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30·토트넘)이 안와골절로 수술을 받는다는 소식은 한국 축구대표팀과 팬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한다.

손흥민은 2일(한국시간) 마르세유(프랑스)와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상대 선수의 어깨에 왼쪽 안면을 강하게 부딪쳐 전반 29분 교체됐다.

이후 토트넘 구단은 손흥민이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3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벤투호는 전력의 핵심이자 정신적인 지주인 손흥민의 부상으로 비상이 걸렸다. 그의 정확한 복귀 시점을 아직은 알 수 없다.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은 줄곧 한국 대표팀을 괴롭혀 왔다.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국가대표 주전 수비수였던 강철 화성FC(K3) 감독이 미국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발목 부상으로 낙마했다.

4년 뒤엔 황선홍 현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이 프랑스 월드컵에 서 중국과 평가전을 치르다가 골키퍼와 충돌해 무릎을 다쳤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그는 진통제를 맞으며 출전 의지를 불태웠지만, 결국 본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선수들은 부상으로 눈물을 삼켰다.

우리나라가 ‘4강 신화’를 쓴 2002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고종수가 대회 개막 약 9개월을 앞두고 십자인대 파열로 주저앉았다.

부상 등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그는 결국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긴 재활을 거쳐야 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라이언킹’ 이동국이 오른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2010년에는 수비수 곽태휘가 남아공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열린 벨라루스와 평가전에서 무릎 인대 파열로 낙마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간절히 원하는 풀백 김진수(전북)도 부상으로 두 번이나 월드컵을 포기했다.

대표팀의 주전 수비수인 김진수는 2013년부터 A매치 총 61경기(2골)를 치렀는데, 이 중 월드컵 본선은 한 경기도 없다.

그는 2014 브라질 대회와 2018년 러시아 대회 때 모두 본선을 앞두고 각각 발목, 무릎을 다치는 불운을 겪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곤 김진수 외에도 유독 부상이 많았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나폴리)가 정강이뼈 골절, ‘왼발의 달인’ 염기훈(수원)이 갈비뼈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또 권창훈(김천)은 아킬레스건 파열, 이근호(대구)는 무릎 인대를 다쳐 대표팀 승선이 좌절됐다.

각국이 최정예 멤버를 꾸려 경쟁하는 월드컵에서 선수들의 부상은 치명적이다.

4년간 ‘꿈의 무대’를 바라보고 준비해 온 선수들에게도 더없이 안타깝고 잔인한 일이다.

회복할 시간이 많지 않지만, 대표팀의 중심을 잡는 선수인 만큼 손흥민이 최종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태극마크를 다는 것에 늘 남다른 책임감을 보여온 손흥민도 쉽게 출전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 터다.

만약 경기에 나선다면 얼굴을 보호하기 위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선 김태영이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코뼈가 부러져 이후 특수제작한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투혼을 펼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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