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박종범
정치학 박사
전 주중국대사관 공사
통일지도자 아카데미 부원장

저승이 아무리 좋아도 이승보다는 못하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지만 하늘의 뜻에 따라 죽어서 가게 되는 곳이 저승이다. 그런데 저승이 이승보다 더 좋다고 택시타고 달려가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도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나라를 구한 이후 가장 큰 국난이었던 6.25 전쟁 시 북한인민군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국민 영웅 백선엽 장군과 여비서 성추행 문제로 고소당해 자살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두 분은 함께 비교할 대상은 아니나 2020710일 동일 날짜에 망자(亡者)가 되었는데, 두 분의 장례를 맞이하는 한국사회의 태도와 자세가 사뭇 다르다. 백선엽 장군이야 지병에 의한 자연사인 데다가 6.25 전쟁 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생존을 지켜냈던 전쟁영웅으로서 당연히 국민들이 존경할만한 위인이며 그 공로나 국가에 대한 기여도 등으로 볼 때, 섬겨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자랑스런 인물이다. 19508월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투에서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쏘라며 임전무퇴의 정신으로 전쟁에 임하여 북한 주력군 3개 사단을 물리치고 낙동강 전선을 지켜냄에 따라 전쟁의 승패를 전환시키고 북한군의 전투의지를 꺽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그의 나라사랑 정신과 업적은 자손대대로 기릴 가치가 있으며 국민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분향소를 설치하여 애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군을 포함하여 6.25 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한 국가도 분명 깊은 애도를 표할 것이다. 그러나 좌파 정부와 여당은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며 의도적인 폄하를 시작하여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을 내지 않기로 하였다지만 친일인명사전 그자체가 부실투성인데도 불구하고, 백 장군의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에 대하여도 극구 반대함에 따라 하는 수 없이 대전 현충원으로 안장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또한 광화문 광장의 국민장 시민분향소도 결국 5개의 텐트를 쳐서 설치하였지만 설치 과정에서 경찰당국이 3개 이상 설치 못하도록 방해하여 불필요한 실랑이를 벌인 바도 있다고 한다.

한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경우는 여비서 성추행 고소가 이루어진 다음날 대책회의를 한 바 있고, 그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지만, 여당은 당 차원에서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 민주화에 앞장섰던 분이며, 서울 시민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으로 공식 논평 하였으며, “님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추모 현수막까지 길거리에 달아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사망 일자를 익일 001분 시신발견 시간을 기준으로 잡아 사실상 추모 기간을 하루 늦춘 셈이다. 그런 만큼 시신 발견당시 어떤 형태였는지, 타살은 아닌지, 순수 자살인지 등 사인에 대해 많은 의혹이 일고 있지만 여당 측은 애도기간을 가능한 한 길게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한편으로는 박원순 정신을 거론하며 망자의 성추행 관련한 시시비비를 덮고, 사망 당시의 정황을 은근 슬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언론이 선전기관으로 움직여주면 된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다수 시민들은 박 전 시장이 공무수행 중 사망한 것이 아니고 휴가를 낸 상태에서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사실이 불거져 자살한 것인 만큼 조용히 가족장으로 지내는 것이 타당하며 세금을 장례비용으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청원하고 있지만 서울시 측은 서울시청장()으로 5일장을 치르기로 결정하였다.

결국 국민적 존경을 받아 치러지는 백선엽 장군의 자발적인 국민장 장례와 서울시청장으로 치러지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관제 장례는 우리 사회를 둘로 가르는 이념대립의 장례로 변질되고 있다. 백선엽 장군이야 모두들 잘 알겠지만, 박 전 시장은 3선 시장이었으나 재임기간 중 크게 내세울 업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게 흠이다. 그는 인권변호사 출신이지만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하였으며, 시민운동가이지만 시민의 인권보다는 좌파들의 인권에 더 관심을 가졌고, 서울의 발전보다는 서울의 프롤레타리아화를 위해 분투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것은 백선엽 장군의 정신을 훼손하기 위하여 흠집을 찾아 헤집어 내어 폄하하고, 박원순 전 시장이 저지른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추모 분위기를 타고 훌륭한 분의 아쉬운 오점 정도로 미화되거나, 가공된 사회적 업적에 의해 정당화되거나, 성추행의 피해자가 자살의 가해자로 둔갑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좌파들 사이에서 유행병처럼 발생하는 자살이 어떤 형식이든 미화의 재료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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