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낸 소나무 뿌리에 기생
복령은 예부터 강장제로 사용
뿌리 쪽 복신은 총명탕 재료

복령은 맛이 달고 성질은 평(平)하며 독이 없어 체질에 관계없이 누구나 먹어도 좋은 약재이자 식품이다. 사진=강신근제공.
복령은 맛이 달고 성질은 평(平)하며 독이 없어 체질에 관계없이 누구나 먹어도 좋은 약재이자 식품이다. 사진=강신근제공.

 

옛날 어느 고을에 한 관리가 살았는데, 그에게는 소령이라는 딸이 하나 있었다. 집에는 남자 하인이 있었는데 이름을 소복(小伏)이라고 불렀다.

딸 소령이 자라 처녀가 되어 하인 소복을 보니 성품이 좋고 총명하였으며, 근면하여 항상 마음에 두어 오다가 마침내는 그를 사랑하여 몰래 만나 서로 얼싸안을 정도가 되었다.

딸의 아버지 관리는 이러한 사실을 눈치 채기 시작하였다. 관리는 마음속으로 생각을 하였다. '어찌 하인을 사위로 맞아들인단 말인가!'

그는 중매쟁이를 통하여 딸 소령을 부잣집 아들과 혼인 시키고자 하였다. 이런 낌새를 눈치 챈 소령이 소복을 불러 의논했다.

"어떡하지? 아버지가 다른 사람과 혼인시키려 하는데."

"우리가 결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달아나 버리자."

그들은 한밤에 몰래 집을 뛰쳐나왔다. 둘은 한참을 걸어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배고픔과 추위에 소령은 풍습병(風濕病)에 걸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풍습병은 사기(邪氣)인 풍(風)과 습(濕)이 몸에 침입하여 뼈마디가 아픈 병으로, 현대의 류머티즘 관절염을 말한다.

소복은 밤낮으로 그를 간호하였다. 소복이 소령을 위하여 약초와 먹을 것을 구하러 산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눈앞에 한 마리의 산토끼가 뛰는 것을 보고 그는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은 토끼 뒷다리에 맞았다. 토끼는 화살을 맞은 다리를 끌며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소복은 토끼를 쫓아갔다. 한 그루의 소나무가 보이더니 토끼는 온데간데없어졌다. 소복은 소나무 밑에서 화살을 발견했다.

"토끼는 안 보이고 화살만 남아 있다니. 이상하군."

소복이 다가가 화살을 집어 당기니 검은색 둥그런 곳에 구멍이 났다. 그곳을 보니 마치 흰 감자 같은 것이 있어 소복은 놀라며 한편으로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것을 파서 집으로 가져왔다. 배가 고팠던 두 사람은 그 허연 것을 끓여서 다 먹어 버렸다. 다음날 소령은 몸이 한결 가뿐해졌다.

"몸이 좀 나은 것 같아요."

소령의 말에 소복은 어제 그곳으로 다시 가 소나무 밑에 있는 하얀 감자 같은 것을 더 캐어 와서 소령에게 계속 먹이니 소령의 병이 점점 나아 마침내는 완쾌되었다.

가을에 벤 소나무에는 복령이 생기지 않는다. 사진=강신근제공.
가을에 벤 소나무에는 복령이 생기지 않는다. 사진=강신근제공.

 

이 약초는 소복(小伏)과 소령(小笭)이 처음 발견 했다 하여 사람들이 ‘복령(茯笭)’이라고 불렀다.

복령은 베어낸 지 여러 해(3~10년) 지난 소나무 뿌리에 기생한다. 혹처럼 크게 자란 균핵 덩어리(버섯)이며, 소나무 뿌리에 크기 10~30cm로 형성되는데 모양은 둥글거나 길쭉한 덩어리로 형체가 일정하지 않다.

봄철에 소나무를 베어내고 나면 뿌리 부분은 살아서 영양분을 계속 흡수하는데, 지상에 올라갈 수 없게 되므로 뿌리부분에 영양분을 저장하게 된다. 이 영양분 덩어리에 복령 균이 기생하여 크게 자란 것이 바로 복령인 것이다. 그러므로 가을에 벤 소나무에는 복령이 생기지 않는다.

복령의 껍질은 적갈색 또는 흑갈색이고 복령피라 부른다. 내측 육부(肉部)가 담홍색으로 보이는 것은 적복령(赤茯苓 - 해송의 뿌리의 균사체)이고 백색 것은 백복령(白茯笭 - 적송의 뿌리 균사체)이며, 소나무 뿌리를 싸고 있는 것은 복신(茯神)이라 한다.

복령은 또한 ‘흰솔풍령’이라고도 부르며, 북한에서는 ‘솔뿌리혹버섯’이라고 부른다. 전국 모든 산에 소나무를 베어낸 곳에 자라며 요즘은 재배도 한다. 복령을 채취할 때는 ‘탐침봉’이라 불리는 긴 쇠꼬챙이로 소나무 뿌리 부근을 찔러 찾아낸다.

복령은 맛이 달고 심심하며, 성질은 평(平)하고 독이 없어 체질에 관계없이 누구나 먹어도 좋은 약재이자 식품이다. 그래서 복령은 예부터 강장제로 사용되었다. 폐경(肺經), 비경(脾經), 신경(腎經), 방광경(膀胱經)에 작용하여 비장을 보하고 가래를 삭이며, 정신을 안정시킨다.

최근 여러 학자들이 실시한 약리 실험 결과에 의하면 복령이 이뇨작용과 혈당량을 낮추는 작용, 진정작용, 면역 부활 작용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장이 허하여 몸이 부을 때나 담음증(痰飮症 : 소화불량 담적에 의한 어지럼증)에도 사용한다.

그 밖에 위, 간, 이자, 신장 등 질병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질병을 앓고 난 후 허약한 사람이나 만성위장병 환자 등의 치료를 위한 약재로도 이용된다.

복령의 또 다른 효능으로는 파키마 성분이 항암에 도움을 주며, 레시틴 및 각종 유기산이 풍부해 피부 노화를 예방하고, 염증을 개선해 준다.

복령은 반드시 가루를 내어 물에 담그고, 저어서 뜨는 복령 막은 눈을 몹시 상하게 하므로 버리고 써야한다. 사진=전북농업기술원제공.
복령은 반드시 가루를 내어 물에 담그고, 저어서 뜨는 복령 막은 눈을 몹시 상하게 하므로 버리고 써야한다. 사진=전북농업기술원제공.

 

복령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가루를 내어 물에 담그고, 저어서 뜨는 것은 복령의 막인데 눈을 몹시 상하게 하므로 버리고 써야한다.

소나무 복령은 가루를 만들어서 부침가루에 섞어서 부침개를 해 먹거나 칼국수나 수제비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술을 좋아 하시는 분들은 담금주를 만들어 3개월 숙성시켜 드셔도 좋다.

또한 산속에서 수도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복령을 식량 대용으로 먹는데 일반인보다 훨씬 좋은 정신적, 육체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복령은 오래 먹을수록 몸에 이로운 식품이자 약이다.

복령을 약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기(氣)를 도우는 사군자탕(四君子蕩 -인삼, 백출, 백복령, 감초)과 팔미탕, 십전대보탕의 주약으로 처방되며, 우리 몸의 콩팥 신음(腎陰), 신수(腎水)가 부족한 음허증(陰虛症)을 치료하는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숙지황, 산수유, 산약, 목단피, 백복령, 택사)에 들어가는 약재이다.

뿌리를 둘러싸고 있는 복신(茯神)은 총명탕의 주재료로 심신과 정신안정에 도움을 준다.

강신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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