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근 교수의 재미있는 약초이야기

임진왜란 때 전란을 수습하고 나라를 건지는 데 큰 역할을 한 명신(名臣) 중의 한 사람인 이항복(李恒福)은 호를 백사라 하였다.

사월 그믐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가운데 선조임금의 몽진(蒙塵 : 먼지를 뒤집어쓴다는 뜻으로 임금이 난리를 피하여 안전한 곳으로 떠남)을 인도하던 백사 이항복은 이러 경황 중에도 그 특유의 해학기질을 발휘하여 뭇 사람을 웃겼다고 한다. 평소 어의(御醫)허준(許浚)은 그 명성이 자자하여 고관대작들의 왕진을 부탁하는 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각기병(脚氣病 : 다리 근육마비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증상)으로 거동이 불편하다는 핑계를 대고 왕진을 거절하곤 했는데, 난리가 나 피난길에 올라서는 잘도 앞질러 달아나는 걸 보고 이항복이 한마디 했던 것이다.

“ 허준 의관의 각기병은 난리 탕이 제일이로군요.” 하고 …

선조 몽진 길을 함께 했던 허준은 전쟁 후 곤궁과 불안과 질병이 만연된 참담함 속에서도 14년에 걸친 노력 끝에 장장 25권 25책에 이르는 방대한 의서(醫書)를 완성했으니, 이것이 곧 『동의보감(東醫寶鑑)』이다.

☞ 『동의보감(東醫寶鑑)』 왕실의 주치의였던 어의(御醫) 허준(許浚 1539 - 1615)선생이 중국과 우리나라의 의학서적을 집대성하여 저술한 한의학 전문 서적이다. 선조 30년(1596년), 선조의 명을 받고 허준, 정작, 양예수 등이 편찬하기 시작하여 1597년 정유재란으로 중단 되었다가 전쟁이 끝난 후 허준이 다시 편찬하여 광해군 2년(1610년)에 완성되었으며, 광해군 5년(1613년)에 25권 25책의 방대한 분량으로 초판이 간행되었다. 1910년에 국보 제 319호로 지정되었으며, 2009년에는 예방의학 측면과 공공의료 서비스 측면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 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되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질병의 치료 뿐 아니라 오히려 예방을 위한 양생법(養生法)과 건강을 위한 마음가짐을 더욱 강조하고 있어서, 그 가치가 더욱 돋보이고 있다.

“병에 걸린 다음 아무리 좋은 약을 주어도, 그것은 마치 목이 말라서 견딜 수 없게 된 연후에 우물을 파거나, 전투가 시작된 다음에 무기를 만드는 것 같아서 이미 늦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생명력을 보강하고 자연치유력을 항진 시키는 소위 ‘양생(養生)’의 처방들이 많이 기재 되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처방이 경옥고(瓊玉膏)다. 그 효능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정액, 진액을 늘리고 골수를 보하며 모발을 검게 하고 치아를 소생시키며, 온 몸이 두루 충족되어 온갖 병을 재거한다.” 고. 그러니까 강심작용(强心作用), 노화방지(老化防止) 작용, 전신 보혈(補血) 및 강장작용이 있다. 까닭에 머리카락이 일찍 희어지고, 치아가 들뜨며, 쉽게 피곤하고, 빈혈이 심하며, 심장 기능이 쇠약하고, 호흡기가 약하여 마른기침을 하거나 객혈할 때 효과가 있으며, 만성 위장병에 좋고 만성 소모성질환(폐결핵, 당뇨 등)에 두루 쓸 수 있는 처방일 것이다.

실제로 실험을 해보니 만성 심 혈성 빈혈을 일으킨 동물에서 적혈구와 혈색소 증가, 체중증가, 또 추위를 이겨내는 힘의 증가, 피로 방지 및

 

 

피로 회복 촉진작용이 증명되었다.

 

원나라 때 몰사혜란 의사가 쓴 『음선정요』라는 책에는 “이 경옥고(瓊玉膏)는 정기를 충실하게 하고 내장을 튼튼히 하고 기력을 왕성케 한다. 또 오장(五臟)의 활동이 원활해지고 보혈작용이 있으며 백발이 흑발로 변하고 늙은 사람이 도로 젊어지고 혈기왕성한 말처럼 달릴 수가 있어서 늙어서도 밤마다 여자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63세 이전에 먹으면 120세를 살며 64세를 지나고 먹으면 그래도 100세를 산다.”고 허풍까지 떨고 있다. 그만큼 신비롭고 경이로운 보약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양성연년약이(養性延年藥餌)”이라 하여 보약(補藥)으로 복용할 수 있는 좋은 처방과 단방(單方)약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맨 처음이 경옥고(瓊玉膏)이다. 웬만한 가정치고 아이들이나 바깥양반의 건강을 위하여 경옥고(瓊玉膏) 한두 제 써보지 않는 집이 없으리라.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정성껏 경옥고(瓊玉膏)를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하여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성분은 인삼이 주이고 이에 생지황(生地黃), 백복령(白茯苓)과 꿀이 들어 있는 간단한 처방이다. 가정용으로 사용할 보약을 집에서 정성껏 만든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즐거운 일이다. 이 처방은 한 번에 만드는 분량이 많으므로 비례적으로 줄여서 만드는 것이 좋다.

☞ 『동의보감(東醫寶鑑)』처방 조제 안내 - 생지황 16근(9,600g)을 절구에 찧어서 즙을 낸 것(녹즙기도 가능), 인삼을 곱게 가루로 만든 것 1.5근(900g), 백복령을 곱게 가루로 만든 것 3근(1,800g), 꿀 정제한 것 10근(6,000g), 각각 반죽하여 사기 항아리 넣고 유지(들기름 먹인 문종이)로 입구를 봉하여 깊이가 있는 스텐 솥에 넣고 물을 항아리 높이의 2/3정도 채워 뚜껑을 덮고 약한 불로 3주야(72시간) 동안 끓인다(물이 줄면 보충한다). 1주야(24시간)동안 식혔다가 다시 1주야(24시간) 끓인다. 최고의 보약 경옥고는 5주야(晝夜) 120시간의 인고(忍苦)의 시간 속에 탄생된다.

복용할 때는 나무, 대 숟가락(쇠숟가락은 약효를 감소시킨다)으로 따뜻한 물과 1일 2~3회 먹는다. 귀한 보약을 먹을 때는 회충약을 먼저 먹는 것도 잊지 마세요.

동의보감 속 경옥고 미세먼지 폐 손상 예방효과

국민일보(2019년 3월 12일)의 기사 내용에 의하면 경북대학교 약학대학 배종섭 교수팀이 동의보감 속의 경옥고가 미세먼지로 인한 폐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이 SCI급 국제학술지인 ‘국제 환경 연구 저널’에 발표됐다고 한다.

이번 연구를 이끈 경북대학교 약학대학 배종섭 교수팀은 ‘미세먼지가 유발하는 염증 반응에 대한 경옥고의 억제 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체내 산화(노화), 스트레스 및 기도(氣道) 염증에 대한 경옥고의 호흡기 보호 효과를 확인 했다고 3월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작년 5월부터 시작해 7개월간 진행되었다.

배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미세먼지(PM2.5)로 시험용 쥐의 폐 손상을 유도했으며, 경옥고 투여 군과 비 투여군 사이에서 염증성 인자, 활성산소, 혈관 투과성 및 폐 조직 변화 추이를 관찰했다.

연구는 세포실험과 쥐를 이용한 동물 시험으로 각각 수행한 뒤 결과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관찰했다.

시험에서 경옥고를 투여한 쥐는 투여하지 않은 쥐에 비해 폐 내피세포에서 활성 산소가 58%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배종섭 교수는 “이번 시험을 통해 미세먼지 노출로 발생할 수 있는 폐 손상 등 호흡기를 포함한 건강상의 문제를 예방하는 데 경옥고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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