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세 건강이정표
전주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인산의학 발행인

한 오십 나니까 이빨이 빠지기 시작한다. 그게 아무리 무서운 영물靈物이래도 육신에는 도리 없다! 젊어선 내가 죽을 리가 없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제는 ‘노병老病은 유고주有孤舟’라는 시를 남긴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이백(李白)과 병칭하여 이두(李杜), 시성(詩聖)이라 불린 두자미杜子美 소릉少陵 두보杜甫의 글을 늘 잊어버리지 않는다.

‘노병老病은 유고주有孤舟’라는 말뜻을 알아낸 후에 말문이 막혔다. “늙고 병든 몸만 외로이 쪽배에 실려 있네.” 기가 막힌 이 표현은 두보杜甫의 시 ‘등악양루登岳陽樓’ 중 한 구절인데, 인산 선생은 두보의 신산스런 삶에 자신의 처지를 이입했던 것이다.

두보(712~770)는 배 안에서 죽었다. 57세 되던 해 1월부터 두보는 가족을 이끌고 장강을 따라 흘러 다니며 선상船上 생활을 했다. 그해 겨울 호남성 악양현의 동정호 동쪽 기슭에 있는 누각 악양루岳陽樓 아래 정박하며 ‘등악양루’를 지었다. 이후 악양과 장사를 왕래하다가 59세 가을, 배 안에서 죽었다.

인산 선생은 독립운동과 병자구제를 위해 전국을 떠돌다 마지막 함양 땅에서 84세를 일기로 숨을 거둘 때까지 83차례나 이사를 다녔다. 어느 한 곳 정주定住할 수 없었던 것은 밤하늘의 별처럼, 고독하게 빛나되 가늠키 어려운 속도로 생멸生滅을 넘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오십이 되면 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치유 묘방도 아닌, 오십이 되니 이가 빠지기 시작했다는 인산 선생의 말씀을 여기에 적는 이유는, 필자 또한 ‘도리 없이’ 흔들리는 생의 한 시절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꽤나 식상한 표현이 되겠지만, 인생은 강물 위를 떠가는 작은 배 한 척이다. 젊은 시절에만 매여 있으면 좋으련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아픈 몸을 시간의 강물에 비비며 삶은 어딘가로 흘러갈 뿐이다. 사실 오십 이후 건강 유지 혹은 치유의 비결은 늙고 병들어간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일는지 모른다.

서양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은 원래 병을 치료하는 힘을 갖추고 있다”며 “진정한 의사는 내 몸 안에 있으며 내 몸 안의 의사가 고치지 못하는 병은 하늘이 내린 명의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자연치유 능력을 ‘내 몸 안의 의사’로 표현한 것이다. 병을 치유하는 것은 우리 몸 안에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이 결정한다.

“치유를 원한다면 삶을 바꿔라” 질병은 잘못된 생활 습관에서 온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자기 몸 안의 의사를 깨울 때 거의 모든 질병은 치유된다”고 강조한다. 치유는 ‘병이 낫다’는 뜻이다.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상태에 도달(치유)하고 병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유지할 때 더 이상 병이 생기지 않는 것(완치)이다. 그렇다면 자연치유력을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몸 안의 의사에게 기운과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핵심은 자연치유적 삶이다.

암이 무서운 건 재발의 위험성 때문이다. 암이 재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병의 뿌리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뿌리가 자라는 토양(몸)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암세포를 키우고 번식시키는 암의 뿌리는 ‘생활 습관’과 ‘태도’이므로 이를 바꿔야 한다. 치유는 원래 보편적이고 단순한 것이다. “진정으로 치유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자기 몸 안의 의사를 믿고 스스로 의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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