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태완이 8

그래 다람쥐는 좀 잡았나?”

“아니예, 잡았시먼 이래 빨리 돌아 왔겠심니꺼, 내가 예, 문디 자슥한테 속은 기라예, 병식이 그노마 말만 믿고 따라간 내가 잘못인 기라예.”

“우쨌기나 잘 놀다 왔으니까 됐다, 그라고 학교는 우짜기로 했노, 학교 가면 선생님한테 야단을 많이 맞을 건데....”

“인자, 학교는 안 다니기로 했심더, 어차피 지는 공부도 못하고..., 차라리 집에서 농사나 짓는게 훨씬 낫심니더.”

“너거 아부지하고 엄마하고 다 상의를 했나?”

“예, 아부지, 엄마한테 허락을 받았심더.”

“오냐, 알겠다. 그라마 인자 내가 니 하고도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낼 수 있겠구나”

“예, 할매, 할매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이소. 지가예, 다른 건 몰라도 할매 일이라카먼 발 벗고 제일 먼저 해야지요.”

“아이고, 우리 태완이 이 할미 생각하는 것 좀 봐라, 이제 다 컸네...”

“할매 돌아 누우이소. 내가 허리하고 다리를 주물러 드릴께예, 내가 예, 집을 나가 있으민서도 할매 허리 생각이 나서 잠이 잘 안오데예.”

“아이고 그랬나?, 착한 놈, 그래도 오늘은 됐다, 약초 캐 온거 다듬어야 한다.”

“그라마, 약초 다듬는 거 도와 드릴께예”

두 사람은 말리려고 마당에 늘어놓은 약초를 뒤집기도 하고, 잡티를 골라내기도 하면서 한참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 참 밥을 해야제, 우리 태완이가 돌아 왔으니까 이 할미가 맛있는 밥을 해 줘야지.”

“아니예, 엄마가 밥 해 놓는다고 할매를 모시고 오라고 했심더, 오래간만이라고 밥을 같이 묵자고 하데예.”

“그래, 그라마 너거 집으로 가자, 니가 돌아오면 해 줄거라고 굴비 사서 말라 논게 있다, 그거 가지고 가서 같이 구어 먹자.”

할매는 신이 난 것 같다. 매일 혼자서 밥을 먹다가 가끔 태완이네 집에 가던지 아니면 태완이 식구들을 불러서 같이 밥을 먹을 때면 할매는 신바람이 나서 몸이 가벼워 진다.

“참, 내가 니 한테 돈 준거, 너거 아부지나 엄마한테 말했나?”

“아니예, 내가 얼란교?

“그래 잘 했다, 이 할미하고 니하고 단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은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는 것, 안 까묵고 있제?”

“하모요, 걱정 마이소, 전에 내가 자다가 할매가 내 목에 칼을 대고 있던거도 말 안했심니더.

“니, 그거 아직도 기억하고 있나?, 그건 니 한테 귀신이 들려 내가 귀신을 쫓아내려고 그란거 아이가.”

“그래도 자다가 뭔가 스미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니까 할매가 그 시퍼런 칼을 내 목에 대고 있어서 내가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는데.., 그걸 우째 잊어 버립니꺼.”

“내가 신(神)을 좀 보는기라, 네가 공부를 좀 몬하고, 그라고 몸이 허약한게 귀신이 붙어서 그런기라, 그래서 내가 니 몸에 붙어 있는 귀신을 떼 줄라꼬 하는 거 아이가.”

“내 몸 하나도 안 약합니더, 얼마나 튼튼한데예.”

“야, 이놈아, 덩치만 크다고 튼튼하나, 니는 덩치만 컸지, 속은 바람 든 무시처럼 허약한기라, 앞으로도 가끔 그런 일 있어도 절대 놀래지 말거래이, 그라고 이 말은 절대,절대로 하마 안 되는거 알제?”

할매는 ‘절대’ 라는 말을 연이어 강조한다.

“하모예, 잘 압니더.”

“니, 약속 할 수 있나?”

“예, 약속 하고 말고예, 자 할매 그라마 우리 손가락 걸고 약속하입시더.”

태완이는 새끼손가락을 편 채 주먹을 동그랗게 말아 할매에게 내민다.

“오냐, 약속하자.”

할매는 태완이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면서 한바탕 웃더니 태완이를 잡아 당겨 껴안아 준다.

“할매가 오랜 만에 안아 주니까 참 좋네예.”

“앞으로 자주 안아 주께, 아이다, 이제 네가 덩치가 다 컸으니 니가 내를 안아 줘야 된다, 그라고 전에는 니 기저귀 갈아 주면서 고추도 자주 만져 봤는데, 인자는 니가 커서 징그럽겠제?”

“하모예, 인자 나도 다 큰 어른이라예” 하면서 얼굴을 붉힌다.

태완이가 부쩍 커 버렸다.

코밑 솜털이 제법 거뭇거리는 수염이 나는걸 보면 어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태완이가 어렸을 때처럼 윽박지르고, 굶기고 장난감을 주려다 말고 부수는 방법으로 길을 들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아참, 퍼떡 집에 가입시더, 엄마가 기다리겠심니더”

할매는 처마 밑 서까래에 짚으로 엮어 달아 놓은 굴비 두름에서 제일 큰 놈으로 두 마리를 빼서 들고 나선다.

할매는 굴비를 소금 독에 묻어 절인 후에 처마 밑에 매달아 두었다.

굴비는 말릴 때 내장을 꺼내지 않기 때문에 그냥 매달이 놓을 경우 쉽게 상할 수 있다.

그래서 말린 조기를 만들려면 한 사흘 쯤 소금에 묻어 어느 정도 물기를 뺀 후에 꺼내어 소금을 털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달아 두어야 한다.

처마 밑이 제격이다. 그래야 비도 맞지 않고 고양이나 쥐새끼들에게 도둑을 맞지도 않는다.

할매는 “이걸 언제 묵나 했더니 생각보다 빨리 묵게 되네...”하면서 좋아 한다.

할매는 태완이가 집으로 돌아 온 것을 보고 너무 좋아한다.

태완이가 가출한 후 할매는 울고불고 하는 태완이 엄마한테 1주일을 넘기지 않고 돌아 올 것이라고 예언하였는데 이 예언이 정확하게 맞았다.

할매는 태완이 집으로 가는데 신이 났는지 엉덩이를 유별나게 흔들면서 돌무더기 담장도 가뿐하게 넘어간다.

그리고 태완이 엄마가 저녁 준비를 하는 부엌으로 들어가면서 태완이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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