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허리끈

시인 이진엽
시인 이진엽

∙1992년 '시와시학' 신인상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평론 등단

∙시집 '아직은 불꽃으로', '낯선 벌판의 종소리',

'겨울 카프카', '그가 잠깨는 순간' 외

∙평론집 '존재의 놀라움' 외

∙2019년 금복문화상, 2020년 대구문학 올해의 작품상 수상

∙시와시학 문인회, 시마루 동인회, 대구가톨릭문인회 활동

 

 

바지에 허리끈을 조여 맬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떤 결의를 다진다.

그것은 출발 혹은 시작의 신호

어딘가 가야할 곳이 있다는 뜻이다.

바바람 눈보라 몰아쳐도

그 끈을 묶었다 풀었다 스쳐온 세월

낡은 가죽끈엔 아직도 향기가 조금 베어나온다

어느새 몸과 마음은 헐렁해져

구겨진 바지는 자꾸 아래로 내려오지만

다시 허리춤에 꿈을 단단히 동여매고

어딘가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

나는 물 먹은 풀잎처럼 파릇파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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