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川 박재성

한문교육학박사
서울한영대학교 교수
한중문자문화교류협회 이사장
훈민정음탑건립추진위원회 총괄집행위원장

사자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으로 더 잘 알려진 제나라의 재상 관중과 관련된 또 하나의 유명한 사자성어가 노마식도(老馬識途)’이다. 관중이 제나라 환공을 따라 고죽국을 치러 나섰다가 봄에 떠난 군사들이 겨울이 되어서야 철군을 하게 되었는데, 적진에 너무 깊숙이 들어갔다 나오는 탓에 그만 길을 잘못 들어 군사들이 길을 잃고 갈팡질팡 방황하고 있을 때, 늙은 말을 몇 필 골라 풀어 놓고 앞장서서 걷게 하여서, 봄에 왔던 길을 따라 가는 노마를 뒤따르게 하여 제나라 군사들을 무사히 회군하게 하였다는 관중의 지혜를 칭찬하는 고사로 한비자설림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요즘 코로나19 대유행의 불똥은 교육 문제로 튀어 입시에 대한 유불리로 놓고 나라 안이 매우 혼란스럽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대구에서는 재난지원금 공무원 부당수령 문제로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긴급생계비 부정수령 대구 공무원 책임 물어야" 한다고 나서는 등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공무원 등 어느 것 하나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야 정치권은 21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면서 이른바 노른자위 상임위원장 자리 점유를 놓고 개점휴업상태이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는 노마식도의 고사처럼 경험 많은 사람의 조언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나라에 경륜 있는 큰 어른이 없는 것이 아니고 큰 어른을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젊고 참신한 인물의 등장은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나이가 젊다하여 다새 피(New blood)’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늙은 피도 있지 않겠는가. 새 피가 의미하는 것은 나이가 아니다. ‘늙은 젊은 피도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말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취임한지 벌써 2년이 다돼간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 젊은 교육부장관이 취임하자 기대가 남달랐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유은혜의 교육부호는 지난 2년 동안 교육계의 원로들을 찾아뵙고 노마식도의 지혜를 구하였다는 소식은 접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한 사회 내에는 다양한 가치관, 사고와 행동이 다른 요소들이 서로 조화 공존하며 기존의 조직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 넣지 못하는 젊은 새 피는 무의미하다. 새 피는 사고의 새로움이나 늙은 젊은 피도 포함된다. 그러니 젊은 피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늙은 피가 조화를 이루어 나갈 때 패기 있고 과단성 있는 개혁과 함께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백년대계(百年大計)의 교육정책을 기대 할 수 있다.

고려 현종 9(1018)년 거란족의 말발굽을 막아낸 귀주대첩을 이끈 강감찬 장군의 그 때 나이는 70세였다. 만약 그를 나이가 많다하여 제외시켰더라면 이 강토는 거란군의 말발굽아래 쑥대밭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나라 문왕과 무왕을 도와 나라의 부국강병을 이룩하고 폭군 은나라 주()를 정벌하여 천하를 평정케 한 일등공신으로, 병법의 대가이자 책사인 강태공은 그 때 나이가 80세였다.

그리고 유럽의 늙은 대국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19915월 미국의회 연설에서 영국이 파트너로서 나이를 먹었지만 구름 낀 흐린 날 앞을 내다보는 데는 여러분 보다 낫다고 일침을 놓은 바 있는데, 역사적 인물로 본 늙은 젊은 피들이다.

젊은 피와 늙은 피가 조화를 이루어 나갈 때 패기 있고 과단성 있는 개혁과 함께 합리적이고 세련된 교육정책을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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