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지난해 업체에 877억 재정지원…시민발 볼모 여론, 하루만에 파업 철회

노조 "준공영제에도 근무 여건 개선 필요"…창원시 "개선책 마련"

경남 창원지역 시내버스가 파업에 돌입한 19일 오전 창원 마산합포구 경남대·남부터미널 종점 버스 정류소 일대에 '800(번). 시내버스 파업 임시 시내버스'라는 문구가 부착된 임시 버스가 이동하고 있다.
경남 창원지역 시내버스가 파업에 돌입한 19일 오전 창원 마산합포구 경남대·남부터미널 종점 버스 정류소 일대에 '800(번). 시내버스 파업 임시 시내버스'라는 문구가 부착된 임시 버스가 이동하고 있다.

경남 창원 시내버스 9개사 노조가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를 짓지 못했는데도 하루 만에 파업을 철회한 것은 전날 출근 대란을 겪은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한몫했다.

매년 수백억원이 시내버스 업체에 투입되고 2021년 준공영제 시행으로 공익성이 강화된 상황에서 시내버스 노사가 첫 차 운행 직전까지 벼랑 끝 협상을 되풀이하며 파업에 나서는 관행을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창원 시내버스 9개사 노조는 파업 첫날이던 지난 19일 오후 창원시 중재 하에 사측과 만나 일단 파업을 풀고 차후 임단협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다.

노조로서는 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하며 교섭 해결의 원동력을 얻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성과 없이 파업을 거둔 셈이다.

시내버스 노사와 창원시는 "합의사항은 없었지만,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창원시의 유일한 대중교통인 시내버스가 파업으로 운행하지 않는 데 발생하는 시민들의 불편에 노사 모두가 공감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하루 만에 철회한 배경에는 출근길 극심한 불편에 내몰린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파업 하루 전인 18일 오후 3시부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마지막 조정 회의에 참여했지만, 교섭 결렬 최종 선언은 19일 첫 차 운행 시간인 오전 5시를 넘겨서야 나왔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평소처럼 오지 않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혼란과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파업 정보를 제때 공지 받지 못한 시민들이 상당수였다.

당일 버스정류장 등으로 취재를 나선 언론사와 창원시에는 뒤늦게 파업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시내버스 노사 간 파업을 목전에 두고 이어지는 벼랑 끝 협상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창원에서 시내버스 파업이 사흘간 이어졌던 2020년에는 노사가 막판 협상을 이어가다가 자정이 가까워서야 다음 날 오전 첫 차 운행 중단 사실이 확정됐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파업 돌입 예정일 새벽이 돼서야, 지난해에는 예정된 파업 시간을 불과 7분을 남겨두고 가까스로 합의에 성공했다.

시내버스로 출·퇴근을 하는 시민으로서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다음날 출근 걱정에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버스업체가 창원시로부터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정지원금을 받는 데다 2021년 9월 준공영제까지 시행된 상황에서 가급적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 시내버스의 공익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준공영제는 민간 버스업체의 경영을 지자체가 일부 맡아 노선 설정 등에 개입하는 대신 적자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버스회사에는 적정 이윤을 보장해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고, 버스 기사들이 고용 불안이나 체불 걱정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줌으로써 난폭운전 근절 등 서비스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창원시가 지난해 한 해 버스업체에 투입한 재정지원금은 877억원 규모다.

2018년 398억원, 2019년 432억원, 2020년 506억원, 2021년 634억원으로 재정지원금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는 추세다.

다만, 노조 측은 준공영제 시행에도 임금 등 근무 여건이 다른 지역과 차이가 크다며 여전히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준공영제가 적용된 지 불과 2년도 채 안 된 창원의 경우 준공영제 체계가 완전히 갖춰진 다른 지역과 동일하게 근무 여건이나 처우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창원시는 이처럼 노사 간 대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버스의 안정적 운행 등 공익성을 강화한 준공영제의 취지를 살려 파업이 발생하지 않게 적기에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준공영제 사례를 참고하면서 창원시 여건에 맞는 개선책이나 협상 방안을 마련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필 지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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