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근 시인
김태근 시인

 

 편집국장: 시낭송을 하게 된 계기는 언제부터였나요?
 김태근: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어릴 때 아버지께서 축문이나 제문을 읽는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고 자랐어요. 초등학교 입학하기도 전에 아버지께 서예를 배웠는데 그것이 바탕이 되어 글을 쓰게 되었고 또 자연스럽게 시를 쓰고 낭송을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또 한가지 계기는 시낭송에 첫발을 딛게 한 시낭송 단체가 있습니다. 바로 진주에 있는 '그림내 시낭송회'입니다. 조문주 전 회장이 시낭송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그림내 시낭송회'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지금의 문진섭 회장도 저에게는 멘토가 되어준 분입니다. 늘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국장: 경상도 억양이나 발음을 하는 사람은 시낭송하기에 어려울 듯 한데요. 김태근님의 성장 비결은 무엇인지요?
 김태근: 첫째는 시낭송 대회에서 많이 떨어졌다는 겁니다. 그만큼 체험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한해에 열 두번 나가서 열 두번 다 떨어진 적도 있었어요. 그때가 마흔이 넘은 나이였는데, 이 나이에 뭐하는 건가 싶어서 그만두려고도 했었지요. 그때 그만두었더라면 제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 못하고 살았겠죠.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꿈이 되어주고 싶었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지요. 시낭송대회에서 많이 떨어진 경험들이 모여서 가장 큰 자산이 되었어요. 그 경험들이 시낭송 강단에 서게 만든 큰 힘이었습니다. 
 둘째는 연습을 최소 천 번 하는 겁니다. 저는 경상도 출신이라 표준발음하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발음이 마음에 들 때까지 100번, 1000번 이상 연습했어요. 제 강의를 받으시는 분들께도 연습을 많이 권유합니다. 저는 연습만이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신념으로 살았습니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기만 하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비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듯이 시낭송도 될 때까지 연습하는 겁니다. 내 목소리가 좋거나 안 좋다고 말하기 전에 내 목소리 연주법을 알고 끊임없이 연습하다 보면 시어와 내가 한 몸이 되는 겁니다. 
 편집국장: 낭송가님은 재능기부행사도 250회나 넘게 하시고 시낭송 행사도 전국으로 다니면서 많이 하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거나 감동적인 무대가 있었다면 어떤 무대였나요?
 김태근: 매번 최선을 다하며 무대를 준비했기에 감동적이지 않은 순간은 없었다고 봅니다. 그래도 크게 기억나는 무대를 돌아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2017년 대한민국시낭송대상을 수상한 것입니다. 이어 시의 날을 기념하여 서울동자아트홀에서 시낭송공연을 하게 되었지요.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영광만큼 부담도 큰 무대였습니다. 
 다음으로는 2019년도에 개인 시집 출판기념을 위한 시낭송콘서트 무대입니다. 그동안의 개인 시들을 모아 '지리산 연가'를 엮어 내었는데요. 몸이 불편한 친정엄마 앞에서 처음으로 시낭송을 발표한 것이 기억에 납니다. 남편의 격려와 소중한 아들딸, 사랑하는 지인들을 모시고 저를 다 드러내었던 그 자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셋째는 산청성심원 무대입니다. 한센병 환우들과 장애우들이 저의 시낭송을 들으며 어찌나 울던지요.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한 편의 시가 그분들의 가슴에 위안이 되었다는 생각에 제가 힘을 많이 받았던 무대입니다.
 넷째는 천안 아우네 장터에서 3.1절 기념시를 낭송한 일입니다. 3년 정도 낭송했었는데요. 1919년 3.1운동을 한 그날의 뜨거운 함성이 들리는 듯하여 가슴이 마구 뛰었어요. 유관순 열사와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며 온 마음을 담아서 허영자시인의  '만세로 가득 찬 사나이'라는 시를 낭송했었어요. 시낭송으로 작은 애국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외에도 국립호국원 헌시 낭송, 병원이나 복지회관에 행사 때마다 재능기부도 많이 하였습니다. 모든 순간 순간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편집국장: 대표님이 이끄는 시낭송 단체가 여러 개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태근 낭송가님이 대표로 있는 '지리산 힐링 시낭송회'와 다른 단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태근: '지리산 힐링 시낭송회(고문: 반해경, 회장: 임영희)'는 지리산 자락인 산청에 거주하면서 시낭송과 문학을 사랑하는 30세 이상인 성인으로 구성되어진 문화단체입니다. 
 2015년에 산청도서관에서 시낭송 아카데미를 개설하면서 이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주축이 되어 창립되었어요. 현재 25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산청도서관에서 시낭송 발표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정서 함양을 위하여 찾아가는 시낭송회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2017년도에는 '산청한방약초축제와 함께하는 시낭송 페스티벌'을 개최했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편집국장: 김태근 낭송가님은 제자 사랑이 남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제자들 또한 전국대회에서 큰상을 많이 수상한 걸로 알고 있는데 자랑 좀 해 주십시오.
 김태근: 참으로 많은 분들이 시낭송 문화 보급에 따라와 주었습니다. 실력을 인정받아서 많은 제자들이 큰 상을 받는 수확도 생기더군요. 2017년도에 정정란님이 첫 대상을 수상했어요, 이어서 2018년도에는 임영희님이 68세의 연세에도 대상을 받으셨죠. 지역대회를 거쳐 전국규모 시낭송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것입니다. 그 다음해부터 안덕래님, 최금숙님외 해마다 대상 수상자가 탄생하고 있어요. 
 코로나 시국임에도 지난해에 김민숙 회장과 반해경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총 13명의 시낭송 지도사도 배출되었습니다. 저의 열 걸음보다 우리 지도사들의 한 걸음이 시낭송문화를 보급하는데 큰 힘이 되리라 봅니다.
 특히 초등학생 제자 기르기에 힘을 많이 썼는데요. 아이들 가슴 속에 시를 심어주고자 애를 썼습니다. 제자들 중에 하동규, 하동민, 황혜주, 김예주, 하정진 학생 등이 대상을 수상했고 다른 입상자들도 많습니다. 
 돌봄교실은 시낭송으로 시작해서 활동하고 시낭송으로 마무리를 하는 게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 지도에 시낭송 만한 것이 없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편집국장: 시낭송을 잘 하기 위한 비법이 있나요?
 김태근: 첫 단계에서는 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시의 주제, 시대적 배경과 지은이의 삶 등, 시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한합니다. 그리고 시를 반드시 필사합니다. 필사를 하다보면 시어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고 시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시의 3요소인 주제, 운율, 심상을 잘 살리도록 강조합니다. 묵독을 충분히 한 후에 음독을 하게 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느끼게 합니다. 다음은 운율을 살려서 자신의 목소리로 수백 번을 연습하다보면 저절로 외워집니다. 이 때 시낭송의 기초이론을 적용합니다. 발성법, 표준발음, 고저장단, 완급조절, 운율, 감정이입, 어미처리, 연결감, 포즈주기, 여백 주기, 자연스러운 표정과 몸짓과 예절까지도 배웁니다. 시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시낭송대회에 도전해 보도록 합니다. 자기만의 빛깔로 시낭송을 연습하다보면 저절로 입상하는 수준까지 오릅니다. 나아가 이웃과 나눔의 시낭송을 하도록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개인의 이익이나 가치를 넘어서 사회에 시의 향기를 전하도록 합니다. 온 몸과 마음을 다 할 때 비로소 서로가 감동하는 시낭송이 이루어집니다.
 
 편집국장: 앞으로의 꿈을 듣고 싶습니다.
 김태근: 산청이 시낭송의 성지가 되었으면 해요. 군수님과 마을 이장님도 시 한 편 낭송하는 그런 문화 일번지의 고장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는 글을 쓰는 것은 나무에 꽃이 피우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시낭송가는 그 시의 향기를 전하는 나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낭송 회원들과 함께 시낭송문화를 전하는 나비가 되어 지리산을 행복하게 넘나들고 싶습니다. 
 
[정리; 논설위원 조문주  대담: 편집국장 류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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