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경책하는 글(자경문自警文) 제9~10과

해일스님

사천 달마사 주지

 

고려 후기 승려인 야운비구(野雲比丘)가 지은 자경문(自警文)은 불교 전문교육 기관인 강원에서 사미, 동자승 등 초심 출가자들이 공부하는 교과과목으로 불자들의 스스로를 경책하는 글이다.

심수행장과 함께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에 실려있는 귀중한 글로써, 전체 15과로 나누어 게재하고자 한다.

 

제9과

여섯째, 망녕되이 스스로 존대한 척하고 남을 업신여기지 말지니라. 인(仁)을 닦고 인을 얻음은 겸양이 밑천이요, 벗을 사귀고 벗과 어울림은 공경과 신의가 으뜸이니라. 사상산(四相山:人.我.衆生.壽者의 네 산)이 점점 높아지면 삼악도의 바다는 더욱 깊으리니, 밖으로 나타낸 취지는 존귀한 듯하나 안으로 소득이 없음은 썩은 배와 같으니라. 벼슬이 더욱 큰 이는 마음이 더욱 작고 도가 더욱 높은 이는 뜻이 더욱 낮으니라. 인아산(人我山)이 무너지는 곳에 무위(無爲)의 도가 저절로 이루어지나니 무릇 하심(下心)함이 있는 이는 만복이 스스로 귀의하느니라.송하여 이르되

교만한 티끌 속에 반야 묻히고

인아산(人我山) 위에 무명만 자라네

저 잘난 체 안 배우고 늙어진 뒤에

병들어 누운 자리에 한탄만이 있으니

제10과

일곱째, 재물과 여색을 보면 반드시(모름지기) 정념으로 대할지니라. 몸을 해치는 기틀은 여색보다 더함이 없고, 도를 망치는 근본은 재화에 미침이 없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부처님이 계율을 내려 재색을 엄금하시기를, 「눈으로 여색을 볼 적에는 범과 독사를 보듯이 하고, 몸이 금 옥이 있는 곳에 임하거든 목석을 보는 것과 같이하라.」 하셨으니, 비록 어두운 방에 있더라도 큰 손님을 대한 듯이 하여 은현(隱現)에 때를 같이하여, 내외를 달리하지 말지니라. 마음이 깨끗하면 선신(善神)이 반드시 수호하고, 여색을 생각하면 모든 하늘신이 용납하지 않느니라. 신장이 수호하면 험난한 곳에서도 어려움이 없고, 하늘신이 용납하지 않으면 편안한 곳이라도 불안하느니라. 송하여 이르되,

탐욕은 염라대왕이 옥으로 끌어 잠그고

청정한 행은 아미타불이 연화대로 모시네

고랑 차고 지옥 가면 고통이 천 가지

배를 타고 가서 연꽃에 나면 복락이 만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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