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엔 뇌가 너무도 많아.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논설위원(문학)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논설위원(문학)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자리를 뺐고~~”

이는 ‘가시나무’ 노래 일부분이다. 사춘기 이후부터 불렀다. 인간관계가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흥얼거렸던 노래다. 어쩌면 이렇게 나를 잘 표현한 노래가 있는지 감탄하며 나의 애창곡이 되었다. 노래방에 가서 구성지게 불러 모두의 공감대를 끌어내며 숙연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다. 덕분에 모든 문제는 내 속에 있는 가시 때문이라며 자책하며 살 수 있었다. 나의 헛된 바램들과 어쩔 수 없는 어둠,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이 내 속에 가득한 가시 때문이다. 어린 새들이 찾아오면 가시에 찔러 날아가기에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다. 처절한 절망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내 가시에 내가 찔려 울었던 날도 많았다. 공장 다니며 번 등록금을 믿고 맡겨 두었던 분이 사라지고, 아무도 나를 돌봐주지 않았던 나는 버려진 아이였다. 내 주변은 온통 어둠만 가득하였다. 누가 째려보는 듯한 작은 바람에도 쪼그라들던 나였다. ‘가시나무’ 노래를 부르며 많이 울었다.

어느 날 이 노래를 멈추었다. 내가 선택한 삶도 아닌데 억울하게 울고 있다니. 나는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기로 했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객관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는 건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부모 복 없는 년은 남편 복도 없고 자식 복도 없다.’

이 스토리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했다. 친부모가 없으니 나를 도와주시는 모두가 부모님이 되어주었다. 나의 뇌 속에 있는 어두운 이야기들을 꺼내 바꾸어 나갔다. 뇌의 구조는 소뇌, 뇌간, 대뇌 등으로 구분된다. 나의 스토리가 어느 뇌 부분에 저장되는지는 내가 알 바 아니다. 뇌의 각 부분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 알았다. 그냥 내 속에 가득한 어두운 기억들을 밝음으로 바꾸어 나갔다. 나의 편도체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나갔다. 어두운 생각을 몰아내기 위해 긍정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책 속에서 내 스토리 구성의 힌트를 찾아냈다.

‘나는 외로운 게 아니야, 자유로운 거야.’

‘그건 헛된 바램이 아니야. 0.001%의 가능성이 있기에 도전할 거야.’

‘나는 나의 슬픔 때문에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거야.’

‘내가 먼저 다가가 안아주고 친구가 되는 거야.’

어릴 적 받지 못했던 애정 때문에 성장하면서 불안정 애착 행동이 나온다는 이론이 있다.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과거의 환경 때문에 현재를 가시로 산다는 건 억울하다. 나의 내면 아이를 다독거리며 안아주는 활동을 했다.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 거야. 언젠가 활짝 꽃필 거야.’

나도 모르게 새겨진 뇌의 주름에 얽매여 사는 습관이 있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특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음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는 이 노래를 더 이상 부르지 않았다. 나만의 특별한 스토리로 나의 뇌를 채우기 시작했다.

‘복을 받고 싶으면 복을 많이 지어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내가 옳다고 정한 방법으로 바보같이 복 짓는 일만 찾았다. 특히 내가 맡은 아이들에게 온 정성을 다했다. 나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나의 성장 과정을 말해주면서 다독여 주었다. 아이들의 성격에 따라 화를 내기도 하고 타일러도 주면서 다양한 공감을 해주었다. 아이들은 무섭기도 하고 좋기도 한 나에게 ‘다중이 선생’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래 난, 다중이야. 나의 뇌 속에는 다양한 내가 있어.”

“뇌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나의 뇌 속에서 다양한 나를 키우고 다독이며 내가 나를 인정해주는 스토리를 지금도 만들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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