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가 김윤세
전주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인산의학 발행인

꽃나무들 사이에서 술을 마신다 / 달빛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인다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 그림자와 달과 내가 셋이 되었네

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 / 그림자는 다만 나를 따라 움직인다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와 짝을 이루어 / 다 같이 어울려 봄날을 즐기나니

내가 노래하매 달은 배회하고 /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도 춤춘다

함께 어울려 술자리를 즐기다가 / 흠뻑 취하니 각자 흩어져 사라지네

영원히 변치 않을 교분을 맺어 / 저 하늘 은하에서 다시 만나기를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凌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화간일호주 독작무상친 거배요명월 대영성삼인

월기부해음 영도수아신 잠반월장영 행락수급춘

아가월배회 아무영능난 성시동교환 취후각분산

영결무정유 상기막운한

꽃나무들 사이에서 술을 마신다.

달빛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인다.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니

그림자와 달과 내가 셋이 되었네.

달은 술 마실 줄을 모르고

그림자는 다만 나를 따라 움직인다.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와 짝을 이루어

다 같이 어울려 봄날을 즐기나니

내가 노래하매 달은 배회하고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도 춤춘다.

함께 어울려 술자리를 즐기다가

흠뻑 취하니 각자 흩어져 사라지네.

영원히 변치 않을 교분을 맺어

저 하늘 은하에서 다시 만나기를

당나라 때, 시선詩仙으로 불리며 스스로 취선옹醉仙翁이라 자처한 이백李白의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신다(월하독작)’라는 제목의 연작 시 중 한 편이다.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격식에 구애받음 없이 호탕한 어조로 존재의 고독을 읊고 있다. 꽃이 만개한 숲속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달과 그림자와 짝을 이루어 고요와 고독을 즐기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이다. 이백에게 술은 고독한 영혼의 아픔을 치유해 주는, 더없이 훌륭한 감로甘露의 영약靈藥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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