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서원 탐방-Ⅸ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 ‘한국의 서원’ 9곳 순차 탐방(9)

필암서원의 자형 마당.

필암서원(筆巖書院)은 호남에서 유일하게 문묘(文廟)에 배향(配享)된 우리나라 18선정(先正) 가운데 한 분인 문정공(文正公)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1510~1560) 선생을 주벽(主壁)으로 모시는 호남의 대표적인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서원에 등재된 9개 서원 가운데 하나인 곳이다.

필암서원은 평지에 배치되어 외부에서는 내부의 공간구성이 드러나지 않으며 특징은 다른 서원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누각과 강당이 사당(우동사, 祐東祠)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즉 마주 보고 있는 배치이다. 이는 김인후 선생이 평소 주창한 예의공간을 실현하기 위함으로 확연루는 들판을 바라보는 듯 하지만 사당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강당인 청절당은 마당을 두고 사당으로 대청마루를 열어 존경을 표하고 있다.

​서원이 향교나 성균관과 변별되는 점은 제향자의 정신을 구현하는 공간에서 선현들의 삶과 사상을 배우고 체험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서원은 조선시대 사학(私學) 교육의 전형이며 위대한 인물의 정신 위에 세워진 조선의 인문학당인 것이며 서원 본연의 기능을 유지한 살아 숨쉬는 문화유산이기에 그 공간의 가치가 그만큼 깊고 넓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원이나 향교의 출입문 앞에는 홍살문(紅箭門)과 하마석(下馬石)을 설치하여 아무리 지체높은 사람이라도 청정하고 신령스런 공간에 들어설 때는 경의를 표하며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라는 의미이며 발 디딤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비석이 아닌 넓직한 돌을 하마석으로 설치하였다. 홍살문의 붉은색은 귀신이 꺼리는 색으로 악귀를 물리치고 안녕과 무병을 기원하는 우리의 풍습과 연관 지을 수 있다.

필암서원의 출입문과 유생들의 휴식공간 역할을 하는 문루(門樓)인 확연루의 모습으로 김인후 선생의 마음이 맑고 깨끗하여 확 트여있고 크게 공정하다는 "확연대공(廓然大公)" 에서 따 왔으며 우암 송시열 선생의 글씨이다.

필암서원의 주벽이신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 선생은 조선 중기 문신으로 홍문관 박사 겸 세자시강원 설서를 역임하여 당시 세자였던 인종을 가르쳤고, 1545년 인종이 즉위 8개월만에 사망하고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병을 이유로 사직하고 고향인 장성에 돌아와 성리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 정진한 인물로 인종이 하사한 묵죽도(墨竹圖)의 목판을 보관하던 건물이며 편액은 정조의 글씨이고 임금의 글씨는 망을 쳐서 보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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