.

우리 조상들도 오랜 세월 동안 폐 질환과 호흡기 질환에 관심이 많았다. 조선 왕조의 기록인 승정원일기를 보면 단일 약재로 499회 기록될 정도로 왕들이 즐겨 먹었고 83세까지 장수한 영조를 비롯한 정조, 인조, 효종, 현종, 숙종, 경종 등의 왕들이 건강을 위해 맥문동 뿌리효능에 관심을 보이는 등 관심이 많았다.

특히 장수의 임금 영조는 즉위 114월 꽃가루가 날리는 봄날, 심하게 재채기를 하고 콧물이 저절로 흘러 곤욕을 치렀는데 이런저런 처방으로 낫지 않다가 어의(御醫)들이 처방한 생맥산(生脈散)을 먹고 증세가 나아졌다. 지금으로 치며 봄철에 유행하는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았던 것 같다.

과거 족보나 문헌들을 확인해보면 고려 시대 임금 34명의 평균 수명은 42.3세였고, 조선 시대 임금 27명의 평균 수명은 46.1세이며, 조선 시대 일반 백성은 44세였다.

100년이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자 80.3, 여자는 86.3세로 평균 기대수명은 83.3세로 밝혀졌으며, 45년 후인 2065년의 기대수명은 92세가 될 것이라고 하니 건강 챙겨서 백수(白壽) 하세요.

맥문동 덩이뿌리(사진 제공 강신근)
맥문동 덩이뿌리(사진 제공 강신근)

 

허준이 집필한 동의보감과 중국 본초학서인 명의별곡신농본초경등에는 맥문동 뿌리효능을 사람의 기를 도우며, 심장의 열을 내리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 시대 왕들은 맥문동 뿌리생맥산이라는 한방 음료로 만들어 즐겨 마셨다. 이 한방 음료는 맥문동 뿌리의 분량이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 분량은 인삼과 오미자를 각각 절반씩 넣어 달인 뒤 물처럼 마셨다.

생맥산(生脈散)

1) 역사적 이야기 생맥산은 중국 금나라 때 이고(李皐)라는 의사가 저술한 내외상변혹론이라는 책에 가장 먼저 등장한다. 이고는 이동원이라 불리는데 유완소, 장중경, 주진형과 함께 금원4대가로 일컬어질 정도로 의술이 출중했다. 생맥산의 처방을 창안한 사람이 바로 이동원이고, 손진인(손사막)은 헐벗고 굶주려 걸핏하면 더위를 먹는 병자들을 안타깝게 여겨 여름철에 생맥산을 항상 상용(常用)할 것을 권하고 있다.

2) 동의보감에 소개된 생맥산

맥문동 2(7.5g), 인삼, 오미자 각 1(3.75g)을 물로 달여서 여름에 물 대신 마시고, 또는 황기와 감초 각 1(3.75g)을 더하든지 또는 황백(黃柏 : 황벽나무 껍질) 2(0.75g)을 더해서 마시면 사람에게 기력이 솟아 생생해진다.’

손질한 맥문동(사진 제공 강신근)
손질한 맥문동(사진 제공 강신근)

 

맥문동(麥門冬)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자 겨우살이풀이다. 본초강목에 이 풀의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여() 수염이 있고, 그 잎사귀는 부추와 비슷해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뿌리는 짧고 굵으며 줄기는 약 35cm 정도이고 여름에 담색의 작은 꽃이 핀다.

맥문동(麥門冬)은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면서 약간 쓰다 죽은 맥()도 살린다. ‘라는 뜻이 있듯이 평소 맥()이 약하고 기()가 허(; 부족하다)하신 분들에게 최고의 식품이자 약재이다.,

맥문동에는 소염과 강장, 심한 진해에 효능이 있어 천식과 폐렴, 감기로 인한 기침과 가래 등 각종 호흡기 질환 개선에 도움을 준다. 특히 봄철에 뿌연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 등으로 불편한 호흡기를 보호해 준다. 그뿐 아니라 홍삼의 효능으로 유명한 사포닌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스피카토사이드 A가 함유되어 면역력 증진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고, 맥문동에는 항균작용 하는 사포닌과 이소플보노이드, 베타 스테롤 등이 풍부하여 뇌세포 손상을 억제하여 기억력을 높여 알츠하이머 치매에 도움을 준다. 이 외에도 당뇨, 간 손상 보호, 항암, 항산화 효능을 지니고 있으며, 성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약재이다.

한방에서는 음을 보하고, 기력(氣力)을 보충하며, 폐를 윤택하게 하고, 마음을 맑게 하여 번뇌(煩惱)를 없애며, ()를 보하고, 진액을 채우며, 독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맥문동을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다.’라고 하였다.

맥문동은 덩이뿌리만 채취하여 물에 담갔다가 깨끗이 씻어 반드시 심을 제거하여 햇볕에 말려 정종에 담가두었다가 볶아서 쓴다.

민간요법에서는 폐가 건조하여 기침할 때, 폐결핵, 몸이 허하여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할 때, 당뇨가 있어 목이 마를 때, 변비, 노인이 기운이 없고 기력이 쇠할 때, 심장이 약할 때, 위염이 오래되어 배가 아플 때, 혈색이 좋지 않을 때, 산모의 젖이 부족할 때, 심한 기침과 가래가 심할 때 뿌리 12g에 물 700mL를 붓고 달여서 하루 3번 나누어 마신다.

정기(精氣)가 쇠했을 때는 뿌리 300g에 소주 1.8를 붓고 3개월 숙성하여 마신다.

뿌리를 갈아서 쌀과 함께 죽, 조림이나 탕 요리에 넣어서 끓여 먹는다. 맛이 달면서 약간 쌉쌀하고 입안이 시원하다.

주의할 점은 차가운 성질의 식품이자 약재이므로 배가 차고, 설사를 자주 하는 분은 오래 먹지 않는 것이 좋다.

KBS ‘6시 내고향’(2021420일 방영)에 충남 청양에서 지금 한창 맥문동을 수확하는 장면을 방송했다. 우리나라 맥문동 생산의 70%를 생산하는 곳이다. 혹 맥문동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약효가 좋은 국산을 구매하도록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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