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류준열
                          수필가 류준열

경연문단 작가

천상병문학제 추진위원장

이형기기념사업회 부회장

작품집 ‘무명 그림자’ 등

전 중등학교장

 

초등학교와 중학교 다닐 때 만화를 즐겨 읽었다. 시골 만화방에 가서 보거나 친구의 만화를 빌려 보았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학교도서관과 학급서가에서 소설을 주로 읽고 다양한 영역의 책도 읽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다룬 만화를 보면 주인공은 백인 총잡이나 보안관이 주를 이루었고, 인디언이 주로 악인(惡人) 역으로 나왔다. 인디언은 공공의 적이었기에 총과 폭력을 사용해도 법적 도의적 문제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백인 주인공은 착한 사람이고 인디언이야말로 나쁜 짓을 골라하는 악인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었다.

청장년 시절에는 서부영화를 간혹 보았는데 역시 인디언이 주인공인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나쁜 짓을 일삼는 악인역이었다.

나이가 들어서야 신대륙개척시대 서구인이 원주민에게 저지른 학살과 약탈, 폭행을 알게 되었고 원주민 보호구역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인디언을 비롯한 원주민에 대하여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갖게 되었다.

오늘날 캐나다와 미국 호주 등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원주민 학살 사실이 기사화 되고 있다.

올해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남미 5개국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을 여행하였다. 발달된 잉카문명을 목격하고 놀라워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가는 나라마다 원주민을 관심 있게 보았다. 다양한 종족이 살아가고 있다는데 내 눈에는 외형상 구분이 어렵고 비슷하게 보였다. 대체로 키가 작고 몸집이 큰 편이었다.

원주민 젊은 남녀뿐만 아니라 남녀노인 얼굴형이 우리네 남녀 노인 얼굴형과 너무나 닮아 놀라워했다. 여성의 경우 울긋불긋한 원색 옷을 주로 입고 있었다.

얼굴형을 보고 아시아 계통의 사람이 시베리아를 거처 베링해협을 건너 북미와 남미에 이주했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서구인이 아메리카에 침입하기 전만 해도 아메리카 인구가 1억여 명이 넘었으나, 서구인이 침략한 이후 천연두의 유행으로 인구의 90% 이상이 사망하였다고 한다.

서구에서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부스를 대단한 업적을 이룬 탐험가로 영웅대접을 하고 있으나, 원주민에게는 최악을 사태를 불러온 원인제공자가 콜럼부스다. 당시 서구인은 원주민에게 저승사자였다.

스페인 여행 중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세비야 대성당’에 들어가니 네 명의 왕이 메고 있는 콜럼부스 관을 보게 되었다. 시가지에 서 있는 콜럼버스 동상뿐만 아니라, 성당에서까지 최상의 예우를 받고 있었다. 스페인이나 서구인 입장에서는 최고의 탐험가고 영웅임이 분명하다. 원주민 입장에서 바라보면 원망과 증오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콜럼부스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 백인들이 북미와 중남미에 이주하여 나라를 세우거나 원주민 왕국을 무너트리고 식민통치를 하는 가운데, 서구인으로 인한 전염병이 퍼져 원주민은 속수무책 목숨을 잃었다. 나라를 세우거나 식민통치를 하는 중에 저항하는 원주민을 총칼로 학살하는 만행이 저질러졌다. 역사는 과정이 없다고 하나 만약 콜럼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북미와 중남미 상황은 크게 달랐으리라.

중남미 경우 원주민이 인구분포 상 높으나 북미의 캐나다와 미국, 오세아니아주의 호주나 뉴질랜드 경우 원주민은 소수로 전락하였고 서구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는 정복자 내지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처럼 학살당한 원주민의 역사가 파묻혀 있다가 현대에 이르러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위정자가 사과를 하거나 원주민보호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과거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고 원주민 차별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제 삼자에 해당하는 우리 경우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 내지 우방으로 긍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반면, 그 나라에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에 대하여 무지하거나 무감각하다고 봐야 한다.

 

식민지배의 역사를 지닌 우리의 경우, 서구 열강의 원주민에 대한 학살과 지배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서구인의 호전성과 야만성을 되새겨봐야 한다.

스페인을 비롯한 관련국은 콜럼부스를 영웅대접을 할 수 있겠으나, 제 삼자 위치에 있는 경우 콜럼부스를 영웅취급을 하거나 서구인의 남북아메리카 침략과 지배역사를 당연하게 바라봐서는 안 될 일이다. 원주민의 과거 불행했던 역사를 봐야 한다.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 원주민 가톨릭기숙학교 부지에서 천 여 구 어린이 유해가 발견되었다는 기사에 분개했다.

“역사의 과오를 배상하기 위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개탄한 원주민연합체 대변인 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캐나다와 미국, 호주 등에서 원주민에 대한 사과와 배상이 이루어지고 있어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로 더 전향적이고 획기적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오래 전부터 살고 있던 사람을 가리켜 원주민(先住民), 원주인(原住人), 원거인(原居人), 토착민(土着民), 본토인(本土人), 선주민(先住民), 본토박이 등 유사한 뜻을 지닌 이름이 여럿 있으나, 일반적으로 원주민을 많이 사용한다. 남북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는 원래 그들의 땅으로 수천 년 살아왔다.

서구 이주민이 과거 조상들에게 가했던 만행에 대하여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하고, 원주민에게 정치경제 사회문화적 기회와 혜택이 주어져야 함이 순리다.

남미 경우 극소수 원주민이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살고 있으나, 대부분 원주민이 하층에 속해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정체성을 스스로 확립하여 자부심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정치경제적으로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기를 기원해 본다.

*남미 5개국(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기행(2023. 02. 18.-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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