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류준열

황제와 귀족 모여 나라의 대소정사 논의한 제정 러시아의 심장부 겨울 궁전, 역사의 소용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거닐던 황족과 귀족의 발자국 소리 들리지 않고, 이제는 이방인의 왁자지껄한 소리 가득한 거대한 화랑 되어 유유히 흐르는 네바강 바라보고 있다.

미로 같이 구불구불한 통로 따라 걸으며 마주치는 수많은 방마다 화려하고 내밀한 뜻 간직한 수많은 명화들이 있다.

남들은 명화라 찬탄의 소리 쏟아내는데, 한순간 마주치며 지나가는 사물로 보이며, 거장의 솜씨와 속내 유심히 바라보려고 하나 바쁜 발걸음으로 건성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기나긴 세월 걸친 유명화가의 수많은 그림, 태어나 살던 나라에서 북극 가까운 먼 나라로 떠밀려 유배의 설움 안고, 궁궐 크고 작은 방에 들어앉아, 나름대로 고유한 개성 뽐내며 화사한 화원(畵園) 이루고 있다.

가족의 속내 극명하게 드러낸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蕩子).

태평양 외딴 섬 정열 불타오르는 몸매 드러낸 고갱의 타이티 여인.

벌거벗은 다섯 여인의 원무 표현한 마티스의 무용수.

도형 모양의 방식으로 여인의 누드 나타낸 낯설기만 한 피카소의 세 여인.

젊은 여인이 노인에게 젖을 빨리는 외설스런 루벤스의 노인과 여인.

렘브란트, 라파엘로, 르누아르, 모네, 세잔느, 고호, 고갱, 마티스, 피카소, 루벤스, 세계적 명성 드날린 화가들 머릿속에서 맴돌다. 근엄한 왕 머물며 집무를 보았던 궁궐, 명화 앞에서 울리는 이방인의 왁자지껄한 소리 흘러간 세월 묻어버린다.

*겨울 궁전 : 재정 러시아 황제들의 거처한 로코코 양식의 궁전. 1762년 라스트렐리(B.Rastrelli)에 의해 건축된 것으로 총 1056개의 방과 117개의 계단, 2000여개가 넘는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건물 지붕에는 170개가 넘는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음. 현재는 약 300만점의 전시품이 소장되어 있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 됨

*렘브란트 하르먼스존 판 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 : 바로크 시대의 네덜란드 화가

*외젠 앙리 폴 고갱(Eugene Henri Paul Gauguin, 1848~1903) :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 : 스페인에서 태어나 주로 프랑스에서 미술활동을 한 20세기의 대표적 서양화가이자 조각가

*노인과 여인 : ‘시몬’의 딸 ‘페로’가 굶어죽는 벌을 받은 부친이 수감되어 있는 감옥에 들락거리며, 자신의 젖을 먹여 부친을 살렸다는 이야기를 그린 루벤스의 그림

*북유럽 6개국 러시아,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에스토니아 기행

저작권자 © 경남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