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소설가 김용수

2.악연의 시작

5.

신발공장의 조사장은 바쁜 사람을 붙들고 쓸데없는 조사를 한다고 극히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므로 경찰에서는 ‘한씨’가 범인이라는 추정이 가지만 인적 사항에 대하여 남아 있는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진주 인근의 ‘한씨’란 ‘한씨’를 모두 조사할 수도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사건 조사에 열의를 다하는 것처럼 떠들어 대다가 결국 기소중지 의견으로 사건을 마무리 한 후 검찰청으로 송치해 버리므로서 3명이나 죽은 교통사고는 영원히 묻혀 버렸고, 조사는 유족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유족은 경찰로부터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성이 ‘한씨’라는 것과 ‘진주’ 인근의 농촌에 거주하던 사람이란 정도의 정보만 얻을 수 있었다.

6.

지서가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오자 영문을 모르는 아버지는

“농삿꾼의 피를 이어받은 너는 땅을 파먹고 살아야 된다” 고 하면서 아들의 귀향을 적극적으로 반겼고, 지서는 그 길로 흔들림 없는 농삿꾼이 되었던 것이다.

자신이 야기한 교통사고 뺑소니 사건은 오로지 자신만 아는 사건으로 영원이 묻혔지만 지서는 심한 자책감 때문에 하루도 맘 편히 잠을 자 본 적이 없었다.

불현듯 참혹했던 그 광경이 떠오를 때 마다 지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진저리를 쳐야 했지만 그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되어 원인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걱정 어린 시선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낮에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면서 분위기를 달리하여 잊을 수가 있지만 밤 마다 꿈에 나타나는 것은 막을 도리가 없다.

밤마다 죽은 아이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나타나 눈을 부릅뜬 채 지서를 빤히 바라보면서 ‘살려주세요, 살려 주세요’ 애원을 한다.

지서는 그들을 피하여 도망을 가보지만 발은 자꾸 헛돌기만 하고 그들의 손아귀에서 도무지 벗어 날 수가 없다.

결국 그들 손에 잡혔고 두 아이가 지서의 한 팔 씩을 잡고 벽에 세우고 죽은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커다란 화물차를 운전하여 돌진해 온다.

지서는 살려달라고 애원을 한다.

그 순간 차는 사라지고 대신 여자 아이가 어디서 도끼를 들고 와서 지서의 머리통을 내리친다.

지서의 머리는 두 동강이 되어 쩍 벌어지는데, 벌어진 머리에서 붉은 피가 아닌 허연 피가 강물이 되어 흐른다.

지서는 고함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난다.

꿈이다.

지서는 그 밤을 꼴깍 샌다.

하루는 상고머리 어린아이가 도끼를 들고 나타나서 지서의 온 몸을 토막 내기도 하고 또 하루는 아이의 아버지가 나타나 지서를 세워 놓고 커다란 화물차로 들이 받아 짓이기기도 하며, 또 어떤 밤에는 아이의 엄마가 마귀할멈이 되어 손에 낫을 들고 와서 지서를 난자한 후 쓰러진 지서의 머리통에 커다란 바위를 들고 와서 내리 찍는다.

지서의 머리통은 산산조각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진다.

악몽에 시달리는 불면의 밤은 매일 계속된다.

잠에서 깨어난 지서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참회를 한다.

지서는 아무 죄 없이 죽은 사람들을 위하여 사고가 난 날이 돌아오면 가까운 절에 가서 명복을 빌어 주었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이나 불쌍한 사람, 특히 불우한 환경에 처한 어린 아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가다가 따뜻한 밥이라도 사 먹어라고 하면서 돈 몇 푼을 쥐어 주기도 한다.

천성이 순박하고 착한 지서는 부지불식간에 사고를 내고 그 사고 사실을 은폐 하므로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마따나 정말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만큼 그 사건으로 인한 죄책감도 클 수밖에 없었다.

다음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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