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보약 골쇄보(骨碎補)

절벽의 골쇄보(사진제공 강신근)
절벽의 골쇄보(사진제공 강신근)
가공된 골쇄보 뿌리(사진제공 강신근)
가공된 골쇄보 뿌리(사진제공 강신근)

 

골쇄보(骨碎補)는 넉줄고사릿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일반 고사리와 비슷하지만, 뿌리 부분이 유독 잔털(녹용의 모습과 비슷)이 많은 것이 특징이고, 가파르고 험난한 절벽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채취가 어려워 아주 귀한 약재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골쇄보(骨碎補)의 성미(性味)는 따뜻하며 맛은 쓰다. 그리고 신장의 경락에 들어간다.

골쇄보의 사용 부위는 뿌리줄기로 늦가을부터 봄 사이 채취하여 꼭 잔털을 뜯어 버리던지 불에 태워 깨끗이 씻은 후, 잘게 썰어 꿀물에 축여 쪄서 말려 쓴다.

골쇄보(骨碎補)란 뼈골(骨), 부술 쇄(碎), 보할 보(補)를 사용하듯 뼈가 부서진 것을 보하는 약이다. 오장육부(五臟六腑) 중 뼈와 관련이 있는 장기는 신장, 즉 콩팥이다. 신장에 음기(陰氣)가 왕성해지면 양기(陽氣)가 신장에 머물지 못하고 위로 솟구쳐서 귀에서 소리가 울리게 되고(이명耳鳴), 치통을 유발한다. 이때 골쇄보의 따뜻한 기운이 신장을 데워서 위로 솟구쳤던 따뜻한 기운들이 아래로 내려오게 되고, 또 골쇄보의 쓴맛은 열을 꺼주면서 양기를 아래로 내려 보내어 증상을 완화 시켜 준다.

특히 골다공증, 허리 디스크, 부러진 뼈를 빨리 아물게 하는 증상 등에 좋은 약재이다. 골쇄보는 독성이 없어서 장기 복용도 가능하므로 꾸준히 차로 마시면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대 과학으로 연구된 골쇄보의 효능은 관절 연골 퇴행 감소, 관절염 치료, 골절 치료 효과, 그 외 이명(耳鳴), 난청(難聽)에도 일정 부분 치료 효과가 있다.

단, 몸에 열이 많은 사람, 피가 부족한 사람은 맞지 않으며, 양고기와는 상극인 약초이다.

그 외에 뼈를 튼튼하게 하는 약재로는 가시오가피, 홍화, 속단, 두충, 골담초 접골목 등이 있다.

“골쇄보는 근골을 강하게 하면서 보신(補腎)하기 때문에, 신장이 약해서 오는 신허요통(腎虛腰痛)에 사용한다.”

이야기 1)

당(唐)나라가 멸망하고 오대십국(五代十國) 중의 하나인 후당(後唐) 시대의 황제 이사원(李嗣源)이 하루는 신하들과 사냥을 나갔다.

몰이꾼들이 짐승을 몰이해 주고, 황제 일행이 숲을 헤치고 나아가는데, 갑자기 풀숲에서 한 마리의 큰 표범이 불쑥 뛰어나와 입을 벌리고 앞발을 세워 달려드는 바람에 황제가 총애(寵愛)하는 황후가 탄 말이 놀라 앞발을 하늘로 향해 치켜들었다. 순간적으로 황후는 몸의 중심을 잃고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순간 호위병들이 달려들어 표범을 쫓아내고 황후를 보호하였다.

다행히 표범은 달아나 버리고 말았지만, 황후는 발목뼈가 부러져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올랐고, 통증으로 인해 얼굴빛이 하얗게 되었다.

“어의(御醫)는 어디 있느냐?”

황제는 큰소리로 외쳤지만, 그날따라 어의가 동행하지 않은 터라 신하들도 속수무책이었다. 황제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모든 신하는 달군 냄비 속의 개미처럼 안절부절 벌벌 떨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때 마침 병사 하나가 바위에서 한 포기 풀을 뜯어 가지고 와서는 짓이겨 황후의 부러진 다리에 붙였다.

“ 전하! 통증이 가벼워지고 부기도 많이 내렸사옵니다,”

그렇게 아파하던 왕비는 그 풀을 더 뜯어 오도록 하였다. 대궐로 돌아와 그 풀을 달여 마시고 또 풀을 찧어 환부에 붙이며 치료하였다. 오래지 않아 부러진 뼈는 원래대로 붙어 아물고, 황제는 대단히 기뻐하였다. 그리고는 그 병사를 불러 물었다.

“지난번에 황후를 치료한 그 풀이름이 무엇인가?”

“풀의 이름은 모르옵니다. 그저 그 풀이 효험이 있다는 것만 알고 따서 치료하였습니다.”

그러자 황제가 즉석에서 약 이름을 하사하였다.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보해주니, 이 풀을 골쇄보(骨碎補)라 명하거라.”

그런 연유로 “골쇄보(骨碎補)”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전해 내려왔다.

이야기 2)

사람의 건강과 수명은 뼈에 달려 있다. 뼈가 튼튼하고 뼈대가 바르면 병 없이 오래 살고, 뼈가 허약하고 뼈대가 바르지 못하면 병이 많고 일찍 죽는다. 그래서 뼈는 일생의 건강을 나타내는 잣대이다.

뼈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건강과 성격 형성에 매우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런 까닭에 훌륭한 관상가(觀相家)는 골상(骨相)만 보고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건강상태를 알 수 있고, 나아가서는 그 사람의 운명까지도 점칠 수 있었다.

호랑이는 힘이 매우 세다. 특히 호랑이의 앞발은 엄청난 위력(威力)이 있어 소, 멧돼지, 노루 같은 덩치 큰 짐승도 단 일격에 두개골을 부수어 버릴 수 있다. 또 하룻저녁에 천리를 달릴 수 있고, 제 몸무게만큼 되는 먹이를 입에 물고 높이가 3m나 되는 담장을 가뿐하게 뛰어넘을 수도 있다.

호랑이의 이 엄청난 힘은 바로 뼈에서 나온다. 호랑이 뼈는 단단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특히 호랑이의 뼈는 강철만큼이나 단단하여 도끼로 내리치면 도끼날이 부러지고 쇠톱을 갖다 대면 톱날이 망가져 버린다. 호랑이 몸 전체의 힘이 앞다리에 모여 있으므로 앞정강이 뼈가 이처럼 단단하다고 한다. 그래서 호랑이는 죽어도 앞다리는 똑바로 서서 쓰러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호랑이의 뼈는, 뼈가 약한 것이나 부러진 것, 관절염 등 온갖 골병(骨病)을 고치는 약으로 넓게 썼다.

우리 옛 말에 몹시 힘이 센 사람을 일러 ‘통뼈’ 또는 ‘고리 뼈’를 타고 난 사람이라고 한다. 통뼈는 뼈가 두 가닥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호랑이의 뼈처럼 통째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고리 뼈는 뼈마디가 관절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쇠사슬처럼 고리로 이어져 있는 뼈를 가리킨다. 통뼈나 고리 뼈를 타고 난 사람은 뼈가 강철처럼 단단하고 힘이 천하장사가 되는데, 그런 사람은 수백만 명 혹은 몇천만 명 중에 하나 꼴로 매우 드물게 태어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살을 찌게하고 근육을 단단하게 하는 음식이나 약초는 많이 있다. 그러나 뼈를 찌게하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식품이나 약초는 그다지 많지 않다. 칼슘이 뼈에 좋다고 하여 칼슘이 많이 든 음식, 이를테면 멸치나 우유, 미역 등을 열심히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뼈가 튼튼해지는 것이 아니다.

- 발췌 최진규 지음 ‘약이되는 우리풀.꽃.나무 -

이야기 3)

골다공증(骨多孔症)은 뼈 밀도가 낮아지고 강도가 약해지는 증상이다. 뼈가 약해지면 그만큼 작은 충격에도 부러지기 쉽고, 노년기 골절은 치명적인 건강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80대 이상의 남성은 골다공증으로 대퇴골이 부러지면 10명중 3~4명이 1년 안에 사망할 수도 있다. 노년기 골절은 단순히 뼈가 부러지는 데 그치지 않고 와병(臥病 : 병으로 자리에 누움)생활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로 심혈관 질환이나 폐렴 등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그래서 골다공증은 암보다 무섭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골다공증 환자는 118만1805명으로, 5년 새 20만명 넘게 증가했다. 특히 여성 환자가 90% 이상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助骨細胞)와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破骨細胞)의 작용으로 10년에 한번 몸속 뼈는 모두 거듭난다. 특히 여성은 폐경 이후 파골세포를 제어하는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골밀도(骨密度)를 크게 떨어드린다. 골다공증이 심하면 기침 등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골절이 오기 전까지는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골다공증을 ‘소리 없는 뼈 도독’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