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의 방황

 

교육학 박사 조문주 (해인)

·초등교육코칭연구소장

·2022년 소태산문학상 대상 수상

·논설위원(문학)

 

 

 

“짝재기 양말, 짝재기 양말..”

교실에 들어서니 민우를 놀리고 있다. 아침에 급하게 신고 나온 양말이 짝재기다. 그래서 친구들이 놀리고 있다. 그러나 민우는 화를 내기는커녕 더 웃으며 받아준다.

“짝재기가 뭐 어때서? 똑같아야 할 필요가 있나?”

민우가 이렇게 나오니 더 재미있어한다.

“그래도 양말을 짝재기로 신고 온 건 이상하잖아?”

“색깔은 같고 무늬만 다른데도?”

아이들이 놀려도 민우가 화를 내지 않자 금세 조용해진다.

‘내 귀는 짝짝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쪽 귀가 접히는 짝짝이 귀 토끼의 이야기다. 귀가 다르게 생겨서 슬퍼한 토끼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힘을 얻게 된 이야기다.

“나와 다르다고 놀리면 될까요?”

이어서 아이들은 나와 친구들 사이에 특별한 점을 찾아내는 놀이를 한다.

“나는 짝눈, 민주 너는?”

“나는 손가락이 한 개 짧아. 철수 너는?”

“나는 왼손잡이, 서지 너는?”

“나도 왼손잡이. 아니 양손….”

서지가 갑자기 엎드려 운다. 자기는 왼손이 편한데 엄마가 자꾸 오른손으로 밥도 먹으라고 하고 글씨도 오른손으로 쓰라고 해서 슬프다고 한다. 그래서 양손잡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자기는 왼손이 편하다. 서지는 글씨 쓰는 시간이 제일 싫다. 철수도 마찬가지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기는 하지만 왼손으로 쓰기가 훨씬 편하다고 한다. 글씨 쓰기가 힘들어 보여 가끔 내가 글씨를 대신 써주기도 한다.

“선생님이 대신 써주는 건 공평하지 않은 거 아닌가요?”

몇몇 아이들이 따지기도 한다.

“우리도 왼손으로 글씨를 써볼까요?”

아이들은 서지처럼 왼손으로 글씨를 써본다. 아주 힘이 든다고 한다. 왼손글씨는 서지가 최고 잘 쓴다. 서지는 오른손이 힘들다고 한다.

“서지가 계속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안 되나요?”

아이들이 서지를 위로한다. 하지만 모두가 오른손으로 쓰기에 자기도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고 싶다는 것이다. 부모님 뜻도 그렇지만 특히 할머니가 오른손으로 글씨 쓰기를 바란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10%가 왼손잡이라고 한다. 우리 반 1학년 22명 아이 중 2명이 왼손잡이다. 2013년도에 진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왼손잡이 비율은 전체 국민 중 5% 정도로 조사되었고, 전체 국민의 약 2.5%~3%가 왼손으로 식사하고 1% 정도가 왼손으로 필기한다고 한다. 세계 인구 통계와 차이가 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왼손잡이에게 억지로 오른손으로 만들거나 양손잡이로 만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왼손잡이에 부정적인 조부모 세대가 손주 세대에게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권하거나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서지는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다가 급하면 왼손으로 글씨를 쓴다. 두 손 모두 글씨를 제대로 못 쓰는 편이다. 글씨 쓰는 시간엔 늘 마음이 힘들어 엎드린다.

글을 쓰거나 밥을 먹는 등 일상생활에서는 왼손잡이가 불편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크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선에서 오른손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왼손잡이를 특별하게 대하면서 억지로 오른손 사용을 강요하다 보면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방황하게 된다.

나와 다르다고 틀린 게 아니라 특별한 거라며 격려해줄 수 있는 주변 분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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