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 박사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면 길을 잃기 쉽다. 힘의 논리가 횡행하는 국제사회에서 국가지도자가 국제적 현실을 무시하고 눈앞의 상황에만 집착하고, 국가정책에 감정을 개입하며 이상주의에 빠져 있다면 문제가 있는 편이다. 세계 5대 산유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1998년 차베스 정권이 등장한 이후 2013년 그가 암으로 사망하기까지 국가정책에 감정을 실어 반미와 친중 정책으로 일관하며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책을 취함에 따라 부유했던 나라가 지금은 세계 최빈국의 대열로 추락해 있다. 차베스는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향했던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등 라틴아메리카의 이념적 지도자들이 주장한 라틴아메리카의 통합을 실현하는데 정책의 비중을 두고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면서 사회주의 정책을 추진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외교정책, 대북정책, 경제정책, 부동산정책 등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제반 정책도 국제적 시각의 비전과 전략보다는 반일, 반미정책과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빠져 오로지 사회주의체제 북한만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는 형국이어서 이대로 지속되면 한국이 아시아의 베네수엘라가 되기 십상이다. 길을 잘 못 들어섰으면 돌아가는 것이 상식이지만 최근 문재인 정부가 보이는 행보를 감안하면 이상하리만치 그렇지 않다. 6.2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여 전세대출금 제도를 더욱 옥죄어 코로나 이후 악화되고 있는 국내경제의 자율적 흐름을 더욱 경색시키고 있는가 하면 거대 여당을 통해서는 국회 상임위원장 전원을 완전 장악하여 과거 군사독재 시절 독재정치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으며, 급기야 지방의회까지 여당 측 의원들로 싹쓸이하여 장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것이 완료되면 이 나라는 중국이나 북한처럼 당국가(黨國家)가 되는 것이다. 체제로 말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전체주의로 되돌아가는 것이며, 경제적으로는 정부의 직접적인 관여와 배급 및 분배제도가 횡행할 것이 눈에 선하다. 뿐만 아니라 며칠 전 6.25 전쟁 70주년 행사 때에는 전례대로 오전 10시에 행사를 하지 않고 저녁 8시가 넘어서 축소 진행하여 행사의 진정성보다는 북한을 의식한 행사라는 흠집을 남겼다 한다. 국군유해를 싣고 온 항공기도 1호기가 아닌 2호기를 행사장에 동원함으로써 보이기 식의 정치 쇼라는 비난도 받았다. 지난 63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EU 정상과의 화상회담에서 그간 어렵게 이룬 남북관계의 진전과 성과를 뒤로 돌릴 수 없는 것이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하고, “미국 대선 이전에 미북 간 대화노력이 한 번 더 추진될 필요가 있다면서 EU의 지원과 역할을 기대하였다 한다. 지난 20192월의 제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북한의 핵포기 불가입장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 준 점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재개 기대는 북핵을 인정해주며 대북제재를 풀어달라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거나, 대선을 거론하며 트럼프의 즉흥성을 자극하여 외교적 실수를 유발하려는 노림수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핵을 포기하면 정권의 존재가치가 상실되는 북한 정권과 북핵을 묵인하고 제재를 해제하면 핵 확산을 유도하여 동북아 및 국제정세의 지도력을 상실하게 되는 미국의 입장은 물과 기름의 관계이다. 북핵을 위요한 미북 관계는 이제 중재의 단계를 지나 최종적인 결정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미북 정상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목적이 불분명하여 자칫 정치 쇼를 재현하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전체적으로 보면 신중한 표현은 아니지만 국민을 현혹하기 위한 쇼를 보이면서 권력을 장악하여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사회주의체제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라고 보면 잘 들어맞을 것 같다.
 

동아시아는 한반도를 둘러싼 4강 특히 강한 육식성 패권국가들의 이권이 집중되어 있어 대화와 협력보다는 힘의 논리가 더 큰 영향력을 형성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군사력이 협상력의 직접적인 기반이 된다. 이러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약소국인 한국이 강소국이 되기 위해서는 한미 군사동맹관계를 잘 활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함부로 반일, 반미, 친중을 외쳐서는 곤란하다. 한미동맹이 체제동맹이며, 안보동맹이며, 경제동맹이기 때문이다. 더 큰 시각의 눈을 떠야 베네수엘라가 되지 않는다.

무식한 리더가 부지런하면 일 친다는 표현이 있다. 엉뚱한 방향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좀 게으른 편이 더 낫다. 정부가 국가전략을 엉뚱하게 설정하고 국가정책에 객관성을 잃고 감정을 개입하여 반일, 반미 등으로 설쳐대면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 언제까지 북한만 바라보고 있을 건지 이 정부의 정책 어젠다에 의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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