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은 왼쪽, 종묘는 오른쪽의 서열이 높다는데...
경복궁은 왼쪽, 종묘는 오른쪽의 서열이 높다는데...
  • 경남연합신문
  • 승인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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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우리의 전통시각으로 바라 본 주인시각, 손님시각 그리고 절대향 상대향에 관한 내용들을 알아보았다. 오늘은 왼쪽과 오른쪽 가운데 어느 쪽의 서열이 높을까? 이 문제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은 크게 두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양택과 음택이다. 산 사람의 집은 ‘양택(陽宅)’, 죽은 자의 집은 ‘음택(陰宅)’이라 한다. 이런 경우 왼쪽과 오른쪽의 서열은 반대가 되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산 사람의 공간인 양택에서는 왼쪽이 오른쪽보다 서열이 높다. 이를 ‘좌상우하(左上右下)’라고 한다. 하지만 죽은 자의 공간인 음택(陰宅)에서는 오른쪽이 왼쪽보다 서열이 높다. 이를 ‘우상좌하(右上左下)’ 라고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문화재 답사 시 선택한 장소가 양택, 혹은 음택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선행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양택의 대표적 공간 가운데 한 곳은 ‘궁궐(宮闕)’이다. 서울에는 5개의 궁궐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궁궐의 교과서라 할 만한 장소는 경복궁이다. 서울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장소가 경복궁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근정전과 앞마당인데, 이 곳 앞의 넓은 공간을 ‘조정(朝庭 : 조회를 하는 마당)’이라 부른다. TV 사극(史劇)의 단골 대사인 ‘조정대신’이란 바로 이 곳 마당에 설 수 있는 신분을 말한다. 그러한 신분에는 두 부류가 있는데 문반과 무반이다. 이들을 흔히 ‘양반(兩班)’이라 불렀다. 그렇다면 조회를 할 때 이들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 신하들의 좌석 배정 기준은 근정전 용상에 좌정해 남쪽을 바라보는 국왕이 된다. 국왕을 기준으로 왼쪽(동쪽) 품계석 쪽은 문반, 오른쪽(서쪽) 품계석 쪽은 무반이 차지한다. 이때 문반은 무반보다 지위가 높다. 왜냐하면 성리학을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채택한 조선은 문인을 무인보다 우대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행정기관인 의정부에는 최고 관직인 영의정 1인과 그 아래에 좌의정, 우의정 등 3정승이 있다. 이때 좌의정과 우의정 가운데 서열은 누가 높을까? 라고 물어 온다면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다.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선시대 교육기관 ‘서원(書院)’ 또한 마찬가지이다. 서원은 오늘날 지방에 있는 사립 교육기관이다. 이곳의 공간 배치는 강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강당의 동북쪽에는 사당이 위치하고, 강당에서 전면을 보았을 때 앞마당에는 기숙사에 해당하는 건물이 좌우에 배치되어 있다. 왼쪽의 건물을 동재, 오른쪽 건물을 서재라 부른다. 이때, 좌측의 동재는 우측의 서재보다 서열이 높다. 따라서 유생들 가운데 서열이 높은 양반이나 선배들이 동재에 거주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하지만 죽은 자의 공간 즉, 음택(陰宅)에서는 이러한 공간상 서열은 정반대가 된다. 그런 현장을 체험하는 장소가 종묘와 조선왕릉이다.

‘종묘(宗廟)’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셔둔 왕가의 사당이다. 중심 건물은 정전(正殿)이며, 이곳 내부에는 왕과 왕비의 위패가 19칸의 신실에 각각 모셔져 있다. 이 가운데 조선의 창업자 태조 이성계의 위패는 어느 곳에 모셔져 있을까? 죽은 자의 공간에서는 오른쪽이 높다. 그러니 오른쪽(서쪽) 맨 끝 자리에 태조 이성계의 위패가 놓이게 된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서상제(西上制)라고 한다. 이어서 동쪽으로 차례로 태종, 세종, 세조 등의 순서로 위패를 모시고 여기에서 누락된 임금과 왕비의 위패는 영녕전으로 옮겨간다.

‘조선왕릉’ 또한 음택을 이해하는데 훌륭한 역사 체험 공간이다. 왕릉은 총42기인데 북한에 있는 2기를 제외한 40기가 200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곳에서 좌우 우선순위를 파악하려면 주인공이 누구인지 먼저 알아야한다.

왕릉의 주인공은 당연히 돌아가신 왕과 왕비이다. 따라서 왕릉에서는 봉분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봉분에서 정자각 혹은 홍살문 쪽으로 바라보는 방향이 좌우를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이때 쌍분인 경우 오른쪽(右上)이 왕, 왼쪽이 왕비의 무덤이 된다. 조선왕릉 비각 내에 있는 비석에는 ‘조선국 숙종대왕 명릉 인현왕후 부좌’라는 글씨가 전서체로 쓰여져 있다. 이때 ‘명릉’은 임금이 돌아가신 후 무덤에 붙여진 ‘묘호’를 나타내며 ‘부좌’란 왕비가 왕의 좌측에 묻힌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우리의 문화유산에는 선조들의 전통적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러므로 이를 지키고 가꾸려면 선행 작업으로 전통 시각을 바탕으로 한 문화재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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