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복수

변호인: 언니가 가족을 모두 잃는 불행한 사고를 당하였지요? 그 사고가 언제 일어났는지, 또 어떤 사고인지 아는 대로 말씀해 주세요.

동생: 언니는 해방되던 다음 해에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남편을 만나 혼인하였고, 11녀를 낳아 정말 행복하게 살아오던 중 1960년 언니는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좀 늦게 집에 오게 되었고, 그래서 형부가 두 아이를 데리고 부산 부전동에 있는 자신의 여동생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뺑소니차에 남편과 두 아이를 한꺼번에 잃는 교통사고를 당하였습니다.

그 사고로 언니는 사실상 미쳐버렸고, 그때부터 범인을 잡아 반드시 자기 손으로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한다고 하면서 범인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변호인: 사고 당시 교사로 재직할 때 였나요? 사고 당시 언니의 가정생활은 어떠하였나요?

동생: 언니는 고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였으나 결혼 후 첫아이를 임신하면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 두고 가사에만 전념하였습니다. 사고로 가족들을 모두 잃을 당시 언니의 재산으로는 부산역 앞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상가건물과 주택, 그리고 논과 밭도 있었으므로 상당히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사고로 가족들을 모두 잃게 되었지만 경찰에서 범인을 잡지도 못하였고, 그것보다도 수사에 열의가 없는 것 같다고 탄식을 하더니 결국 언니 스스로 범인을 잡는다고 하면서 돌아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언니의 몰골은 그야말로 거지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언니는 자신이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것은 비명에 간 가족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하면서 거지꼴을 하고 다닐 뿐만 아니라 먹는 것도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만 먹었습니다.

한 마디로 그 때부터 언니의 인생은 멈추어 버렸습니다.

할머니의 동생은 처음에는 더듬거리는 것 같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또렷하게 증언을 한다.

변호인은 증인이 많이 배운 인텔리여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변호인: 언니가 진주로 온 것이 언제쯤인지 아는가요?

동생: 사고가 난지 5, 6년 쯤 지난 1966년 경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호인: 언니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모두 처분하였다는데 그 처분 시기와 처분한 돈을 어떻게 처리하였는지 아는가요?

동생: , 잘 알고 있습니다. 언니는 부산역 앞에 있는 상가건물이나 자신이 살던 집, 그리고 전답등의 관리를 저에게 맡겨 놓고 돈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부쳐 달라고 하여 돈을 부쳐 주었습니다.

변호인: 잠깐만요, 증인. 증인이 부쳐 준 돈을 언니가 어디에 사용하였는지 아는가요?

동생: 그야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데 필요한 숙식비, 교통비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었겠죠.

변호인: 그런데 그 부동산을 모두 처분했다면서요?

이때 검사가 사건의 쟁점과는  불필요한 질문을 하여 재판 시간을 너무 지연한다고 하면서 제지해 달라고 재판장에게 요구한다. 검사는 아마도 급한 약속이나 있는 것처럼 수시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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