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용수

2.악연의 시작

1.

사장, 경리,조부장도 현장에 투입되어 작업을 한 끝에 밤이 되어서야 겨우 물량을 맞출 수 있었다.

물량이 맞추어 졌으면 배달을 해 주어야 하는데, 엎치면 덮쳐진다. 이번에는 화물차를 운전하는 정기사가 공장안에서 운동화 안창 넣는 일을 하다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 버렸다.

정기사는 사람이 순하고 일도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몸이 너무 약한 것이 흠이다.

정기사는 원래 공장의 생산직공으로 입사하였지만 몸이 약하여 오염된 공기 속에서 일하는 현장직은 버티지 못하여 입사한지 3개월 만에 사표를 제출하자 사장은 그의 성실성을 높이 사서 운전면허를 따게 해 주었고, 그 후로 운전기사로서 일을 하였다. 사장이 그런 배려를 해 주게 된 것도 사실은 조부장의 역할이 컸다.

물량을 맞추기 위하여 사장과 경리부장까지 현장에 투입되어 제품 생산에 매달리는 것을 본 정기사가 일을 거들어 준답시고 운동화 안창에 본드를 발라 안 바닥에 까는 공정을 맡아 일을 하다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 버린 것이다.

물량을 다 맞추면 뭐 하나? 그날 밤 안으로 납품까지 이루어 져야 하는데 운전할 사람이 없으면 헛방이다.

조사장은 급한 김에 여기저기 기사를 수소문해 보았으나 갑자기, 그것도 밤늦게 운전을 해 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급기야 사장은 운전면허도 없는 지서에게 배달까지 부탁한다.

사장은 언젠가 공장안에서 화물차량을 운전하여 이동시키는 것을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한씨, 니 운전할 줄 알제?”

지서는 사장이 질문하는 이유를 짐작하고 펄쩍 뛴다.

“아니예, 운전 할 줄 모릅니더.

딱 잘라 말한다.

“니, 운전하는 거 봤는데...”

“아, 그건 공장 안에서 조금 움직인 정도고예, 밖에 나갈 정도는 아입니더.”

“니가 밖에도 나가 봤잖아.”

“그건 바로 앞에 나간게 전부 고예.”

“한씨, 참 면목이 없는데, 물건이 만들어 지면 뭐하노? 갖다 줘야지. 저쪽에서는 지금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기라. 납품이 되는대로 서울로 가져가야 한다고. 내일 아침에 백화점에 들어 가야하는 기라. 그래서 오늘 밤 안으로 납품을 해야 저거 차에 실고 밤새 서울로 가는 기라. 우야겠노. 한씨가 조심조심해서 한번만 갔다 온나.”

“그라마 서울 갈라고 대기하고 있는 저거 차가 오면 안 됩니꺼?”

“내가 그 말을 안 했을끼가?, 그런데 일단 우리가 물건을 갖다 주어야 저거 포장 기계에서 개별 포장을 하여 서울에 납품이 되는 기라. 그래서 우리가 갖다 줄 수 밖에 없데이. 그라고 우리가 하청 업체면서 너거가 와서 가져가라...하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데이, 한씨, 우짜노 한 번만 봐도...”

옆에 서 있는 조부장은 미안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지만 얼굴은 완전히 우거지상이 되어 있다.

조부장을 쳐다보는 순간 지서는 또 마음이 약해진다.

“지는 면허증도 없심니더, 만약 사고가 나면 우짤낀교?”

“내가, 다 내가 책임지께, 이 배달이 되고 안 되고가 내 사업이 되고 안 되고의 갈림길인기라.”

“알겠심더, 사장님이 그래 부탁하니까 제가 힘들어도 한번 갔다 오지요.”

지서는 좀 전에는 조부장의 체면을 세워 주었지만 이번에는 사장의 체면을 세워 준다.

지서는 운전을 해 보기는 했어도 그것은 공장내에서 잠깐 움직이는 정도이거나 공장 밖으로 나가는 것도 차가 안 다니는 시간에 공장 주변의 한적한 길을 재미삼아 운전해 본 것이 전부였으므로 장거리 운전이나 시내운전은 해 본 경험이 전혀 없다.

다행히 러시아워는 지났으므로 교통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므로 기어를 2단 까지만 넣고 천천히 운전할 것이라고 마음먹고 차에 올랐다.

사실 2단 이상을 놓고 운전해 본 경험도 없다.

결국 지서는 5톤 트럭에 신발 완제품 반차 정도를 싣고 약 20㎞ 거리에 있는 태진 물산 물류 창고까지 배달하게 되었다.

지서가 차에 올라타서 막 출발을 하려는데 조부장이 훈수를 둔다.

“한씨, 일단 시내에 차를 올리고 나면 뒤에서 빵빵거리거나 말거나 흔들리지 말고 한씨가 마음먹은 대로만 운전 해래이, 늦다고 빵빵거리는 놈도 지가 답답하모 결국 비켜 가게 돼 있다. 알겠제?”

“알겠심더, 심호흡 한번 하고... 댕기 올랍니더.”

지서가 차를 출발시키자 사장과 조부장이 박수를 쳐 준다.

처음에는 2단만 넣고 극도로 조심을 하면서 운전하였으나 문현동 고갯길을 넘으면서 조금씩 익숙해 졌고, 슬그머니 자신이 생겨 기어를 3단, 4단으로 변속하면서 제법 빠른 속도로 운전하였다.

태진물산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조사장이 왜 그렇게 다급해 했는지 태진물산에 도착하니 알 수 있었다.

태진물산에서는 지서의 차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 전원이 대기하면서 포장준비를 다 마쳐 놓고 있었다. 서울까지 갈 차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태진물산의 사장도 지서가 면허증도 없이 운전해 온 사실을 알고 있었나보다.

오면서 긴장을 했을 거라고 하면서 긴장이 풀어지라고 따끈한 커피까지 타다 준다.

비록 한 잔의 커피지만 그래도 상당히 규모가 큰 부산의 유통업체 사장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아 보니 어렵기는 했지만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배달을 마치고 공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결 수월하였지만 긴장이 풀렸는지, 아니면 어젯밤 몸이 아파 밤새 앓느라고 잠을 못 자서인지 깜박깜박 졸음이 온다.

눈을 비비고, 창문을 열어 찬바람을 쐬면서 운전을 한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고 공장까지 채 30분도 남지 않았다. 지서는 한적한 길로 들어서자 긴장이 풀어졌고, 졸음이 오는 것 같아 큰 목소리로 징글벨 노래를 부른다.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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