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한국문인협회, 신서정문학회
국보문인협회 부이사장
남강문학협회 감사

태완이

2. 병식이는 옆집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다. 어렸을 때 부터 같이 자란 두 녀석은 미워하면서, 때로는 치고 받고 싸움을 하여 어른 싸움으로 번지게도 하였고, 싸움을 한 후에는 두 번 다시 얼굴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맹서하기도 하였지만 그건 언제나 말뿐이고 녀석들은 하룻밤만 자고 나면 또 다시 어울려 다니는 싱거운 녀석들이었다.

학교에 다니기 싫었던 병식이는 중간고사를 앞 둔 어느 날, 같이 공부를 하자고 찾아 온 태완이에게 가출을 하자고 꼬드겼다.

병식이는 대청마루에 온 식구가 빙 둘러 앉아 밥을 먹는 둥그런 밥상을 펴놓고 앉아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벌써 몇 번 째 읽고 또 읽은 만화책을 보고 있던 중이었는데 때 마침 태완이가 찾아 왔다.

명분은 시험공부를 같이 하자고 찾아 온 것인데 태완인들 공부를 하고 싶어서 찾아 온 것이 아니고 심심하니까 같이 놀거리를 찾아 왔다고 말을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태완이가 찾아오자 병식이는 그 자리에 벌렁 뒤집어 져 팔베개를 하고 누우면서

“공부하러 왔나?”

“응...”

대답하는 태완이의 눈에는 병식이가 들고 있는 만화책에 꽂혀 있다.

“니나 내나 공부를 해 봐야 성적도 안 오르는 돌대가리들인데 공부를 해서 뭐하노, 죽으라고 해도 골찌를 면하지 못하는데”

“내 말이..., 그래도 중학교 졸업장이라도 따 놔야 고등학교도 가고, 취직도 하고 그러재.”

“그래, 집에서 농사나 지어야 하는 놈한테 졸업장이 다 무신 소용이고, 졸업장을 가진 사람이 농사를 지으면 벼란 놈이 저절로 쑥쑥 커 준다 카더나.”

“어떤 놈이 학교를 만들고 공부를 만들어 놓았는지 만나면 면상이라도 갈겨 주고 싶다”

병식이가 팔베게를 하고 누워 있더니 슬그머니 일어나 앉으면서

“태완아, 니 다람쥐 잡아서 돈 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

“그딴 말을 들어 본 적은 없지만 당연한 거 아이가, 다람쥐를 잡아서 팔면 당연히 돈이 되겠지, 그라고 많이 잡아서 팔면 많이 벌고, 쬐깨 잡으면 쬐깨 벌고.”

태완이는 병식이가 들고 있는 만화책이 이미 오래 전에 본 것이라는 기억이 미치자 시큰둥한 대답을 한다.

“아이다, 다람쥐 고 쬐깐한 게 암탉 다 큰 놈 세 마리 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데이.”

“누가 그러더노?”

태완이도 어차피 공부하기가 싫어 공부를 핑계로 병식이에게 찾아 왔고, 당연히 둘은 공부는 하지 않고 잡담과 장난으로 시간을 보낸다.

“어제 내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강원도에 사는 사람이 농사를 짓다가 심심풀이로 다람쥐를 잡아 팔았는데 그기 돈이 되니까 인자 농사는 때리 치우고 아예 다람쥐 잡는 사람으로 변신했다거 아이가, 다람쥐 잡는 것이 처음에는 힘이 좀 들지만 기술만 개발하모 하루에도 열 마리 이상을 잡는데 인자는 다람쥐를 잡아 집도 사고 시내에 건물도 사고 했다 카더라.”

“진짜가?”

태완이가 솔깃해 진다.

“하모, 다람쥐를 잡으모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도 좋아 한다 카더라, 가을에 다람쥐가 밤이고 도토리고 다 까묵고, 여름이면 잣나무에 달린 잣까지 다 까묵지만 잡을 방법이 없어 맨날 속만 태우다가 이 사람이 동네에 들어와서 다람쥐를 죄 다 잡아 가니까 얼마나 좋겠노, 그래서 그 사람이 동네에 나타나모 밥도 주고 술도 주고 재워 주는 방도 내 주면서 제발 가지 말라고 부탁한다 카더라”

“그 사람은 꿩 먹고 알 먹기네, 다람쥐 잡아 돈 벌고, 밥값, 집값이 안 들어가서 좋고...”

병식이는 태완이가 흥미를 보이자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하모!”하면서 무릎을 탁 친다.

“다람쥐하고 비슷하게 생긴 놈도 있잖아.”

“아, 청설모? 청설모나 다람쥐나 비슷하기 때문에 굳이 구별할 필요가 없다.”

“어떤 놈이 그 다람쥐를 사가노, 그라고 사간 놈은 고걸 가지고 뭐 한다 카더노?”

“다람쥐 쳇바퀴 안 있나, 다람쥐를 사 간 사람이 조그만 통에 쳇바퀴를 설치하고 그 속에 다람쥐를 넣으마 다람쥐가 쳇바퀴 안을 부지런히 뛰어 다니는데 그게 볼거리 아이가.”

“그걸 누가 사나?”

“서울에 가면 백화점에서 예쁜 상자 안에 넣어 파는데 그기 불티나게 팔린다더라. 없어서 못 판다더라.”

“그런데 다람쥐는 우째 잡노”

“그건 문제 없는 기라, 내가 전에 다람쥐를 잡아 봤는데, 쥐틀 안 있나, 쥐틀 안에 고구마나 도토리를 넣어 놓고 다람쥐가 많이 다니는 길목에 쥐틀을 딱 갖다 놓으마 다람쥐가 틀 안에 있는 밤을 먹을라고 들어갔다가 쥐처럼 탈칵 잡힌다 아이가”

“니 진짜 잡아 봤나?”

태완이 생각에 다람쥐도 쥐기 때문에 쥐틀로 잡는다는 말이 맞기는 맞는 것 같은데 그래도 미심쩍다.

“하모, 그 때 내가 잡은 다람쥐를 동네 사람들이 다 봤는데, 니는 못 봤나?”

태완이는 그런 기억이 없다.

“그런데 만약시 다람쥐란 놈이 쥐틀에는 안 들어가고 나무 위에서 뱅뱅 돌아 댕기기만 하면 우짜노?”

“그것도 간단 한기라”

병식이는 또 자세를 고쳐 앉으면서 아주 들뜬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간다.

“다람쥐란 놈은 다람쥐같이 잘 빠져 나가지만 그래도 멍청한 기라. 다람쥐는 나무위에 앉아 도토리를 까묵는데 이때 나무 밑둥치를 큰 함마나 도끼, 그런게 없으마 다른 굵은 나무로 쾅 치면 그 진동으로 다람쥐가 나무 밑으로 떨어진다 아이가, 그런데 다람쥐는 떨어지면서도 절대로 도토리를 안 놓기 때문에 그냥 몸통으로 쿵 떨어지면서 그 충격으로 잠시 기절을 하는 기라, 그 때 잽싸게 잡으마 된다.”

“다람쥐가 맨날 도토리만 묵고 있나?, 아무것도 안 묵고 있을 때는 우짜노?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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