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주의 환경번뇌 108-58

경복궁 하면 앵두나무를 연상하게 된다. 세종이 “천하의 어떤 앵두맛이 어찌 세자가 손수 심어 손수 딴 앵두맛보다 더할소냐.” 했다는 기록이 있다. 문종이 세자시절 세종을 위하여 경복궁 앞뒤 뜰에 심은 앵두를 효자목이라고도 불렀다.

《용재총화(慵齋叢話)》는 중종 20년(1525) 성현(成俔) 지은 책으로 고려로부터 조선 성종대에 이르기까지 변화된 민간풍속·문물·제도·문화·역사·지리·학문·종교·문학·음악·서화 등 문화 전반에 걸쳐 다루고 있으며 조선 각 지방의 기후에 맞는 풍토나무와 전설, 역사나무가 소개되어 있다.

강원 정선의 배나무, 밀양의 밤나무, 함양의 감나무, 구례의 동백나무, 담양의 대나무, 제주의 귤나무 등으로 그 지방에서 유달리 잘 자라고 과실이 크고 맛있는 풍토(風土)나무 소개가 상세히 나와 있다.

전설나무로는 거창의 왕앵두나무는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더럽힌 두 유방을 잘라 사발에 담아두고 죽은 절부(節婦) 최 씨의 열기(㤠氣)에서 돋아났다는 열녀목으로 전설을 가진 나무 이다.

월성의 용등(龍藤)은 한 신라 병사를 사랑한 자매가 서로의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고 연못에 빠져 죽은 정염에서 돋아난 애정목이다. 신라시대에는 이 등나무 줄기로 등포를 짜 입었으며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고려종이로 소문이 났던 등지의 원료도 바로 이 월성의 용등이었다.

서울 삼선교 일대의 오얏나무로 소문난 오얏골, 남산의 소나무, 잠실의 뽕나무, 살곶이의 버드나무는 모두 역사와 전설이 스며있는 전통나무들이다.

가로수를 심었다가, 인도의 폭이 좁아 건물사이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함에 베어내고 수종을 바꾸어 다시 심는 일이 간혹 일어난다.

복사골로 유명한 부천의 복사골 재현을 위해 복숭아나무 심기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진주에는 상징적인 석류나무, 대나무 말고는 진주에 걸 맞는 풍토나무, 전설나무, 역사나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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